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사랑을 해본 이라면 누구든, 우주의 연인들 [문학]

글 입력 2017.04.10 21: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지난 사랑을 추억할 때, 그 순간의 감정, 기억, 느낌을 잊었을 때. 사무치게 아쉬웠던 기억들이 있지 않은가. 무슨 느낌인지 어떤 감정이었는지 세밀한 기억이 아닌 조금은 두루뭉술한 그 느낌에 사뭇 아쉬움을 느꼈던 지난 날들. 사랑을 할 때 순간의 감정들 중 정말 잊고싶지 않은 보석같은 것들이 많다. 작지만 빛나는. 하지만 잘못하면 잃어버리고 마는 찰나의 순간들. 그 순간들이 있기에 사랑은 더욱 소중하게 간직되는 것이 아닐까.


끝에서 시작된 글


안녕하세요, 저는 서울에 사는 보경입니다.
지금은 서울에 살지만 그 사람과 연애할 땐 다른 우주에 살았죠.
여행을 다녀오듯 한 사람의 우주에 다녀와서, 이 글은 시작되었습니다.
 
연애와 여행은 비슷한 구석이 있습니다.
온 마음을 다해서, 온 몸으로 부딪혀서,
새로운 여러가지 것들을 배우기도 하고,
오해하기도 하고, 이해하기도 하고,
괴롭기도 하고, 위로를 얻기도 하고, 그리고,
돌아와서,
산산조각 난 자신을 조립하고나면 비로소 어렴풋이 그 의미가 보입니다.
우리는 사랑할 때 가장 예민하게 느끼고 가장 많이 경험합니다.
이 책은 사랑하는 한 사람의 두려움과 떨림의 세밀한 기록입니다.
기가 막히게 아름다워 온 마음을 빼앗았던 떨림과
놓치는 것들에 대한 두려움이 있었습니다.
누구나 그러하듯이 말입니다.
사랑하고 있다면, 사랑한 적 있다면, 당신도 나의 친구입니다.
모쪼록 이 책을 통해 서로의 마음을 쓰다듬을 수 있길 바랍니다.
 

<우주의 연인들/저자 보경>


 보경작가의 우주의 연인들 소개글이다.

 연애와 여행의 닮은 점. 새로운 곳에 가 그 곳의 구석구석을 경험하는 것, 또 그 곳에서 또 다른 나를 만난다는 것이 우리가 여행을 하는 가장 큰 이유가 아닐까. 이와 같이 본다면 여행과 연애는 참 많이 닮아있다. 연애 또한 내가 아닌, 다른 환경, 다른 경험, 다른 사람들 속에서 살았던 한 개인의 구석구석을 알아가고 닮아가고 겪어가는 것이다. 이 과정 속에서는 완전하게 새로운 것을 알아갈 수도 있지만 그 사람으로 인해 '나'의 새로운 모습을 알아가게 되는 것 또한 완벽하게 떨리는 경험일 것이다.이것은 나를 붕 뜨게 만들수도, 혹은 완전히 무너지게 만들수도 있다.
도대체 사랑, 진짜 어떤 경험인걸까.





1.jpg




 책의 첫 장을 읽고 나서 든 생각은 '아껴 읽고싶다'였다. 한장 한장 읽어나감으로 책이 끝나는게 너무 아쉬웠다. 그래서 하루에 한 챕터만을 읽었다. 그마저 아쉬워서 마지막 장은 미루다 미루다가 결국 일주일을 미루고 읽어버리고 말았다. 114 페이지의 분량이, 11개의 챕터가 너무나도 짧게 느껴졌다. 모든 페이지가 고개를 끄덕이게 했고 첫사랑부터 현재 내 곁에 있는 사람까지 나도 모르게 떠올리고 있었다. 그렇다. 모든 연애는 각자 그들만의 '맥모닝'을 가지고 있고 그들만이 부르는 'wonderwall'가 있을 것이고 그들의 '우주'가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강점이 그것이다. 사랑을 한 번쯤 했던 사람이라면 누구나 공감하고 다시 그 때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는 힘. 우리만의 이야기를 다시 되감아보는 힘. 우리는 지금 어떤 순간을 떠올리고 있나.


2.jpg
 

사랑을 지독히도 아름답다. 하지만 햇살밝은 봄노래처럼 따스하기만 하지는 않다. 봄에는 황사도 있고 간혹 있는 꽃샘추위도 있고 봄비도 내린다. 사랑은 따스하다. 하지만 그만큼 두려움이 뒤따르는 감정이다. 그것이 전혀 모르는 미래여서 그럴수도 있지만 이미 겪을 사람이라면 그것에 동반한 걱정일 수도 있다.


'언젠가 헤어질지도 모른다.'
처음으로 생각했다. 헤어지는 것.
.
.
.
나는 더 이상 불안하지 않고, 대신에 물기 어린 슬픔만 온 몸에 가득해졌다. 슬픔은 언제나 액체로 연상된다. 불투명한 비눗물 같은 슬픔. 발가락 끝부터 콧잔등까지, 찰랑찰랑 슬픔이 차오른다.
우주를 자주 생각하는 건 정신 건강에 안 좋다. 아주 가끔만 생각해야 한다.
어쩌다 한 번, 그것도 아주 잠깐.

-우주의 연인들 60pg-


연애를 할때 모두가 그렇듯 한번쯤은 싸운다. 싸움은 큰 고통과 불안과 걱정을 준다. 서로 안맞는 생각을 확인하고 의견차이를 좁히는 일은 단순한 인간관계에서도 꽤나 머리 아픈 일이지 않은가. 고통스럽다. 아프고. 하지만 홀로 '헤어짐'에 대해 생각할 때, 가장 우울함이 크게 다가온다고 생각한다. 정말 순수한 슬픔이 차오르는 순간이라 생각을 한 적이 있었다. 다른 어떤 감정도 공감이 갔지만 이 부분은 탄식이 나왔다. 문득 든 '헤어짐'이라는 생각에 슬픔이라는 감정이 차오르는 기분. 그 순간 애인이 곁에 있어도 한켠에 쓰라림은 상처에 물이 닿일 때 아프듯 아려온다. 작가의 말처럼 그런 기분은 어쩌다 한 번, 그것도 아주 잠깐 해야한다. 상처를 계속 내서 남는 건 흉터밖에 없다.





가장 순간적인 것이 가장 영속하기를 바라는 것이 연인의 비극이 아닐까.
사랑
사랑한다는 확신
그런 것이 있을까.
우리는 언제나 망설이면서, 너무나 일시적인 자신의 존재에 질려하면서, 살아가고 있는데.

감정들뿐인 것은 아닐까.
서투를 충동들뿐인 것은 아닐까.
단지 우리가 파악하지 못할 뿐인 일시적인 것들의 덩어리가 우리 사이에 놓여 있을 뿐인 것은, 아닐까.

어째서 사랑한다는 말로 밖에 사랑할 수 없는 것인지.

-우주의 연인들 113pg-


이 책의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다. 사랑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이 책의 마지막 장을 덮는 것을 막아버렸다. 모두가 꿈꾸는 사랑의 영원함. 모두가 약속하곤 하는 영원함. 그런 것이 있을까. 세상에 영원한 것이 있을까. 과거에는 상상도 못한 것들이 이미 너무 많이 일어나고 있는데. '물'을 사먹고 '깨끗한' 공기는 점점 없어져가고 소중한 사람도 세월이 지나면 계속 떠나간다. 그런데 언제 시작된지도 확실치 않은 '사랑'이라는 것이 과연 영원할 수 있을까. 일시적이다. 그저 충돌일 뿐이다. 확신? 개인적으로 그건 있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영원하지 않다. 사랑은 변하지 않아도 사람이 변해서 영원하지 않다. 비극적이다. 하지만 그 일시적인 순간에 모든 것을 다하는 것이 사랑이라 생각이 든다.





이번 오피니언을 준비하면서 알게 된 정보인데 아트인사이트의 독자님들과 공유하고자 한마디 덧붙입니다. < 우주의 연인들 >이란 책은 한 독립출판서점에서 우연히 만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4월 22일부터 23일까지 경의선에서 독립출판축제가 열린다고 하는데요. 혹시 관심 있으신 독자분들이 참여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주의 연인들 >의 보경 작가님 역시 참가하신다고 하니 혹시 관심이 생기신 분들은 찾아가 본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43089606961d7faebb29eb6497bf6669_6Hk8scnc5TTMPDl9Yj.jpg
 


김정수.jpg
 
 

[김정수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