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름다운 기이함,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글 입력 2017.11.11 1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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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
- 클래식의 위대한 도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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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내한공연을 다녀왔다. 클래식에는 전혀 식견이 없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관심을 가지고 싶다는 마음이 날 롯데콘서트홀로 이끌었다. 시끄러운 로비는 벌써부터 공연에 대한 기대를 입증하고 있었다. 그리고 안드레이 가브릴로프, 그는 이 기대를 충족할 사람이라는 것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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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장만으로도 관객 모두는 조용해졌다. 이 순간만큼은 모두들 기침을 참았다. 초겨울, 감기에 걸린 사람이 태반일터인데 모두들 공연의 끝까지 꾹 참아냈다. 멋진 그림을 보면 침이 튈까 말이 아끼듯, 모두는 그렇게 입을 꾹 다물고 있었다. 내가 앉은 자리는 피아니스트의 뒷모습과 마주했다. 그리고 연주가 진행되면 진행될수록, 나는 많은 것을 느꼈다. 연주에 대한 감동, 내가 조금 더 알았다면 더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을 거라는 아쉬움 등이 날 붕 뜨게 만들었다. 그러나 나는 무엇보다 잠시 이러한 생각조차도 멈출 수밖에 없는 순간에 계속 당착했다. 그냥 멋모르고 계속 듣게 되는 음악의 아름다움이었다. 아름다움, 아니 기이함.

  그리고 난생처음, 난생처음 이런 생각을 했다. 말을 듣고 있지 않아도, 눈빛을 보고 있지 않아도 더 큰 의미를 마주할 수 있다는 생각. 바로 그의 손에서 비롯된 생각이었다. 그의 손, 그리고 그의 손에 따라 연주되는 피아노 건반과, 오케스트라의 선율. 그의 뒷모습과 바쁘게 움직이는 손은 90분의 말보다 더 많은 것을 내게 전달했다. 음악이 말보다 세밀하다는 것을 처음으로 실감했다. 지금도 공연의 그 것을 말로 풀어내기가 이렇게 어려울 정도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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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것을 내 비유를 들어 전하자면, 아니 전할 수 있다면 좋겠지만, 어쨌든 얘기라도 해보자면, 물이 차오르는 느낌이 들었다. 어느 프로그램을 들어 말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공연 자체가 나에게 그런 느낌을 줬다는 것이 중요했다. 수면이 찰랑찰랑 차올라서 머리 끝까지 차오른 기분. 그리고 파동으로 전해지는 안드레이 가브릴로프의 음악세계. 사실 아름답다는 말보다는 기이하다는 말이 백번 천번 어울리는.

  90분간 내 앞에 앉아있는, 저 피아노와 치열하게 싸우는-누구보다 애증하듯-땀범벅의 피아니스트에게 진심으로 박수를 보냈다. 당신이 강제로, 또 자의로 보낸 12년간의 공백기를 향해서도. 좋은 기회를 준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에게도 감사함을 전한다.



PROGRAM

Tchaikovsky Piano Concerto
No.1 in B-flat minor Op.23

Rachmaninoff Piano Concerto
No.3 in D minor Op.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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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공연의 리뷰는 아트인사이트 문화초대를 통해 작성되었습니다*


[이주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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