[Review] 관객의 귀와 가슴을 채워라, 연극 < 맥베스 >
풍부한 음향과 함께하는 혁신적 음악극
글 입력 2017.11.23 1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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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연극 <맥베스>어릴 적, 셰익스피어의 < 맥베스 >를 읽으며 느꼈던 반역자의 고뇌를 기억한다. 나는 레이디 맥베스가 망설이는 남편을 잡기 위해 속삭이는 현란한 비유에 감탄했고, 이를 읊조리며 외우곤 했다. 그러나 사실 내게 < 맥베스 >에 대한 기억은 이 정도여서, 셰익스피어의 다른 비극에 비교해 별다른 이미지가 없었다. 그렇기에 이번 공연이 더욱 특별하게 다가왔다. 해당 공연을 보고 느낌 감상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음악극과 레이디 맥베스.사운드로 무대를 완성하다
창작집단 몬스터의 <맥베스>는 음악극이라는 새로운 형태 안에서 청각적으로 풍부한 무대를 선보였다. 일정 부분을 반복시키는 루프 스테이션과 음성 변조에 사용하는 피치사운드 등, 생소한 음향 장비의 사용은 관객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이러한 효과는 특히 맥베스를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환청과 환영의 이미지를 구현할 때 그 극적인 느낌을 더해주었다. 그 예로 왕을 죽이고 혼란스러워하는 그가 아내 레이디 맥베스가 칼을 들고 위험하게 몸을 움직이는 환영을 보는 장면을 들 수 있다. 이 장면에서 그의 혼잡한 심리 상태가 음향적 기교로 인해 색다른 느낌으로 힘있게 표현되는 것을 느꼈다.작품이 맥베스의 고뇌 및 내적 갈등을 심도 있게 다루고 싶다고 표현한 만큼, 그 정도를 표현하는 데 있어 그들의 특징인 음악적 연구를 십분 적용한 것이 눈에 띄었다. 또한 그들은 짧지만 중간중간 노래를 부른다거나, 당일 현장에서 이루어지는 장면 중 일부를 즉석에서 녹음하여 사용하기도 하며 남다른 음악적 생동감을 연출했는데, 이러한 그들의 시도는 관객을 현장의 분위기에 매료시켰다.레이디 맥베스, 그녀의 목소리
공연을 본 관람객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것으로 생각한다. 연극에서 그녀의 존재감은 상당했다. 레이디 맥베스라는 인물 자체가 표독스럽게 남편을 종용하려는 아내의 이미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러나 무대 위 그녀를 연기하는 배우의 캐릭터 소화력은 탁월했다. 고고하고 우아한 몸짓으로 앞으로 다가올 순탄할 미래에 대해 축배를 드는 그녀의 모습은, 과연 그들이 반역을 저지른 직후가 맞는지 의심을 하게 한다. 그러나 맥베스가 안절부절못하며 혼란스러워하는 순간, 그녀의 상반된 태도는 보는 이를 압도한다.그녀는 그가 불안해하는 것과는 상관없이 다리를 꼬고 손톱을 보는 등 딴짓을 하다가, 일순간 술병을 탁자에 내리치며 그를 꼼짝 못 하게 만든다. 그런 다음 이내 덜덜 떠는 그를 보듬어준다. 이 장면은 마치 그들이 부부가 아닌 상하관계에 있는 것과 같은 느낌을 준다. 그녀가 연기하는 레이디 맥베스는 힘이 셌다. 그녀의 표정은 간사하게도 매 순간 바뀌었다. 자신에게 꼭 맞는 캐릭터라는 옷을 입은 것처럼 말투 하나, 몸짓 하나를 연기하는 그녀는 내가 보기엔 맥베스보다 더 각인되는 인물이었다.오래도록 별다른 자극 없이 일정했던 내 안의 < 맥베스 >에 새로운 인상을 줄 수 있게 되어 즐거웠다. 이번 음악극을 비롯해 고전 예술인 연극에 현대의 기술이 접목되는 다양한 시도를 만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사진 및 이미지 출처: 구글
[염승희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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