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BOUT-ESSAY] 누구나 '에세이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

글 입력 2017.07.11 0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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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세이는 오늘날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이는 오늘날 생산과 분배 방식의 변화와도 깊은 관련이 있다. 먼저, '디지털 매체의 확산'의 측면에서 오늘날의 에세이 생산을 살펴볼 수 있다. '에세이'는 문학의 하위 범주이지만, 생산의 측면에서 여타 문학 장르와 구분되는 양상을 보인다. 우리나라에서 문학 작품의 생산자는 대체로 신춘문예를 통해 등단한 사람들이다. 신춘문예는 신문사나 잡지사에서 주관하며, 심사위원들의 평가 하에 투고된 작품들 중 가장 좋은 작품을 선정하는 제도이다. 시, 소설, 평론, 희곡, 동화 등 분야별로 당선작을 선정하며, 신춘문예 당선되면 신인문학가로 문단에서 인정을 받게 된다. 이러한 신춘문예는 1910년대에 시작되어 오늘날까지 활발히 시행되며 문학 생산자에 대한 '게이트 키핑'의 역할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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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에세이'의 경우, 이와 같은 제도를 거치지 않고도 생산자가 될 수 있다. 이는 에세이 텍스트가 여타 문학 장르와는 달리 '사실성'을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에세이 텍스트에서 중요한 것은 작가의 창작 능력이나 기교, 예술성이라기보다는 진솔함이다. 때문에 에세이는 문단의 게이트키핑 장치를 거치지 않고 창작되는 경우가 많으며, 여타 문학 장르에 비해 진입장벽이 높지 않다. 한편, 등단 제도 외에 에세이 생산자로서 갖추어야 할 중요한 자질로 받아들여져 온 것 중 하나는 '사회적 지위'이다. 그간 스포츠 챔피언, 대학 교수, 정치인, 종교인 등 자신의 분야에서 성공을 거둔 사람들이 주로 에세이의 생산자가 되어왔다. 그러나 오늘날 다양한 디지털 매체의 확산과 함께 에세이 생산자 또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오늘날 SNS 작가들은 온라인상에서 다양한 채널을 운영하며, 그곳에 자신의 글을 올린다. 이들은 사회적 지위가 높은 사람들이라기보다는, 자신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해 살아가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한편 SNS작가들은 온라인에서 좋은 반응을 얻을 경우 게재했던 글을 엮어 도서로 출간하기도 한다. 디지털 매체의 확산으로 원한다면 누구나 에세이 작가가 될 수 있는 환경이 조성된 것이다. 이러한 에세이 생산방식과 작가층의 확대는 에세이의 구성적 측면에도 영향을 미쳤다. 사회적 지위가 아닌 개인의 개성과 타인의 공감이 에세이 생산에 있어 중요한 요인이 되면서, '그림 에세이', '사진 에세이' 등 다양한 형식의 에세이들이 등장하기 시작하였다. 각자 자신이 가진 능력을 이용해 개성을 표현하고, 타인과의 소통을 도모하는 것이다. SNS상에서 사람들은 콘텐츠를 빠르고 가볍게 읽어 내려가기 그림이나 사진, 캘리그라피 등을 곁들인 감각적인 에세이가 큰 인기를 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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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편, 독립 서점이 오늘날 크게 증가하고 인기를 끌고 있는 것 역시 주목할 만하다. 독립서점은 거대 자본에 의존하지 않는 '동네에 위치한 작은 서점'을 이르는 말이다. 도서정가제가 시행된 이후 작은 규모의 서점은 그간 다양한 혜택을 제공하던 대형서점과 경쟁할 수 있게 되었다. 이에 소규모 독립 서점들은 대형서점과는 다른 방식으로 소비자들과 소통하며 입지를 굳혀가기 시작하였다. 예컨대 대형서점의 도서들은 주로 '베스트셀러'를 중심으로 배치가 되어 있고, 소비자들의 소비 역시 베스트셀러 위주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독립서점에서는 전적으로 운영자 취향에 따라 공간이 구성되고, 도서의 배치가 이루어진다. 특정 분야의 도서만을 취급하는 독립서점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독립서점에서는 베스트셀러가 아닌 책들이 재평가를 받을 수 있게 된다. 또한 독립서점은 '작은' 서점의 매력을 잘 살려 감각적으로 공간을 구성하는 경우가 많다.

   독립 출판물을 취급한다는 것 역시 독립서점이 일반서점에 비해 차별화 되는 부분이다. '독립 출판'은 개인이나 소수의 작가들의 책의 기획부터 디자인, 인쇄, 제본에 이르기까지의 전 과정을 독립적으로 진행해 출판하는 책을 말한다. 대규모 출판사에 책을 출간하기 위해서는 '작가로서의 자격'이나 '상업성' 등에 대한 기준을 만족시켜야 한다. 그러나 독립 출판의 경우 특별한 요건 없이 도서를 출간할 수 있다. 또한 전 과정에 생산자가 참여하는 만큼 생산자의 개성을 살린 출판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 이러한 '독립출판'이 오늘날 유행하면서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많은 이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출간하고 있다. 이처럼 독립출판과 독립서점은 특정한 자격 요건이 없어도 '글 쓰는 것을 좋아하면' 얼마든지 도서를 출판하고 다른 이들과 함께 향유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주었다.


   이와 같은 생산 환경의 변화는 자신을 표현하고자 하는 욕구, 사회에 대한 역할 등과 맞물려 오늘날 에세이 분야에 대한 사랑과 관심을 이끌어내고 있다. 우리는 이제 원한다면 누구나 에세이스트가 될 수 있는 시대에 살고 있다. 우리는 작가의 일상에 공감하고 위로받는 독자인 동시에, 자신의 소소한 이야기들을 글로 담아낼 수 있는 작가인 것이다. 능동적으로 자신의 역할을 고르고 참여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에세이는 굉장히 매력적인 장르이며, 따라서 앞으로도 계속해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게 될 것이라고 생각한다.



[ABOUT-ESSAY] 04/ 왜 지금 에세이인가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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