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카운터테너와 세종솔리이스츠의 만남, '얼티밋 카운터테너'

글 입력 2017.06.17 12:3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카운터테너의 기준이라고 불리우는 데이빗 대니얼스와 프랑스 출신으로 현재 수많은 찬사를 받고 있는 크리스토프 뒤모. 카운터테너의 두 스타들이 이렇게 한 자리에 모여 예술의 전당에서 공연을 열었다. 이 두 사람의 만남은 이번이 처음이지만 마지막일 수도 있기에 더 집중하고 공연을 즐길 수 있었다.


poster1.JPG
 

 공연 이름이 ‘얼티밋 카운터테너 with 세종솔로이스츠’라 얼핏 보면 오직 카운터테너 두 명만이 공연을 하는 것으로 착각할 수 있다. 하지만 세종솔로이스츠라는 현악기 앙상블도 CNN이 인정한 꽤 유명한 앙상블이다. 이들은 헨델의 콘체르토 그로소 사장조를 연주하며 공연의 첫 막을 열었다. 바로크 계열의 음악은 종교적인 이유나 귀족의 요청으로 인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아 음악 자체가 다이나믹하지 않다. 음악 자체에는 감정기복은 없지만 그 시대의 느낌, 분위기를 우리만의 상상으로 채워 넣을 수 있으며 우리의 마음을 침착하게 만들어 준다. 그래서 그런지 산뜻한 시작으로 나쁘지 않았다.


03_222.jpg
로델린다


 헨델의 ‘로델린다’의 ‘죽음의 공허한 영광이여... 어디에 있는가, 나의 사랑’‘나는 혼란스럽네 충실하지 못한 배우자여’가 그 이후에 등장했다. 로델린다 라는 여왕이 왕위를 잃고 죽음의 위기에 처한 남편에게 신의를 지키고 용감하게 아들을 보호하며 아내로서, 어머니로서 현명하게 대처하는 내용을 갖고 있다. 헨델이 활동했던 시기에는 카스트라토 (남성이 여성의 목소리를 냈던 가수들, 변성기가 오기 전 거세를 하여 여성의 목소리를 만들어내고자 했으나 살아남아 유명한 카스트라토 가수가 된 사람들은 매우 적었다.)의 전성기였다. ‘어디에 있는가, 나의 사랑’ 또한 카스트라토를 위한 역할이었는데 현재는 카운터테너의 역할로 넘어왔다. 카운터테너의 첫 시작은 데이빗 데니얼스가 맡았는데 남성의 목소리나 맑고 깨끗한 음역대, 그리고 공연장 뒤쪽까지 멀리 퍼지는 청아한 목소리가 공연장을 울렸다. 여기서 적잖이 충격을 먹었던 것 같다. 이래서 데이빗 데니얼스가 카운터테너의 기준이라고 하는구나 라는 것을 느낄 정도였다. 그 다음 곡이었던 ‘나는 혼란스럽네 충실하지 못한 배우자여’에서는 트릴 기교를 성악으로 표현했는데 여기서 그의 기량을 알아볼 수 있었다.


CHRISTOPHE DUMAUX.jpg
크리스토프 뒤모 


 ‘로델린다’의 두 곡이 끝난 뒤에는 바로 크리스토프 뒤모가 등장했다. 데이빗 데니얼스는 푸근한 인상의 통통한 체격이었다면 크리스토프 뒤모는 비교적 젊고 말라 보이는 체격이었다. 체격이 다른 만큼 목소리의 표현방식도 달랐는데 성량은 데이빗 데니얼스보다 작았지만 더 깨끗하고 청량한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게다가 서서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동작도 취하면서 마치 그 역할에 몰입한 듯했다. 플라비오 ‘내 영혼의 사랑’과 줄리오 체라레 ‘아름답게 꽃피는 들에서’는 비교적 잔잔한 노래라 그의 테크닉을 많이 알아 볼 수 없었지만 아리오단테 ‘의무, 정의, 사랑이’에서 그는 가사마다 포인트를 주며 풍부한 표현력을 맘껏 표출하였다.

 퍼셀 음악 중에는 ‘오너라, 너 예술의 아들들이여’에서 ‘트럼펫을 울려라’라 가장 인상 깊게 남는다. 이 곡은 두 카운터테너가 함께 부르는데 서로 다른 노래 스타일을 가진 두 사람이 함께 맞춰나가며 하나의 곡으로 완성시켰다. 같이 들으니 확실히 데이빗 데니얼스와 크리스토프 뒤모의 다른점을 발견할 수 있었고 눈만 감고 들으면 소프라노까지는 아니지만 메조 소프라노 오페라 가수들이 부르는 느낌을 받을 수 있었다.


f.PNG
'트럼펫을 울려라' 공연 중 (왼쪽: 데이빗 대니얼스, 오른쪽: 크리스토프 뒤모)
* 본 사진은 예술의 전당이 아닌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찍은 사진이다. 사진출처: 전남일보


 비발디 음악의 첫 시작은 '두 대의 피아노를 위한 협주곡 라단조'였는데 세종솔로이스츠의 수석 바이올리니스트 샤동 왕과 셜리만 테칼리가 리드를 맡아 연주했다. 일반적으로 알고 있었던 바로크 음악과 다르게 꽤 다이나믹하게 연주가 되었고 상당히 어려운 기교를 사용하는 듯 했다. 두 대의 바이올린의 리드를 따라 비올라, 첼로, 콘트라베이스가 곡을 보충해주고 완성시켰다. 감정적이었던 콘체르토를 지나 다시 데이빗 대니얼스가 스타바트 마테르와 비야제트 ‘악랄한 배신자’를 불렀다. 저번에 드보르작의 스타바트 마테르를 들은 적이 있어서 자연스럽게 비발디의 스타바트 마테르와 비교가 되었는데 드보르작의 음악보다 비발디의 음악이 조금 덜 우울했던 것 같다. 예수의 죽음으로 인하여 마음이 무너졌던 어머니 마리아의 감정이 더 강조되었던 드보르작의 음악과 달리 비발디 음악에는 약간의 희망과 빛이 보이는 듯 했다.

 정신없이 빠져서 듣다 보니 어느 덧 공연의 막바지였고, 사실 너무 빨리 끝난 것 같아 아쉬움이 남기도 했다. 이번 공연은 조금 신선하게 다가왔던 것 같다. 오페라를 보면 전막을 보지 카운터테너만 따로 뽑아서 만든 공연은 잘 보지 않았었고 또한 이렇게 자세히 카운터테너의 기량과 매력을 발견하기가 쉽지 않았었다. 또한 세종솔로이스츠도 특이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는 한국인들만 구성된 것이 아닌 외국인 연주자들도 있었다는 점과 리더가 중국인 바이올리니스트였다는 점, 그리고 한국, 일본, 중국, 대만, 미국 등 다양한 국적의 연주자들이 있었다는 점이 꽤 인상 깊게 남는다. 요즘 외교안보문제로 인해 시끄러운 이때에 이렇게 서로 다른 국적의 사람들이 모여 조화로운 음악을 만든다는 것이 새로운 의미로 다가왔던 것 같다.


1.jpg
세종솔로이스츠


  보지 않았더라면 후회했을 뻔한 ‘얼티밋 카운터테너’ 공연. 공연을 보기 전에는 바로크 음악에 대해서 잘 몰랐지만 이제는 조금 알 것 같기도 하다. 음악을 통해 조금 더 나아지는 세상을 만들어가는 연주자들과 카운터테너 가수들에게 박수를 보낸다.


[김민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