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대학로 뮤지컬 '임꺽정, 그가 온다!' (170312 관람)

글 입력 2017.03.24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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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빛이 적당히 나고,
흐리지도 춥지도 않던,
돌아다니기에 딱 좋은 날씨에,
뮤지컬을 보러 대학로에 다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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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열 좌석을 받았는데,
아주 적절한 위치였다!

참고로 나는 극단적인 앞쪽을
부담스러워하는 사람으로,
4-5열쯤이 배우님들 얼굴도 잘 보이고
아이컨택도 잘 되는,
'안 부담스러운' 편이라 - 추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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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근두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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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직전 촬영한 사진!





줄거리

조선 명종시대의 임꺽정 무리가 토벌대와 맞서 싸우다 몰살당함 > 임꺽정은 가파치에게 어린 딸 난희를 맡기며 '살아남아야 한다'고 말함 > 가파치는 탈출해 양주에 정착함 > 15-6년 후 다시 판을 치는 탐관오리들 > 난희와 혼인을 약속했던 이웃마을의 서우는 본디 군역의 의무가 없는 계급이지만, 빚이 문제삼아져 군역을 지게 됨 > 가파치를 꼬드겨 (='빚쟁이 서우와 난희를 결혼시키려면 대감들의 마음에 드는 신을 지어야지!') 한양에 보낸 다음, 윤참판이 난희를 범함 > 가파치는 '살아남는 것'이 '숨만 쉬는 것'이 아닌 '정신을 이어받는 것'임을 깨달음 > !

더 이상 불의를 참을 수 없게 되었을 때,
가파치는 억눌린 백성들과 함께
임꺽정 탈을 쓰고 일어난다.



작/연출 송인현 대표의 말

"승자의 기록이 아닌 민중의 마음이 참 역사를 이끌어간다고 생각합니다. 드러난 것과 감춰진 것이 함께 가야 온전한 역사가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예술은 드러나지 않는 것을 조명하는 작업이 필요합니다."

"임꺽정은 역사적으로는 실패했지만, 그의 생각과 행동은 백성들의 마음 속에 살아 지금까지 전해지고 있습니다. 직접 임꺽정 이야기를 하지 않고 사후 10여 년이 지난 시점을 택한 것은 지금까지도 그 시대가 이어지고 있다는 생각을 나누기 위함입니다. 불의에 맞서 일어나는 사람은 누구나 임꺽정이라고 말하고 싶었습니다."

  실제로 나는 극을 보며 단순히 조선시대를 떠올리기보다는 현재 시국과 자연스럽게 겹쳐서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 재현이와 나오면서 한 말이 '야... 이거 시기가 너무 탁월한데...'였을 정도.

  한편 다른 관람객 분께서는 나오시면서 '레 미제라블'과 겹치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고 말씀하셨다 - 그러고보니 정말 그렇더라. 자신들의 목소리를 내며 세상을 변화시키고자 하는 민중. 과정과 결말까지 닮은 점이 많아 소름. 전세계의 보편적 모습인걸까. 민중의 힘과 용기에 감탄하면서도 어쩜 기득권은 이리도 예상을 빗나가지 않는가, 씁쓸해지는 순간.



그럼 이제 나의 개인적 감상을 더해볼 차례!



01. 아담한 극장, 예그린 씨어터

  지금까지 가본 뮤지컬 공연장과는 '사뭇 다른' 사이즈의 예그린 씨어터. 예술의 전당과 샤롯데 씨어터 정도를 '적당한 크기'라고 생각했던 내게 '아담한' 연극 극장에서 보고 듣는 뮤지컬은 무척 새로웠다!

  내가 느낀 차이점들을 간단히 적어보자면:

01) 배우들의 입 모양과 감정 표현이 잘 보인다. 고로 좀 더 유심히 살피게 된다. (가까운 정도는 .. 음 .. 내가 4열에 앉아있었는데 배우님이 격렬하게 말씀하시면 튀어오르는 침까지 보였다.) 
02) 백스테이지를 사용하지 않는다. 모두들 장면마다 본인의 역할이 끝나면 무대 양측으로 가서 잠시 pause를 갖고는 조심스럽게 좌석에 앉으셨다.
03) 무대를 100% 활용한다. 남는 부분이 없다. (무대와 소품 파트에서 좀 더 상세히 적어보겠다.)



02. 적은 인원의, 하지만 1인분 이상의 역량을 보이는 배우들

  캐스트보드에 올라있는 배우 외의 엑스트라 배우를 쓰지 않는다. 나는 임꺽정 이야기라면 당연히 엄청나게 많은 군대와 백성 무리가 필요하지 않을까 했는데, 적은 인원이 여러 역할을 맡는 것으로도 충분히 딜리버리가 이루어지더라 - 얄미워 죽을 것 같은 마름 역할의 배우님이 갑자기 쫄쫄 굶는 백성1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고, 북과 장구를 치던 배우님이 허수아비 왕이 되어계시고, 가파치를 제외한 모든 배우들이(착하고 나쁘고 메인 캐릭터에 관계없이) 번갈아가며 대신의 목소리를 맡는(대신들은 모두 인형으로 등장한다) 식이다. 모두들 표정과 목소리의 변환이 자유자재셔서 전~혀 어색함이 없었다.



03. 주어진 여건을 최대한 활용한 무대와 소품

  무대의 사이즈가 비교적 작은만큼 쓸 수 있는 공간을 최대한으로 활용한다. 무대의 제일 안쪽에 다리를 설치해 부족한 원근감을 부여하고, 무대를 칸으로 나누는 대신 필요한 순간마다 스크린을 내려 앞뒤에 사람을 배치, 무슨 일이 일어나는 지 직/간접적으로 알 수 있게 해준다.

  소품은 어떠한가? 책상이 나오고, 북이 나오고, 가죽이, 등짐이, 천과 꽃잎이 나온다. 한국적 정취가 물씬 풍기는 소품들을 적절히 잘 활용했다고 생각했다.



04. 노래와 안무의 독특한 매력

  처음 들어가보면 무대의 우측에 거문고와 생황, 북, 장구가 위치한 것을 볼 수 있다. 이들이 계속해서 넘버들의 선율/박자를 깔아주고, 나중에는 배우들이 직접 서서 북을 치며 노래를 부르기도 한다. 개인적으로는 생황을 실제로 연주하는 것을 처음 봐서 신기했고, 한국 관악기 특유의 소리가 좋아서 넘버를 듣다가도 멜로디라인에 좀 더 집중하게 되는 스스로를 발견할 수 있었다. 

  개인적으로 인상적이었던 넘버는 세 개가 있는데, * 꿈을 꾼다~ 꿈을 나눈다~ 한사람의 꿈은 꿈이지만~ 두 사람 이상의 꿈은 현실~ 하고 부르는 메인 넘버가 제일 인상적이었고, * 가자! 가자! 가자~~~ 하고 외치는 민중의 노래도 에너지 넘쳐서 좋았고, * 미~안해 미안해 나~~~ 하며 서우와 난희가 읊조리는 고운 선율, 그리고 슬픈 감정선이 울림을 주었다.

  안무 역시 기존의 틀을 벗어난 느낌으로, 한국 전통 탈춤이 활용되며 '흥 넘치는' 리듬감이 움직임 곳곳에서 나타난다. 대사들과 맥락을 같이하는 움직임이 많다는 게 특히 좋았다.



thanks to. 아트인사이트 (www.artinsigh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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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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