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흐르는 강물처럼 : 삶도 결국은 계속 흐르는 것이다 [영화]

글 입력 2017.10.16 0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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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르는 강물처럼(1992)


감독 : 로버트 레드포드

출연 : 크레이그 셰퍼, 브래드 피트
톰 스커릿, 브렌다 블레신, 에밀리 로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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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명의 자전적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이 영화는 요동치지만 잔잔하고 항상 그 자리에서 어딘가로 조용히 흘러가는 강물을 닮았다. 미국 몬태나 주 미줄라에서 시작되는 맥클레인 가족의 이야기는 평범하고 아름답다. 온 마을을 둘러싼 산과 나무들, 푸르고 평화로운 강 줄기를 보는 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가치있다. 20세기 초반 미국 북서부에 위치한 시골마을 미줄라에서 자라는 맥클레인 형제의 이야기는 21세기 한국의 관객에게도 깊은 울림을 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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엄격하고 철학적인 목사 아버지(톰 스커릿, 맥클레인 목사 역)를 둔 노먼(크레이그 셰퍼)은 아버지의 교육방식에 꽤나 순종적이다. 세 살 터울의 폴(브래트 피트)은 노먼에 비해 활달하고 자유분방했으며 무법자적 기질을 가지고 있었다. 더 할 나위 없는 단짝인 노먼과 폴은 노먼이 아버지가 내주신 숙제를 끝내면 부리나케 달려나가 낚시를 하고, 동네 싸움을 구경하고, 함께 친구들과 투닥거리며 어린 시절을 보낸다. 노먼은 그 당시를 회상하며 폴의 매력적이고 당찬 기질을 떠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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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만의 방식으로 아이들을 교육하던 맥클레인 목사는 그 중에서도 작문과 낚시를 아주 중요하게 생각했다. 플라잉낚시라는 전통 낚시법을 가르치며 인생은 낚시와도 같다고 아이들에게 이야기한다. 맥클레인 목사는 아들들에게 전통적인 낚시 리듬을 연습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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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년기를 지난 맥클레인 형제는 미줄라의 자연을 누비며 자란다. 낚시는 삶과 하나가 되었고 산림업을 배우며 살아갔다. 폴은 더욱 자유분방해지고 매력적인 사람이 되었으며 노먼은 차분하고 진중한 사람으로 자라났다. 아버지에게 배운 작문을 토대로 노먼은 동부의 대학에 진학한다. 자유분방한 폴은 미줄라에 머물며 신문기자가 되었고 노먼은 집을 떠나 공부를 하게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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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업을 마치고 돌아돈 노먼은 오랜만에 만난 폴에게 반가운과 낯섦, 경이로움 등 미묘한 감정을 느낀다. 그 사이 폴은 자신만의 리듬을 개발하여 낚시를 하고 있었다. 아버지에게서 배운 리듬에서 벗어나 자신의 삶의 방식을 선택한 것이다. 그가 낚시하는 모습을 보며 노먼은 아름답다고 생각한다. 어른이 된 자식들과 부모 사이에는 함께하는 저녁 식사가 가장 친밀한 소통이었다. 어떤 사람과 어울리며 무엇을 하고 지내는지, 삶의 고민과 사소한 생각들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없음에도 식탁에 둘러앉아 식사를 하고, 재미있는 이야기를 나누는 것으로 서로를 사랑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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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은 보수적인 시대를 앞서가는 사람이었다. 백인들이 가득한 술집에 인디언 여성을 데리고 들어가거나 오히려 보란듯이 춤을 추는 등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행동하였다. 하지만 그는 도박에 중독되어 많은 빚을 지고 있었고 그것을 알게된 형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도박을 계속 했다. 노먼은 파티에서 만난 제시(에밀리 로이드)와 사랑에 빠지고 그만의 진중하고 부드러운 방식으로 제시와 관계를 돈독히 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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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카고 대학의 교수 자리를 제안받고 제시와 결혼을 약속하며 노먼은 또다시 미줄라와 집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떠나기 전 날, 동생 폴의 죽음을 맞이한다. 결국 폴은 도박 판에서 살해되어 길거리에 버려진 채로 죽고만다. 막내 아들의 죽음 소식에 맥클레인 목사와 그 부인은 눈물조차 흘리지 못한다. 그 날 이후 가족 중 누구도 폴의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는다. 노먼은 폴은 훌륭한 낚시꾼이었다고 기억한다. 훗날 맥클레인 목사는 마지막 설교에서 다음과 같은 말을 남긴다. "완전한 이해 없이도 우리는 완벽하게 사랑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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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간은 충격적이고 어느정도는 평범하기도한 이 영화가 지금의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맥클레인 가족을 보며 우리의 가족을 투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자식은 커가며 부모의 손을 떠나게 되고 자신만의 방식으로, 부모에게 배운 방식으로, 세상에 나가 터득한 방식으로 삶을 만들어 나간다. 사랑하는 사람들은 많은 대화가 없더라도, 모든 시시콜콜한 것들을 다 알지 못하더라도 서로를 존중하고 사랑할 수 있다. 폴은 골칫덩이었을 수도, 치명적이고 매력적인 사람이었을 수도, 아름다운 사람이었을 수도 있다. 우리가 강의 모든 물줄기를 다 알 수 없어도 그 강을 충분히 즐길 수 있는 것처럼 사람과 사람사이의 관계도 그런 것일까? 충격적인 사건과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아가는 사람들, 그리고 흐르는 강물. 결국은 우리의 인생을 좁고 긴 시내와 폭포가 있을지라도 어디론가 계속 흘러가는 강물과도 같은 것인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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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슴프레한 계곡에 홀로 있을 때면 모든 존재가 내 영혼과 기억 그리고 빅 블랙풋 강의 소리, 4박자 리듬, 고기가 물리길 바라는 희망과 함께 모두 하나의 존재로 어렴풋해지는 것 같다. 그러다가 결국 하나로 녹아든다. 그리고 강이 그것을 통해 흐른다.





이미지 출처 : 네이버 영화, 영화 내 캡쳐


[유세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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