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문화철도'로 탈바꿈한 지하철 [문화 공간]

글 입력 2017.11.11 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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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서울 동북권을 관통하는 '우이신설 도시철도'가 개통되었다. 개통되기까지 8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는 점, 최초로 시행되는 무인열차라는 점 등 다양한 부분에서 이야깃거리가 많은 사업이다. 그러나 여기서는 이러한 시스템적, 사업적 문제 이외에, '문화철도'라는 프로젝트에 대해 주목해보고자 한다.

현재 지하철은 시민들에게 '효율적인 이동수단', 즉 그저 목적지에 빠르게 도달하기 위한 수단이라는 것 외에 큰 의미를 갖지 못한다. 때문에 목적지에 도달하기 전까지 지하철에서 보내는 시간은 지루하고 쓸모 없는 시간일 뿐이다. 게다가 지하철에는 소음, 눈을 어지럽히는 상업광고 등 우리를 피곤하게 만드는 각종 요소들이 가득 들어차 있다.

그러나 지하철은 우리 삶에서 빼놓을 수 없는 공간이며, 실제 우리가 매일 상당한 시간을 보내는 장소다. 그렇다면 이런 의문이 든다. '이 재미 없는 지하철을 좀 더 즐겁게 만들 수 없을까?' 





문화철도 프로젝트는 이러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다. 하찮은 것으로 여겨졌던 일상의 순간을 조금 더 가치 있게 변화시켜보자는 것이다. 그래서 지하철에 문화예술을 입히는 '달리는 문화철도'가 시작되었고, 우이신설선은 그 첫 선을 보였다.

첫 단계는 지하철 내 모든 상업광고를 없애고, 그 자리를 문화예술 관련 광고, 예술작품으로 채우는 것이다. 그리고 바닥, 에스컬레이터 등 역사 내 공간에 공공예술 작품을 설치한다. 또한 '달리는 도서관', '달리는 미술관' 등 열차 자체를 예술공간으로 활용하고자 한다. 이러한 콘텐츠는 열차가 관통하는 지역의 특성을 적극 반영한다. 이를 통해 시민들이 문화를 일상에서 접하고, 지역의 문화예술도 촉진시키고자 하는 것이다.





그렇다면 실제 우이신설선은 어떤 모습으로 운영되고 있을까. 필자는 6호선 보문역에서 우이신설선으로 갈아타 4.19민주묘지에서 하차하는 노선을 이용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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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경전철인 우이신설선은 버스로 비유하면 '마을버스'같은 열차였다. 객차의 크기도, 좌석도 일반 열차보다 작아 아늑함, 친근함이 느껴진다. 열차 자체의 소음도 덜하고, 역사 내도 전반적으로 조용했다. 또한 전동차의 앞 뒤 시야가 개방되어 진행 경로를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 신기했다. 실제로 몇몇 이용객들은 좌석에 앉지 않고 창 밖으로 선로를 구경하곤 했다. 덕분에 지하철 특유의 폐쇄적인 느낌이 덜했다.
 
그러나 가장 인상적이었던 것은 역시 '깔끔한 환경'이었다. '새 것'이기 때문에 깔끔했다는 것이 아니라, 이용자의 편의를 고려한 환경이라는 뜻이다. 상업광고가 전무하고, 문화예술 관련 광고-'홍보'가 아닌, 시민들의 복지와 연관된 문화예술 소식-가 깔끔한 이미지로 정비되어 있는 모습은 생각보다 꽤 큰 임팩트를 주었다. 어지러운 환경 탓에 지하철에 들어서자마자 이어폰을 꽂고 핸드폰만 들여다보곤 하는 내 평소 모습이 대비되어 생각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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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문화예술 콘텐츠를 특별한 수고 없이 지하철에서 일상적으로 접할 수 있다는 것이 매력적이다. 우이신설선에는 다수 역에 유명 작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는 등, 미술관에서만 접할 수 있던 작품들을 쉽게 만날 수 있다. 굳이 나서서 찾아보지 않아도 출근하는 길에, 친구를 만나러 가는 길에 문화예술은 언제나 우리 옆에 있게 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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뿐만 아니라, 모니터에서는 지역 주민들의 이야기를 담은 영상이 나온다. 지하철이 지역민의 목소리를 담는 소통의 견인차 역할를 하겠다는 시도다. 지하철 곳곳을 새로운 시각으로 큐레이팅하려는 다양한 시도가 눈에 띄었다. 다만 이 작품, 프로젝트들이 시민과의 물리적 거리 뿐만 아니라 심리적 거리까지 좁히기 위해서는 좀 더 섬세한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이 프로젝트는 공간, 그것도 가장 일상적이고 평범한 공간에 대한 새로운 가능성과 상상력을 보여줬다는 점에서 의미 있고, 어쩌면 예견된, 꼭 필요한 변화라고 생각한다. 장기적으로 우리나라 교통문화에 잘 정착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하지만 이러한 문화철도 프로젝트가 기존 도시철도에까지 적용되기에는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일상 속의 문화예술, 그리고 공공의 공간에 대한 새로운 인식과 공감대가 필요한 시점이다.


[박진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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