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화가의 '언어'를 만나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리뷰
글 입력 2017.06.10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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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가의 '언어'를 만나다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리뷰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을 찾았다. 주말의 미술관은 가족들과 손을 맞잡은 연인들로 붐볐다. 한가람 디자인 전시관을 찾아 표를 끊고, 전시장 안으로 들어갔다. 최근 갔던 전시들과는 다르게 사진촬영은 금지되어있었다. (마지막 순서인 미디어 전시 쪽에서는 가능하다)
 
 
 
# 언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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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간 지붕(Les Toits rouges) 1908, oil on canvas, 79 x 92cm


  가장 먼저 눈에 들어왔던 특징은 블라맹크의 '언어'였다. 일반적으로 전시회에 가면 각각의 작품들 옆에 제목, 연도, 기법 정도가 적혀있다. 이번 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에서는 블라맹크가 쓴 글들이 함께 발췌되어 있었다. 화가로서 이름을 남겼지만, 그림을 그리는 동시에 예술과 시대, 삶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끊임없이 글로 남겼던 작가였기 때문이었을 것이다. 작품 사이를 오가다 보면 작품이 눈에 먼저 들어오는 경우도 있고, 제목과 블라맹크의 문장들이 먼저 읽히는 경우도 있다. 그리고 그때마다 작품은 조금씩 다르게 느껴지곤 했다. 하나의 그림 앞에 설 때마다, 한 인간이 남긴 두 가지 '언어'를 만나는 것 같았다. 화가로서 물감으로 그린 그림들과 작가로서, 글자로 남긴 글들을 동시에 접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블라맹크에게 그림과 글은 모두 하나의 '언어'였을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전시가 독특한 경험이었던 이유다.
 
 

# 부피


 전시장을 나서며 들었던 생각은 '부피'가 느껴지는 전시였다는 점이었다. 이전에 적었던 글에서도 언급했었지만, 블라맹크의 이번 전시는 그가 남긴 유화 작품들을 중심으로 이루어져 있다. 작품들에선 그의 필치가, 물감이 엉기며 만들어 내는 그 부피감을 그대로 느낄 수 있다. (몇몇 작품들은 유리 액자에 끼워져 있어 덜 느껴지기도 했지만)

 유화 작품들을 따라 걷다 보면 블라맹크의 석판화들을 만나게 된다. 마치 동화책 한 켠에 그려진 삽화처럼 보이기도 하는 그 작품들은 블라맹크가 죽기 전 남겼던 작품들이다. 입체적이라고 느껴졌던 유화 작품들과는 너무 대조되기 때문이었을까, 그가 남긴 지극히 평면의 그림(?)이 오래 기억에 남았다.
 
 

#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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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 덮인 마을(Village sous la neige) 1935-36, oil on canvas, 54.5 x 65cm


  대부분의 작품들은 풍경화다. 마을의 풍경, 소박한 집들, 건물들 사이로 나있는 길. 색감과 붓 터치에만 신경 쓰다 문득, 누구에게나 평범했을 동네의 풍경을 이토록 많이 그린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궁금해졌다. 이 길은, 이 집은 블라맹크에게 어떤 의미였을까 (함께 전시되어있는 그의 저서 속 문구들을 읽다 보면 힌트를 얻을 수 있다)

  조금씩 다른 구도의 풍경화들을 바라보며, 왠지 집에 가는 길이 오늘만큼은 낯설게 보일 것만 같았다.
 
 

 # 체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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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년 전부터 인가 미디어 전시라는 말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게 된 것 같다. 무엇인지 알고 나서는 내 취향은 아니겠다 싶었다. 아이들을 위한 전시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이 때문에 미디어 전시가 주가 되는 전시회는 거르곤 했다. 이번 전시는 대부분 작품 전시이고, 마지막 섹션이 미디어 전시였다. 역시나 아이들을 위한 전시겠구나라는 생각에 발걸음을 재촉하다, 이곳에서만 한참을 서있었다. 이거구나 싶었다. 작품을 말 그대로 '체험'하게 해주는 것, 그것이 미디어 전시가 가진 매력이었다.

 이번 전시는 8월 20일까지 계속 된다고 한다. 유화의 매력을 제대로 느낄 수 있을 뿐 아니라 블라맹크라는 한 인간의 '언어'를, 그의 작품들을 '체험'할 기회라는 생각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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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 유럽미술의 숨겨진 거장 -


일자 : 2017.06.03(토) ~ 08.20(일)
(매월 마지막 주 월요일 휴관)
시간
오전 11시 - 오후 8시
(입장마감 : 오후 7시)

장소
예술의전당 한가람디자인미술관

성인(만19세-64세) 13,000원
청소년(만13세-18세) 10,000원
어린이(만7세-12세) 8,000원
유아(36개월 이상-미취학아동) 6,000원


[이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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