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발상의 전환이 가져다 준 사진의 재해석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

글 입력 2017.08.06 21: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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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소에 연예인 화보로만 접해왔던 '보그' 잡지가 이번에 '보그 전시회'를 개최한다기에 당장 보고싶었다. 과연 '보그 전시회'에 어떤 사진들이 전시되어 있을까하는 호기심이 있었다. 쉽게 접해왔던 연예인 화보 조차 표정이며, 의상, 분위기 등등 하나하나 세심하게 신경 쓴 부분이 두드러져서 무척 기대되었던 전시회이기도 했다. '보그' 전시회 또한 '스미스 소니언' 전시회처럼 사진 촬영이 가능한 전시회였던 터라 쉴 틈 없이 휴대폰 카메라로 촬영하기 바빴다. 아무래도 실력이 출중한 사진들이 너무 많아 발걸음이 멈출 새가 없었다. 게다가 얼마나 열심히 관람했는지 소요시간이 2시간이나 걸렸다. 그만큼 구경거리가 많은 것이 이 '보그' 전시회만이 갖고 있는 큰 특징이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은 사진과 명화이야기

1923년부터 1937년까지 보그에서 포토그래퍼로 활동한 에드워드 스타이켄은 "보그를 루브르 박물관처럼 만들어봅시다"라고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번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전은 이러한 의미에서 위대한 예술가들과 콘데 나스트 출판사 사이의 역사적인 협력의 여정을 그려낼 수 있으리라 기대합니다.

이들의 관계는 시간이 지나면서 변화되어 왔지만, 예술과 패션을 가르는 가느다란 선에 녹아있는 출판물의 미학은 그대로 유지해오고 있습니다. 이번 전시에서 선보이는 이미지들은 사진의 대상이나 기술, 구성 면에서 후기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화, 네덜란드 황금기의 정물화, 인상주의 풍경화, 그리고 아방가르드 회화와 팝 아트에 이르기까지 미술사의 여러시대와 장르를 아우릅니다.

'보그 라이크 어 페인팅'전은 지난 125년간 보그 아카이브가 소중히 보관해온 수 많은 작품 중 100여점의 이미지를 엄선하여,  이 역사적인 출판사와 함께한 포토그래퍼들에게 미술사가 미친 영향과 더불어 예술이 보그라는 잡지 안에 스며들어 있는 마법 같은 순간들을 탐구할 수 있는 특별한 기회를 제공합니다.







01. 초상화

본 전시의 문을 여는 첫 번째 섹션에서는 초상화가 사진에 미친 영향을 탐구해 봅니다. 초상화는 초기 르네상스에서 시작하여 바로크와 로코코 시대를 거쳐 20세기 초반 오스트리아의 표현주의 운동에 이르기까지 예술의 역사와 함께 발전해 왔습니다.

이번 섹션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에서 우리는 피사넬로, 산드로 보티첼리, 프란시스코 데 수르바란, 장 오귀스트 도미니크 앵그르, 얀 반 에이크, 요하네스 베르메르, 존 싱어 사전트, 에곤 쉴레 등 수많은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나타나는 요소들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초상화는 초기에 단순히 왕족이나 귀족 혹은 성직자들의 모습을 기록하고자 하는 목적으로 그려지다가 점차 그들이 지니고 있는 위엄과 신성함, 중대함을 그려 넣고자 하는 시도를 통해 발전하였고 오늘날에는 선과 획, 그리고 색을 통해 대상의 내면 세계와 심리 상태를 드러내는 것을 추구하고 있습니다.

이번 섹션에서는 이러한 초상화의 변천사와 걸음을 함께해온 사진을 통해 미술사와 함께 발전해 온 사진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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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그 전시회'는 명화들을 사진으로 새롭게 재탄생시켰다. 그림을 재해석하기까지 그들의 수많은 노력들이 숨어 있었을 것이다. 한 장의 사진 안에 모든 것을 담아내기 위해 그 어떠한 것도 사소하게 넘기지 않았으리라 짐작된다. 소품이며, 의상, 화장, 헤어, 악세사리, 조명, 인테리어 등등 수많은 아이디어와 시행착오로 탄생했을 것이다. 역발상을 통한 그들만의 아이디어 하나로 이렇게 훌륭한 작품들을 만들어냈다는 점들이 놀랍다.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들 조차 세심하게 한 부분들이 많아 어떻게 하면, 저런 아이디어를 생각해낼 수 있는 걸까하고 계속 감탄사만 내뱉었다. 사진들이 하나 하나 다 분위기가 있어서 오마주한 작품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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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간, 중간에 삽입된 그들이 남긴 말들까지 인상깊었다. 그들 또한 이루고 싶은 꿈이 있었고, 동경하던 분들이 존재했을 것이며, 수많은 노력으로 이 작품들을 탄생시켰으리라 생각된다. 결국 나 또한 지금 이 순간, 큰 영감이 될 수도 있을 시간이 될지도 모를 것이다. 그들의 영감을 통해 나의 영감 세계가 얼마나 확장이 될지 아직은 모르겠으나 이후에 큰 도움이 될 순간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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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진들은 그들 만의 영감에서 발현된 섬세함이 돋보이는 사진들이었다. 신발부터 옷 재질, 헤어, 소품, 배치도, 문양 등등 어느 것 하나 부조합이 없었다. 마치 제 것인양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에서 극찬했다. 어떻게 저 물건과 이 물건의 배치가 자연스러운걸까하고 궁금하기도 했다. 그들의 조율이 하나의 예술의 장을 만든 기분이었다. 사진 하나로 이런 느낌을 구사할 수도 있구나하고 놀라웠다. 아마 나였다면, 부자연스러움의 경지를 보여줬을지도 모르겠다.






02. 정물화

정물화는 네덜란드의 바로크 시대에 회화의 한 장르로 출현하였습니다. 당시 정물화는 개인이 소유하고 있는 집과 재산, 그리고 직업과 지식 또는 일상생활의 다양한 측면의 중요성을 나타내기 위한 수단이었습니다. 일부 예술가들은 빛과 현태를 연구하기 위하여 정물화를 그렸지만, 보통 예술가들은 정물화가 지닌 상징주의에 매료되어 만물의 본질적인 퇴락과 멋없음을 표현하기 위해 정물화를 그렸습니다.

이번 섹션에서 소개하는 사진들은 大 얀 브뢰헬, 암브로시우스 보스샤르트, 빈센트 반 고흐, 미켈란젤로 부오나로티, 메리시 다 카라바조, 앙리 팡탱라투르, 풀 세잔 등 정물화에서 두각을 나타낸 예술가들의 작품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패션 출판계에서 정물화는 미용이나 라이프스타일 관련 기사의 일러스트, 혹은 제품 사진에 예술적인 감각을 더하기 위한 도구 정도로 사용되었습니다. 하지만 렌즈 뒤에 숨어있는 예술가인 포토그래퍼들은 정물화의 뛰어난 구성과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또 다른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고는 합니다.

그들 고유의 스타일과 위트, 기술적인 치밀함이 녹아있는 작품들을 이번 섹션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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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물화 사진들을 바라보고 있으면, 마치 사진이 아닌 그림으로 착각하게 만든다. 전시회에 같이 간 친구와 이야길 나누다가 "이거, 그림 아냐?"라고 언급했다가 문득 자세히 들여다보니 사진이었다. 아마 누군가도 이 사진을 보며, '에이, 설마 그림이겠지.'하며 그림으로 착각하신 분들 꽤 있었을 것이다. 사진의 세계는 그저 그 현장을 생생하게 전달하는 가교역할을 하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 사진을 보고 발상의 전환점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이건, 누가 감히 흉내낼 수 있을까하는 최고의 작품이었다. 비록 내가 촬영한 사진에서는 작품을 카메라로 다시 찍은 모습이라 선명함에서 뒤떨어지는 점이 아쉽지만. 실제로 전시회에 가보면 '아, 정말 사진이 맞구나'하고 깨닫는 나를 발견하게 될지도 모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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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작품은 미술 작가이자 영상 감독인 샘 테일러-존슨이 썩어가는 정물을 카메라로 담아낸 장면이다. 우리는 매일 유통기한 식품들을 마주한다. 하지만 썩어가는 과정을 지켜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단지, '이것을 버려야 하는 때가 왔구나'하고 쓰레기통에 던지는 행위를 할 뿐. 그런데 '샘 테일러-존슨'은 우리가 매일 마주하는 그 광경을 영상으로 직접 촬영했다. 어떻게 보면, 예술이라는 것은 폭이 정말 넓다는 것을 알 수 있기도 하다. 일상에서 빈번하게 일어나는, 당연하다고 믿는 것들을 아이디어로 착안하여 전달하는 경우도 있으니 말이다. 게다가 악취나는 저 음식들을 찍기까지 작가는 얼마나 많은 인내를 해야만 했을까. 그의 노고에, 다시 한 번 박수를 보낸다. 






03. 로코코

로코코 양식이 사진에 영향을 미친 것은 자연스러운 일입니다. 고급스러운 느낌을 주는 높은 채도의 파스텔과 골드 계열 색조를 사용하여 젊음과 사랑을 주로 다루는 로코코 양식의 작품에는 패션이 추구하는 영원한 젊음, 평화롭고 서정적인 풍경이 형상화 되어 있습니다.

이번 섹션에서 선보이는 사진들에서는 과한 실내장식과 파스텔톤의 메이크업 스타일로 우리를 베르사유의 살롱으로 인도하거나, 당시 유행을 선도하며 루이 15세와 염문을 뿌리던 퐁파두르 부인을 떠올리게 합니다. 또한, 로코코 시대의 대표적인 초상 화가인 장 마르크 나티에와 같은 화가들의 작품을 연상시키는 사진들도 함께 만나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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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키 마우스의 꼬리를 표현하기 위해 한 가닥만 빼고 머리를 완전히 흰색으로 물들였다니. 사진작가는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을까. 그리고 모델의 손에 들고 있는 미키마우스 모양의 도구까지. 모델의 포즈와 표정에서도 과하게 표현하려는 부분이 전혀 없다. 그저 감탄하고, 감탄하며 놀라움의 연속이다. 이 작품에서 꾸며놓은 장면을 보면 '미키 마우스' 키워드를 단번에 떠올릴 수 밖에 없는 듯하다.

예술은 계속해서 발전해야 하는 듯하다. 매일 똑같은 아이디어와 똑같은 모습에 머물러 있다면 '새로움'을 탐색하는 데에 많은 힘이 들 수 밖에 없다. 오롯이 나만의 '감각'이 있어야만 예술의 재탄생이 생겨날 수 있지 않을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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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샹들리에가 전시되어 발레를 추는 아이들을 비춰주는 것이 아닐까하는 시선으로 바라봤다. 하지만 샹들리에가 아닌 사슴의 두개골로 전시된 것이라고 한다. 이 섬뜩한 곳에서 발레를 춘다는 것. 감히 상상이나 해봤겠는가. 왜 작가는 많은 뼈들 중 굳이 사슴의 두개골을 활용했을까. 왜 섬뜩한 '뼈'를 장식할려고 했을까. 많은 상상력을 자극시키는 작품이었다.






04. 풍경화

포토그래퍼들은 때로는 암묵적으로, 때로는 직접적으로 풍경화의 기술이나 구성 혹은 모티프에서 영감을 받았습니다. 그들은 시간의 흐름과 함께해온 풍경화라는 회화 장르의 진화를 추적합니다.

잡지가 출간된 이후에도 수십 년 동안 사람들의 마음속에 남을 사진을 찍기 위해 어떤 포토그래퍼는 산드로 보티첼리의 영화 '비너스의 탄생'를, 누군가는 프랑스의 풍속화가인 장오노레 프라고나르의 '전원 풍경'을, 또 다른 이들은 변함없이 라파엘전파의 장식용 회화나 인상주의 대가로 알려진 에두아르 마네, 호아킨 소로야의 풍경화, 혹은 구스타프 클림트의 표현주의 풍경화를 자신만의 방식으로 재해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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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그림을 모자로 표현할 생각을 하였을까. 게다가 얼굴을 반쯤 가린 채 서 있는 모델의 모습. 작가는 그녀의 아름다움을 표현하기 위해 이 작품을 탄생시켰던 걸까. 왜 컬러가 아닌 흑백으로 강조하였을까. 작가의 생각이 문득 궁금했던 작품이었다.






05. 아방가르드에서 팝 아트까지

본 전시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사진들은 기존의 회화 작품을 직접적으로 풀이하기보다는 격변의 시기라 불렸던 20세기 예술의 흐름에서 영감을 받은 작품들입니다. 이 사진들은 패션이라는 장르가 지니고 있는 예술적 특징을 담고 있습니다.

초현실주의, 입체파, 바우하우스 운동, 추상표현주의, 아메리칸 모더니즘, 팝 아트와 같은 다양한 20세기 예술의 장르는 이러한 이미지를 탄생시키는데 있어 시작점을 제공하였지만, 이를 독창적인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만든 것은 카메라를 자신의 붓으로 삼은 포토그래퍼들의 영감과 기술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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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매일 섭취하는 과일과 채소들을 활용하여 얼굴의 형상으로 꾸며놓았다. 이 사진을 계속 바라보고 있노라면 창의성이 풍부한 작가의 모습이 그려진다. 작가는 왜 이 과일과 채소들을 표현한 것일까. 자주 사용하는 물건으로도 표현할 수 있고, 우리가 접하는 종이로도 표현을 할 수도 있을텐데. 생기발랄함을 넣어주고 싶어서 연출한 것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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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 보그 코리아

전 세계 22개국에서 발행하는 보그는 각 나라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합니다.

지난 20년 동안 보그 코리아는 한국만의 색을 담아 내기 위해 다양한 방식을 시도했습니다. 조선시대 전통 한복과 한옥, 우리나라 근·현대사의 다양한 상징은 동시대 하이패션과 뒤섞여 독특한 미장센을 만들어 냅니다.

보그 코리아 스페셜 섹션에서는 서양화와는 또 다른 동양적 미학이 가미된 패션 이미지를 볼 수 있으며, 전통 수묵화의 절제미와 여백의 미, 그리고 한국인의 친근한 유머 감각 또한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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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많이 봐왔던 애니메이션 '아기공룡 둘리'. 둘리에 나오는 캐릭터들을 사진 안에 삽입하여 마치 둘리와 어울리는 모습을 연출한 듯했다. 사진과 애니메이션 캐릭터의 조합. 현실판에서 실제로 둘리가 존재했더라면 이런 모습이 아니었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아기공룡 둘리' 특유의 재기발랄함이 잘 묻어난 색다른 작품이었다.  


[김정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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