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VOGUE like a painting [전시]

전시에 대한 짤막한 감상과 사유.
글 입력 2017.08.04 0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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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1 시간과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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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르네상스 시대의 인물화, 네덜란드의 정물화, 인상주의 풍경화, 아방가르드 회화와 팝아트까지. VOGUE like a painting 전시에서 선보이는 작품들은 미술사의 여러 시대와 장르를 아우른다. 이는 곧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까지 그만큼 오랜 시간이 소요된다는 뜻이다. 화보들의 모티프가 되는 것은 과거의 그림이고, 그 원작이 품고 있는 실제 대상은 작품보다 이전에 실재하는 대과거의 것이다. 모티프가 되는 명화 역시 무언가를 기반으로 하고 있다. 작품 하나를 완성하기 위해서는 역사적인 협력의 과정이 필요로 된다.

 이렇게나 공들여진 시간 위에는 작가들의 길고 긴 ‘고민’들이 더해져 있다. 100여점의 이미지들은 순간의 포착으로 우연하게 탄생한 작품이 아니다. 작가들은 작품에 등장하는 자잘한 요소들의 의미까지도 드러내기 위해 하나하나 정성스런 숨결을 불어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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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원작의 의미를 해석하는 작업도 쉽지 않은 일인데, 이렇게 재창조할 수도 있구나. 그저 감탄의 연발일 수밖에 없었다. 화보를 먼저 본 후에 어떤 명화를 오마주한 것일지 예측하는 재미도 쏠쏠했다. 예상 밖의 원작이 등장할 때면 작가의 기발한 발상이 대단하게 느껴졌다. 아마 그 발상이 완벽히 구현되기까지 수많은 시도를 거쳤겠지.

 단 하나의 포인트도 놓치지 않으려는 치밀한 구성과 사진 기술에는 단순히 옛것의 복제, 표방이 아닌 새로운 시각에서 재해석하려는 노력이 담겨 있었다. 우리가 마주한 작품들은 그렇게 완성되어 온 것이다.



02 사진과 그림의 관계


 전시회를 다녀오고 나서 6일 간 고민에 휩싸였다. 사진과 그림의 관계를 어떻게 풀어내야 할까. 또 경계를 어떻게 이해해야 할까. 이어질 이야기가 전시의 주제와 조금은 벗어난 내용일지 모르겠지만 그냥  오래도록 고민해보고 싶어 끄적여 본다.
 
 어린 시절의 나는 ‘그림’과 ‘사진’을 같은 의미의 단어로 이해했다. 그러니까 사진의 또 다른 말은 그림인 줄 알았다. 각각의 사전적 의미를 골몰히 생각해본 적이 없었던 것이다. 머리가 좀 더 커서는 깨달았다. 아, 그림이 사실적일 수는 있지만 결코 사실이 될 수는 없구나. 그림의 물건이 살아있는 듯 생생할지라도 현실의 그것과는 명백히 다른, 재창조된 모습이구나. 그 때까지의 나는 그림과 사진이 각각의 독자적인 영역을 지키고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이제는 둘의 경계 자체를 허무는 시도가 이루어지고 있단다. 아마도 사람들이 ‘닮은’ 것, ‘같은’ 것을 좋아해서 일까. 사진 같은 그림, 혹은 그림 속에 나올 법한 배경의 사진, 사진보다도 더 사진 같은 그림. 물론 신기하고 흥미롭긴 하지만 고개를 갸우뚱거리게 된다. 요즘 같은 세상에 못 할 일이야 없다 해도 굳이 이런 시도를? 오히려 이질감이 들진 않으려나. 아무리 감쪽같이 빼 닮았다 해도 그림은 그림이고 사진은 사진인데 왜 마치 하나였던 것처럼 섞으려고 할까.


 이 해답을 풀기 위해 고민을 하다 금세 6일이 흘렀던 것이다. 굉장히 단순한 물음에 이렇게 깊은 고뇌가 자리할 줄은 몰랐다. 노트북을 열어 첫 문장을 쓰기까지도 오랜 시간이 걸렸다. 여전히 맴맴 돌아 막연하지만, 어쨌든 이러한 물음으로 인해 그림과 사진의 관계에 대해서 찾아보았다. 나는 어느 정도 고개를 끄덕일 수 있었다.

 한 사진작가의 설명을 빌리자면, 그림은 문자가 등장하기 이전부터 존재해왔고, 문자를 대신해서 소통의 도구 그 이상의 것으로 쓰였다고 한다. 예를 들면 논리적으로 소통하기 위한 설득의 도구로써도 작용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더욱 세밀하고 사실적으로 생각, 현실, 크게는 세상을 표현해야 했다. 존재하지 않는 것들을 표현하기 위해서는 더욱 정교한 사실을 그려내야 했다. 그러다, 사진의 출현으로 인해 어느 정도 ‘사실성’이라는 책임감에서 벗어나게 되었다. 사진은 그 반대편에서 막중한 사실성의 무게를 이어 받았다. 그렇게 사실을 더욱 사실적으로, 더욱 첨예한 리얼리티를 표현해내기 위해 많은 고뇌가 있어왔다. 그러다 회화가 이룰 수 없었던 상상 너머의 이미지를 만들어내는 시점에까지 이르게 되었다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사진과 그림은 불가분의 관계라고 볼 수 있다. 둘은 서로 마주보고 있는 것이다. 그렇게 받아들이니 흐릿해진 둘의 경계를 애써 또렷하게 보려고 했던 나의 시선을 뒤돌아 보게 된다. 두 영역이 서로의 힘을 나눠가지면서 각자의 한계에서 벗어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미 의미 있는 시도가 아닐까. 결국 그들이 무너뜨리려고 했던 것은 경계가 아닌 한계였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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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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