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백순진 (사)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

글 입력 2014.06.28 2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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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트인사이트 201407


백순진 (사)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



글 - 오현금

(파리 소르본대학 박사/ 창조문화연구소 대표)



- 오현금:
    ‘당신에게서 꽃내음이 나네요~’ 인터뷰를 오면서 나자신이 꽃내음이 나는 삶을 살았는지 생각해 보았습니다. ‘라이파이’ 그림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오는데 누가 그린건가요?


- 백순진:
    저의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영향을 준 것이 바로 만화가 김산호 선생님의 ‘라이파이’이지요. 어릴적 이 만화를 보면서 꿈을 꾸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슈퍼맨, 배트맨처럼 외국에서 만들어진 영웅이 아니라, 1960년대 태백산을 근거지로 제비호를 타고 6대륙을 종횡무진 활약하는 우리의 꿈이었습니다. ‘라이파이’ 글자의 ‘ㄹ’을 가슴에 그리고 모자에 새긴 정의의 사자는  당시 모든 청소년의 우상이었습니다. 라이파이처럼 세계를 구할 수는 없지만, 이 만화는 저에게 안주하지 않으면서 살라는 가르침을 주었지요. 세상 구조에 대하여 그리고 선과 악에 대해서도 생각하도록 해 주었답니다. 그때는 ‘라이파이’ 다음 호가 나오기를 기다리며 살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나오면 바로 ‘sold out’ 되어 버렸지요. 초등학교 때에는 동네 골목에 좌판을 깔고 만화가게보다 낮은 대여료를 받으며 ‘라이파이’를 빌려준 적도 있습니다. 성장기에 가장 쉽게 접할 수 있는 것이 만화와 음악입니다. 요즘도 ‘라이파이’ 동호회가 활동하는 것을 보면 그때 얼마나 많은 영향력을 미쳤는지 짐작할 수 있을겁니다. 유교사상에 젖어 있어 대중문화나 만화가 천시되고 있을 때에 만화라는 장르의 중요성을 깨닫게 해준 훌륭한 작품입니다. 오죽하면 제가 라이파이를 그렸겠습니까?


백순진 - 이코노미스트.jpg
▲ 백순진 (사) 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 / 사진출처 - 이코노미스트


- 오현금:
    백 이사장님의 첫 사업은 ‘만화대여업’이라고 할 수 있네요. 70년대에 활동하던 듀엣의 이름이 모두 외국어로 되어 있는데, 특히 ‘4월과 5월’이라는 우리말 이름으로 활동하신 것도 한국의 슈퍼히어로 ‘라이파이’의 영향이 아닐까 생각하면서, 음악에 대한 이야기 들어보고 싶습니다.


- 백순진:
    음악을 정말 만들어 보고 싶었습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비틀즈에 심취해 있었는데, 폴 메카트니와 존 레논이 공동으로 작품을 어떻게 낼 수 있는지, 어떻게 그렇게 많이 만들어 낼 수 있는지 등이 궁금했고, 그들과 그들의 음악은 너무나 신비로웠답니다. 부모님께 대학에 가서 음악을 하겠다고 하니 무척 반대하셨습니다. 그 당시에는 실용음악과 라는 것이 아예 없을 때여서 작곡과로 진학하게 되었지요. 나운영 선생님은 매일 일기를 쓰듯 작곡을 해오라고 하셨어요. 곡을 들고 가면 비틀즈 풍이 나면 마구 야단을 하셨지요. 이교숙 선생님은 그 당시의 풍토와는 달리 대중가요를 경시하지 않으셨던 분인 것 같아요. 제가 작곡을 해서 갖고 가면 너무 대중가요 같다고 하시면서 왜 그렇게 느끼는지에 대해 설명을 해 주셨답니다. 신중현 선생님의 가르침도 아주 귀한 기초가 되었습니다. 1971년으로 기억하는데 지금의 세종회관과 같은 기능을 한 명동시립극장에서 서울신문사 주최로 공연이 있었는데, 한국 최초로 대중음악을 가야금과 함께 공연하였습니다. 공연을 마치고 나오는데 국악인이 저를 불러 다시는 이런 짓을 하지 말라고 하셨지요. 제가 쓴 곡으로 TV 출연도하고 대중에게 알려지기 시작하자 다니던 작곡과에서 학교를 나가라고 했습니다. 사정사정해서 연극영화과로 옮기게 되었고, 다양하게 공연과 영화를 함께 접하게 되어 오히려 도움이 되게 되었습니다.



- 오현금:
    요즘은 우리의 음악을 세계화시키기 위하여 국악 오케스트라를 비롯하여 크로스오버 장르가 많이 알려져 있는데, 이사장님의 한류의 선두주자이셨네요.


- 백순진:
    송창식의 ‘딩동댕‘과 같은 가사지만 저는 가야금과 협주하는 곡으로 만들면서 늘 세계를 향하여 나가는 ‘라이파이’를 떠올렸지요. 그때 비틀즈가 한국에 와서 공연을 하면 돈이 될텐데, 그런 스타를 한국에서 만들어 세계로 나가면 어떨까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지요. 4월과 5월의 첫 멤버였던 이수만에게 이 얘기를 해주기도 했습니다. ‘라이파이’가 세계를 구하듯 우리의 뮤지션이 쇼비지니스 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낼 자질이 충분히 있고, 또한 최고가 되도록 해야 한다고 생각을 한 것이지요. 그래서 기획사를 만들어, 작곡, 작사, 레코딩, CF찍기, CM송, 가수 키우기 등 다양한 사업을 했습니다. 참 열심히 했었는데 사업을 접어야만 했답니다. 흑자도산이라고 말을 해야 할 것 같아요. 그때는 LP판으로 찍어서 음악이 대중에게 알려지는 시기였는데, 유통업자에게 사기를 당했던 것입니다. 그랬더니 건강이 너무 나빠져서 한 달 동안 병원에 입원하게 되었고, 그 이후 미국으로 건너가서 사업을 하게 된 것이지요.



- 오현금:
    잘못된 음원 유통 구조의 피해자로 음악을 떠나 사업에만 전념하게 되셨는데, 이제는 그동안의 모든 경험을 후배들을 위하여 봉사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된 것 같습니다. 7월부터 정식으로 활동하는 (사)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이사장을 맡으셨다는 소식 들었습니다.


- 백순진:
    비즈니스를 하면서 한동안 음악을 놓았습니다. 음악을 만드는 작업은 조용한 한밤중에 주로 이루어지는데, 밤새도록 곡을 만들고 아침 일찍 비즈니스 미팅을 해야 하는 경우는 참 힘들었습니다. 제가 음악을 하고 무대에 서겠다고 할 때, 어머니가 ‘평생 너를 따라 다닌다’라고 말씀하신게 기억납니다. 인연이란 정말 무서운 것 같아요. 미국 생활 10년 후에 서울에 와서 거리를 걷다 우연히 가수 김준을 만난겁니다. 가수협회 창립총회에 같이 가자고 했습니다. 옛 얼굴들이 보고 싶어서 따라 갔다 그만 부회장이 되었습니다. 서수남, 정훈희, 남진 등을 만나서 너무 좋았지요. 그때 가수협회에서는 한류열풍을 세계로 넓혀 세계적인 대중가수로 키우는 운동을 했지요. 2010년에는 ‘싱어송라이터 협회’회장이 되었지요. 음악은 작곡, 작사 없이는 나올 수 없습니다. 비쥬얼도 중요하지만 핵심은 음악 자체의 우수성입니다. 저 자신이 잘못된 음악유통산업의 구조의 피해자이기도 했고, ‘싱어송라이터 협회’의 모든 회원은 저작권협회의 회원으로 내부의 야당의 역할을 하였던 것이지요. 이번에는 낮은 자세로 음악저작인의 권익을 높이기 위하여 열과 성을 다 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겼습니다.



- 오현금:
    앞으로 협회에서는 어떤 일을 하게 되나요?


- 백순진:
    음악을 만드는 일은 창조적인 일입니다. 특별한 재능을 지닌 협회의 회원들이 창작에만 전념할 수 있는 환경과, 우리가 만든 음악이 세계의 표준이 되고, 세계인들이 우리 음악인들의 음악 애호가가 되도록 하고 싶습니다. 한국은 문화산업의 역사가 짧다고 할 수 있습니다. 문화산업의 가장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저작권료의 투명, 공정한 유통과 분배 등 문화산업의 기본을 만들어서 발전의 주춧돌이 되고 싶습니다. 뮤지션들의 행복지수가 외국에 비해 낮은 편이고, 저작권료 수입 부분에서도 양극화가 심합니다. 저희 협회에서는 ‘신탁범위선택제’를 도입합니다. 지금까지는 저작권자의 모든 권리를 통째로 신탁하는 ‘인별포괄신탁제’만 가능했지만, 저작권자 스스로 관리가 가능한 일부 영역(개별관리 영역)에 대해서는 직접 관리할 수 있도록 협회에 신탁하는 권리의 범위를 선택할 수 있기 때문에, 구체적이고 다양한 권리를 누릴 수 있습니다. 신탁 받은 곡에 대해서는 전담 직원이 개인비서로서 모든 부분을 심부름하는 비서의 역할을 해주며, 회비도 가입 시 선납하는 것이 아니라 장래에 발생하는 저작권료에서 공제하는 방식, 기타 파격적인 혜택을 택하여 회원들은 좋은 음악만 만들면 그 이외의 모든 일은 협회에서 책임지고 하도록 하겠습니다.



- 오현금:
    음악가에서 기업가로 또 다시 문화산업의 발전을 위하여 봉사하는 삶으로 이어져 가는 모습이 ‘희망의 빛을 항상 볼 수 있도록~ 저 험한 세상 등불이 되리’를 떠올리게 합니다. 어떤 사업을 하고 계시는지요.


- 백순진:
    (주) 샤프 에비에이션 K 부회장을 맡고 있습니다. 유나이티드에어라인, 이디오피아에어라인 등 외국항공회사 한국 총대리점을 하고 있으며, 공항에서의 지상 조업, 주유, 케이터링 등 서비스 분야는 모두 맡고 있으며, 칠레와인과 캘리포니아와인도 수입하여 국내에 공급하고 있습니다. 이 사업은 원래 집안의 비즈니스이기에 저는 주로 아이디어를 제공합니다. ‘나는 숫자를 싫어하고, 천상 예술가이구나’ 라는 생각을 늘 합니다.



- 오현금:
    예술에서 아이디어를 얻어서 경영하는 창조기업의 모델이신대요. ‘아트인사이트’ 독자에게 하고 싶으신 말씀 부탁드립니다.


- 백순진:
    음악저작인에게 지급되는 저작권료가 일본에서는 연간 1조인데 비해 한국은 현재 1200억원입니다. 사실은 2500억원이 지불되어야한다고 합니다. 그중의 대부분은 대중음악에 지불됩니다. 음악저작권은 대중음악에 국한된 것이 아닙니다. 국제무대에서 활약하고 있는 정태봉, 진은숙, 김정길, 이만방, 강석희 등과 같은 현대음악 작곡자를 비롯하여, 국악부분에서도 황병기, 국립국악관현악단의 박범훈 등 많은 창작활동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세계인이 우리가 만든 음악을 사랑하도록 음악인에게 좋은 창작 환경을 만들어 주고 싶습니다. 변화하는 미디어 환경에 발 빠르게 대응하여 음악 사용자가 편리하게 음악저작물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하고 이것은 다시 음악산업 활성화로 이어지도록 하고 싶습니다. 



- 오현금:
    이번 여름에는 ‘바닷가에서 우연히 만난 사람, 바닷가에서 추억을 맺은 사람~’을 생각하며 바닷가를 걸으며, (사)함께하는음악저작인협회 회원들이 좋은 작품 많이 만들어 주시고, 그 음악이 올바르게 세계를 향해 나아가기를 힘차게 응원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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