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 Terra > 인류와 동물 그 사이 어딘가에서 in 서울환경영화제 [시각예술]

지구라는 거대한 공간 속 존재들
글 입력 2017.05.31 0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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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은 가장 상위의 생명체인가. 이미 무척 오래전부터 많은 논쟁을 일으켜온 주제일테다. 근대 사상에 근거한다면 인간은 합리적 이성을 지닌 유일한 존재로서 여타 존재들을 지배할 권리를 지니지만, 환경운동의 흐름에서 인간은 다른 생명체에 대해서 어떠한 권리도 부여받지 않은 자연의 하위체이다. 오래지 않은 시기까지만 해도 전자가 더 우세한 여론이었던 것 같다. 그러나 오늘날 한 가지 확실해진 것은 상위자라는 이름으로 여타 생명체들을 그리고 자연을 함부로 해온 결과가 이제 인간을 고통스럽게 만들고 있다는 사실이다. 우리를 괴롭히는 오염된 물과 공기 그 전부가 우리의 헛되었던 욕심을 보여주는 증거이며 인간은 현재 그로 인해 훨씬 더 큰 비용을 지출하고 있다. 이에 제동을 걸 수 있는 것이 바로 환경운동이라고 할 수 있겠다. 개발하려는 자와 지키려는 자, 두 양극은 오랫동안 끝없이 대립하고 있다. 누가 '옳다'라고 단언할 수는 없겠지만 '서울환경영화제'는 그 대립 속에서 보다 지속가능한 방식을 우리에게 제시해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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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Terra는 라틴어로 '땅'을 의미한다. 우리가 살아가는 지구라는 공간은 하나의 땅덩어리로부터 시작되었다. 어떠한 생명도 살 수 없이 뜨거웠던 화염의 태초를 보내고 생명의 실마리, 물이 생겨났다. 그리고 그 속에 박테리아가, 박테리아를 먹고 이끼가, 이끼를 먹고 조그마한 생명체가 자라나기 시작했다. 뭍까지 생명체의 영역이 확장됨에 따라 그 다양성은 기하급수적으로 증가했고, 공룡의 모습을 빼닯은 조류 그리고 현생인류의 기원이 되는 종들까지 자연 속에서 함께 살아가게 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탄생한 인간이라는 종은, 이전 어떤 종과도 다르게 진화를 거듭할 수록 자연을 '소비'하는 종이 되었다. 인간이 그저 돈을 벌기 위해 '개척'한 땅은 사실 생명들이 살아가던 터전이었고, 삶의 공간을 빼앗긴 동물들이 인간의 앞에 나타나자, 인간은 그 생명들마저 돈과 맞바꾸어 버리곤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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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90여분의 러닝타임 내내 필자가 그랬듯 모든 관객들을 참으로 부끄러웠을 것이다. 감독의 시각 혹은 어떠한 개인의 시각이 아닌 인류의 이름으로 읊어진 나레이션은 차분하지만 냉철하게 인류와 동물의 역사를 서술해냈다. 먹이사슬의 꼭대기에서 아무런 죄책감없이 필요 이상의 육식을 일삼으며, 그 육식을 위해 다른 생명의 삶을 무참히 빼앗는 인간. 그것이 바로 영화관에 앉아있는 우리였다. 그런 우리에게 어쩌면 언젠가부터 잊고 있었던 경외심을 일깨워주려는 것일까. 광활한 자연의 풍경뿐 아니라 패턴을 이룰 것만 같은 세포들, 싹을 움틔어내는 단단한 줄기, 줄기를 타고 올라가는 덩굴 등 영상 속 자연의 모습들은 어떠한 기교도 없이 그 자체만으로 크나큰 경이로움을 자아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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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해로 14번째를 맞은 서울환경영화제이다. 개발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조금씩 커지고, 정부적 차원에서도 환경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지면서 이 영화제의 입지 역시 점차 더 커지고 있다. 영화제에서 다루는 영화의 폭도 더욱 다양해지고 있는데, 이 역시 사람들이 가지는 관심의 폭이 다양해지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일테다. 5, 6월에는 늘 각종 영화제가 참으로 풍족하다. 이러한 영화제들을 통해 평소에는 접하기 힘든 다큐멘터리 영화의 매력을 알게된다면 무척이나 좋을 것이다. 책이나 다른 정보원들과는 또다른, 감독의 시선으로 조금 더 생생하고 진솔하게 담긴 현장의 이야기가 바로 다큐멘터리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2018년 제15회 서울환경영화제를 다시 또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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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il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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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우정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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