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방정리 예찬론 [문화전반]

'자기만의 방'을 가꾸는 일이 중요한 이유
글 입력 2017.01.31 2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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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방정리 예찬'의 시작은 대학교 1학년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2시간 거리를 통학하는 새내기였던지라 도대체 방을 치울 시간이 나질 않았다. 쉽게 더럽혀지는 방을 보며, 이대론 안되겠다 싶었다. 나의 동선과 정말 필요한 것들, 항상 손 닿는 곳에 있어야 하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하며 가구들을 이리저리 옮겼다. 그러다 보니 어디에 놓아도 상관없을 것들이 보였다. 그러니까, 그런 것들은 나에게 있으나마나한 것들이란 뜻이었다. 소유하고 있다는 사실로 제값을 한다 생각했던 그런 것들이랄까. 내 방 한 칸도 모자라 안방이나 동생방으로 비집고 나갔던 많은 물건들을 미련도 없이 훌쩍 떠나보냈다. 만일 방의 무게를 재볼 수 있었다면 절반만큼이나 줄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마음을 정리하는 방법

 그렇게 한바탕 정리하고 나니 온전한 벽 한 면이 생겼다. 갑자기 생긴 이 벽은 나에게 말못할 해방감을 주었다. 그것은 하나의 커다란 상징이었다. '내가 지금껏 짐인 줄도 모르고 쟁여 둔채 살았던 모든 것, 불필요한 집착이었던 모든 것과의 이별'.  비워진 공간은 내게 시간을 만들어주었다. 거울을 보며 이곳저곳 들여다 보던 시간들, 옷들이 늘어져 있으니 괜히 몇 개 더 꺼내보며 고민하던 그 시간들은 이제 없었다. 비워져 있었기에 나의 시선을 함부로 채갈 그 어떤 것도 없었다.  물론, 청소하는데 드는 시간과 에너지도 줄었다. 

 무엇보다도 새로운 방에서 나는 조금 더 차분했다. 홀로 생각하고 정작 중요한 일에 집중할 수 있었다. 깨끗한 새 종이처럼, 여기선 무엇이든 시작할 수 있을 것만 같았다. 그제서야 수많은 물건들을 버리고, 필살적으로 방을 바꿔 보고자 했던 것은 단순히 청소시간에 대한 불만 때문이 아니었음을 알았다. 나는 단지 다음 장(章)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모든 무게추(錘)와의 이별을 필요로 했던 것이다. 

 방정리로 이런 변화를 체감하고 나니, 나는 내 방에 대해 생각하지 않을수 없었다. 그건 사실 좀 어색한 일이었다. 세 남매가 복작이며 살았을 적, ‘나만의 방이 필요하다’ 생각한 이후 내 방이 생겼다. 그 후 11년 동안 이 '방'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란 단 한번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젠 ‘방’이란 어떤 공간인가를 고민하게 되었고, '방'을 정리하는 일을 예찬하게 되었다. 


an-empty-room.jpg



 #'자기만의 방'

  버지니아 울프에게 '자기만의 방을 갖는 일'이 중요했던 것만큼이나 나에겐 그 방을 '가꾸는 일'이 중요하다. 자신의 방을 살피고, 정리하는 일이 '마음을 정리하는 일'과 별반 다르지 않기 때문이다. 생각해보면, 누군가의 방이란 오롯이 혼자의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공간이다. 이곳에서 우리의 하루는 시작되고 종결된다. 방에 있는 물건들은 자신이 이곳에 놓도록 결정한, 혹은 허락한 것들이다. 모든 것이 '나'라는 사람과 관련되어 있다. 내 삶의 조각들이 모여있는 장소이자, 자신의 마음을 물리적 공간에 옮겨 둔 것이 '방'이 아닐까. 
 
 온전히 자신의 공간인 이곳에 신경써 보는 것은 어떨까? '방'만큼은 자신에게 편안한 공간이자 사색의 시간을 줄 수 있는 공간이어야 한다. 그러므로 너무 많은 짐을 갖고 있는 건 아닌지 고민해볼 필요가있다. 정리는 지금 자신에게 필요한 것과 아닌 것에 대해 생각하는데서부터 시작된다. 내가 방에 두기로 결정했던 모든 물건들을 살펴보며 자신을 돌아보는 일은 덤이다. 이제 이 공간을 어떻게 가꿀 것인지, 어떤 물건을 더 들여 놓을 것이며 어떤 것들은 버릴 것인지 결정해보자. 다음 장(章)으로 넘어가지 못하게 하는 모든 것과 이별하고 새로운 '방'을 만들어 보자. 내가 꿈꾸고 눈을 뜨는 곳, 나의 하루를 소화시키는 곳, 세상에 나갔다 돌아온 이곳은 나의 마음이니 말이다.









이미지출처
1: https://www.imperial.ac.uk/study/campus-life/accommodation/current-residents/services/cleaning/
2: http://bodiesthatwork.com/an-empty-room/


[이서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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