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름답고 슬픈 인어의 사랑이야기 - 푸른바다의 전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12.08 2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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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드라마를 사랑한다.
우선 밝혀놓고 시작해야 할 것 같다.
어렸을 때부터 남들이 게임을 하고 만화책을 읽고 애니를 볼 시간에 나는 다 드라마를 봤다.
다른 것에 소소하게 관심사가 생기고는 있지만, 극소수일 뿐이고.. 여전히 난 드라마를 좋아한다.
내 유일한 취미라고 할 수 있겠다.

드라마를 좋아하지만, 리뷰를 한다거나 분석을 한다거나 그러지는 않는다. 그냥 보고 좋아만 한다.
참 생산적이지는 못하지만 그냥 취미라고 하자.
드라마를 많이 보다 보면 한국 드라마의 특성상 가끔 다음 장면이나 다음 대사를 맞출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뻔하지 않은 드라마를 좋아하는데 요즘 많이 나와서 참 행복하다. ( 최근 드라마 중  W, 질투의 화신, 도깨비, 푸른 바다의 전설... )

나는 드라마를 보면서 나의 상황과 많이 연관시켜서 생각하는 편이다. ( 내가 여주인공이 될 수 없다는 사실은 너무나 잘 알고 있다. 걱정 마시길..) 그리고 웬만하면 해피엔딩을 바라고, 새드엔딩이라면 맥락 있는 새드엔딩을 원한다. 굳이 죽이지 않아도 되는 사람을 죽여서 갑작스러운 새드엔딩을 만드는 건 정말 싫다. 내가 적게는 16시간(16부작) 에서 많게는 50시간 (50부작) 정도를 지켜보고 응원해온 사람들이 터무니없이 불행해지는 것을 보기 싫은 팬의 마음이다.

오늘 내가 이야기하고 싶은 드라마는 푸른바다의 전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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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이민호
뭐 이름만 들어도 참 아름다운 캐스팅이다. 거기다 별에서 온 그대, 프로듀사 의 박지은 작가까지.
그런데... 1,2 회를 보고 좀 실망했다. 물론 1회가 가장 재미있는 드라마도 있고. 1회가 가장 조잡하고 이게 뭐지..?? 하는 드라마도 많다. 하지만, 전지현의 오버연기(많이 심하진 않았지만..) 와 이민호의 라이터 돌리기는...
' 아.. 딴 거 볼까 ?.. 도대체 어디서 웃어야 하지.. '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이민호의 최면술이 인어보다 더 비현실적 이어 보이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하지만 뒤로 갈수록 재미있어진다. 두 주인공의 애틋한 스토리와 중간중간 나오는 사극이 재미를 살려준다.
잠깐 내용 설명을 하자면 전지현은 인어이고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쭉 살아있다. 이민호는 조선시대에 전지현과 어렸을 때도 만나고 어른 되어도 만난다. 그리고 현대에 또 만났다. 인어에게는 특별한 능력이 있는데, 키스를 하면 그 사람의 기억에서 자신을 지워버릴 수 있다. 현대에 외국에서 만난 전지현과 이민호는 많은 일을 겪고, 물에 빠진 이민호를 구해주면서 키스를 하고 이민호는 기억을 잃고 서울로 돌아간다. 이민호를 찾아 무작정 외국에서 (스페인 즈음) 서울까지 헤엄쳐서 온 전지현은 우여곡절 끝에 이민호를 찾지만 이민호는 아직 기억을 못한다....

여기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은 전지현의 사랑이다. (서론이 너무 길었다.) 드라마 상에서 '심청'이라고 부르고 있는데.. 희생으로 보면 심청이라고 부를만하다.
조선시대부터 현대까지... 그 긴 시간을.. 자신을 기억 못 하는 사람에게..
인어라는 특수한 상황을 제거해서 긴 시간을 뺀다고 하면, 자신을 기억 못 하고 자신을 사랑했다는 사실을 기억 못 하는 그 사람을 한결같이 계속 사랑하고 희생하는 것.. 그게 쉬울까.. 정말 어려운 일이다.

그 사랑을 보며 두 가지 생각이 들었다.
한 가지는 짝사랑 
또 한 가지는 반려견의 사랑

짝사랑의 마음이 그것일까. 그 사람은 나의 존재도 모르고 내 마음도 모르는데, 나 혼자 좋아하고 아파하고 희생하는 것.. 그 사람에게 나는 아무것도 아닌데 나에게 그 사람은 전부여서 뭘 해도 생각이 나고 잊으려 해도 잊을 수 없는.. 그 사람의 작은 행동 하나하나에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그리고, 치매 걸린 분들의 가족도 비슷한 마음이 아닐까.. 너무나 사랑하는 가족인데.. 나에게 그 추억은 다 있는데 그 사람은 기억을 못하는.. 나를 사랑했던 시간마저도 다 잊어버린.. 너무나 가슴 아픈 짝사랑이다.

그리고 반려견의 사랑. 반려동물이 주인에게 주는 순수한 사랑. ( 인어의 밥에 대한 본능이 동물을 떠올리게 만들었다.. )
자신이 사랑하는 주인에 대한 믿음과 사랑이 전부인 반려견은 우리가 기다리라고 하면 곧이곧대로 믿고 기다린다. 우리는 가족도 있고 애인도 있고 친구도 있고.. 그러면서도 외로운 부분을 채우려고 데리고 온 아이들이 반려동물이지만, 반려동물에게는 주인이 전부이다. 내가 전부라고 내가 최고라고 해주는 것이 어디 있을까? 그렇게 말하던 사랑하는 사람도 결국 떠나간다. 하지만, 반려동물은 우리를 먼저 떠나지 않는다. 외로우나 슬프나 변하지 않고 함께 해주는 것이 반려동물이다.

인어가 이민호에게 하는 사랑은 짝사랑이자 주인을 사랑하는 반려동물들이 주는 사랑이다. 그 사랑은 아름답지만 슬프다.



" 인어가 멸종직전인 이유가 뭔지알아?? 안 변하고 있다가 뒤통수 맞기 때문이야. 사람들은 변해. 지구 상에 우리 존재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여줄 수 있는 인간은 없어. 니가 사랑한다는 그 사람도 마찬가지야. 그러니까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절대 들키지마 "



드라마에는 슬슬 시한부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또 시한부야..하겠지만.. 인어도, 이민호도 시한부인듯하다. 물 밖으로 나와 사랑하는 사람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으면 심장이 굳어가는 인어.. (2달 정도의 시한부인듯하다) 그리고 조선시대와 평행이론을 이루고 있는 현대의 사건들.. 조선시대에서 젊은 나이에 사망한 이민호..
평행이론을 거슬러서 인어의 전부 (꼬리, 물 속)을 버리고 얻은 다리로 부디 물거품이 되지 말고 둘이 같이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사랑은 기적을 만든다고 하니까..

가끔 드라마를 보며 생각한다. 나도 저런 사랑을 할 수 있을까.. 너무 거창한 사랑을 꿈꾸는 것일까. 난 사실 그런 거창한 것을 바라는 것도 아닌데.. 혹시 사실은 정말 미칠듯한 사랑이 없는 것은 아닐까...??
내가 진짜 심장이 뛰는 사랑을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고, 그런 사람을 알아볼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사실 용기도 없다. 내가 상처받을까 봐, 그 사람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두렵다. 다시는 못 보는 사이가 될까 봐. 요즘은 자기감정을 솔직하게 고백하는 여자들이 대세인데, 난 아직 그렇지를 못한다. 그런 여자들과 인어가 부럽기만 하다. 
사람이 사랑을 한다는 것은 참 축복할 일이고 행복한 일인데, 왜 이렇게 어려운지 모르겠다. 좋은 만큼 힘들고 어려운 걸까.. 세상의 모든 사랑이 해피엔딩이라면 좋으련만..


" 사람이 사람한테 실망하는 일이 제일 쉬워.
그래서 사람이 사람을 좋아하는 일이
가장 어려운 일이야 "

- 허준재 (이민호) -


" 아니던데. 나는 사랑하는게 가장 쉽던데.
아무리 안하려해도 사랑하게 되던데.
아무리 실망하려해도 아니던데.
사랑이 다 이기던데. "

- 심청(전지현) -



[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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