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SS] 안개 속의 연극, '초인종'

연극 '초인종' 프리뷰
글 입력 2017.10.16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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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초인종_포스터이미지.jpg
 

2016년 ARKO가 주목하는 젊은 예술가 시리즈
연극부문 선정작(AYAF 5기)

2017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창작산실
<올해의 레퍼토리> 선정작



<시놉시스>

9년 만에 집에 돌아온 여자의 4일.
안개 속 초인종이 울린다.
몇 번이고 울리지만 아무도 나오지 않고,
마침내 들어선 집에서 잊었던 4일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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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초인종>은 들여다볼수록 정체를 알 수 없는 연극이다. 모호한 내용의 시놉시스와, 비에 젖은 아스팔트에 웬 풍선이 떨어져 있는 포스터가 호기심을 자극한다. 게다가 배우 소개글에 '생각' 역과 '물고기' 역은 또 무엇인가. '주변의 상징과 은유를 찾아 방식에 구애받지 않고 자유롭게 이야기한다'는 극단 907의 작품답다. 어떤 모습일지 좀처럼 짐작하기 힘든 연극 <초인종>에는 특별한 점 세 가지가 있다.


첫째. 전 배역을 소화하는 여성배우

 <초인종>은 관객에게 등장인물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제시하기 위해 전 배역을 하나의 성으로 통일했다. 그 결과 남성 인물까지 여성이 연기한다. 전형적으로 읽히는 남성인물의 언어와 태도가 여성배우를 통해 드러날 때 관객은 생경함을 느끼고 평소에 쉽게 듣고 지나는 말과 모습을 다시 한 번 생각해 솔 수 있을 것이다. 연극 <초인종>은 관객이 무대 위 인물을 전형적인 남성이나 여성이 아닌 '인간'으로 봐주길 바란다.


둘째. 공간의 색다른 활용

 극단 907의 이전 작업과 마찬가지로 <초인종> 역시 공연장의 공간성을 최대한 활용했다. 빈 무대 위에 놓여 있는 건 4m 길이의 테이블, 의자, 몇가지 오브제가 전부다. 무대의 경계는 뚜렷하지 않다. 공연장의 백스테이지와 기둥까지 활용하기 때문이다. 사각형의 무대를 틀어 삼각형으로 바꾸는 시도도 했다. 삼각형의 무대는 시각적 불안정감을 증폭시킨다.


셋째. '수아'의 '생각'

 배우 소개를 보면 '생각' 이라는 배역이 있다는 점이 가장 눈에 띈다. <초인종>은 주인공 수아를 따라 전개되는 이야기 속에 수아의 생각이 하나의 인물로 등장한다. 생각은 때로 친구, 수족관 주인, 유명작가 등 형태를 지닌 모습이기도 하고 타인과의 대화 속에 생각 그 자체로 무대에 등장해 타인이 볼 수 있는 지점 너머에 있는 수아의 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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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의 나라-김광규

언제나 안개가 짙은
안개의 나라에는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
어떤 일이 일어나도
안개 때문에
아무것도 보이지 않으므로
안개 속에 사노라면
안개에 익숙해져
아무것도 보려고 하지 않는다
안개의 나라에서는 그러므로
보려고 하지 말고
들어야 한다
듣지 않으면 살 수 없으므로
귀는 자꾸 커진다
하얀 안개의 귀를 가진
토끼 같은 사람들이
안개의 나라에 산다



 더불어 극중에 시 <안개>가 등장할 정도로 '안개'는 <초인종>의 주요한 모티프이다. 사람에게 당장 직접적으로 해를 끼치지 않아 무해한 것처럼 여겨지지만 감각을 마비시켜 결국 재난을 초래한다는 점 때문에 안개는 많은 예술작품 속에서 부정적인 의미로 사용되었다. 김광규 시인의 <안개> 역시 1970년대 후반 유신시대에 발표된 시로 시대상황을 고려해 볼 때 안개가 의미하는 바는 뚜렷하다. 하지만 그 시대를 지나왔다고 해서 안개는 사라진 것은 아니다. 안개는 어느 시대에나 있다. 단지 우리가 인지하고 있지 못할 뿐. 지금 이 시대를 둘러싼 안개는 무엇인가. 보이지 않으므로 들어야 하는 세상 속에서 우리는 안개 속에 숨겨진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을까? 안개 속에 가려진 것처럼 의문투성이인 연극 <초인종>은 끝까지 감상한 후에야 이야기를 풀어낼 수 있을 것 같다.





<공연 정보>

공연명: <초인종>

공연기간: 10/22-11/5
(10월 30일 휴무)
월-금 오후 8시, 토-일 오후 4시

공연장소: CKL 스테이지

공연시간: 90분

예매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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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소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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