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메조소프라노 문혜경 독창회 [공연]

글 입력 2016.11.20 18: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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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메조 소프라노 문혜경의 독창회가 지난 11월 13일 일요일 오후 8시에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에서 열렸다. 그녀에게서 받을 감동과 풍요롭고 다채로운 소리들을 기대하며 공연장 안으로 발을 옮겼다.



1부의 첫 곡은 ‘Lascia ch'io pianga’, 아마도 1, 2부 프로그램을 통틀어 일반인들에게 가장 익숙한 곡이 아닐까 한다. 처음 듣게 된 문혜경의 고음은 날카롭지 않은 고음이었기에 듣기에 편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녀는 노래를 할 때 눈을 감을 때가 있었고, 먼 곳을 바라보았다. 그 얼굴, 그 표정은 나에게 굉장히 집중한다는 인상을 주었다. 메조 소프라노의 독창은 처음 들었는데, 확실히 낮은 음이 더 깊이 있고 풍부하게 들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곡에서는 평소에 기대하던 바와 달리 하이라이트가 되는 부분은 없었다. 그래서 오프닝 곡으로 알맞는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이후로도 관찰한 문혜경은 노래를 부를 때 집중한다는 느낌의 인상이 계속 이어졌다. 음을 한 음 한 음 짚으면서도 부드럽게 흘려보내려고 노력하는 듯 했다. 그녀가 고음을 내지르는 모습을 보게 되기도 햇는데 굉장히 사람들을 확 끌어들이는 듯한, 집중하게 하는 소리였다.

굉장히 잔잔한 노래들을 많이 선곡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서정적이고, 감정이 회오리치는 것 같지 않은, 담담하고 차분한 그런 노래들. 후에 이런 노래들이 오라토리오라는 장르적인 특성에서 비롯한 것인지 궁금해 찾아보니 꼭 그런 것은 아니라고.

  피아노 반주자 신지현이 반주를 멈추고 다시 시작할 때에 문혜경씨의 호흡을 읽는 것을 보았다. 그때 뭔가 소름이 쫙 돋았었다.
  'Ich harrete des Herrn'에서 듣게 된 소프라노 임혜선의 목소리는 마치 플롯 같았다. 소프라노는 다 그럴 거라고 생각했는데 임혜선도 문혜경처럼 고음을 낼 때의 목소리가 날카롭지 않아서 조금 놀랐던 기억이 난다. 하지만 문혜경의 고음이 넓게 퍼지는 느낌이었다면 임혜선의 고음은 좁고, 얇게, 어느 하나의 지점을 향해서 솟구치는 분수와 같은 느낌이었다. 개인적으로 1부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은 이 곡이었는데 소프라노와 메조 소프라노, 앙상블의 조화가 정말 대단하게 느껴졌다. 소리가 맑고 군더더기가 없이 깔끔했으며 각 파트의 목소리가 들리면서도 지저분하지 않게 잘 어우러진 소리였다.
 

 
  이어진 2부에서는 한글가사의 곡이 많았다. 보통 한글가사로 된 노래를 부르더라도 성악 발성의 특성 상 가사가 잘 들리지 않는데 이번 공연에서도 어느 곡은 잘 들리고 어느 곡은 잘 들리지 않았었다. 그리고 2부에서는 1부와 달리 목소리를 저 밑에서부터 끌어올리는 것이 보였고, 손을 맞잡고 편안하게 부르는 것처럼 보였던 1부와 달리 온 몸의 힘을 한 곳에 모아서 노래를 부르는 것처럼 보였다.

  ‘Quid sum miser’에서 듣게 된 소프라노 김선미의 목소리는 플롯이라기 보다는 여느 소프라노들처럼 더 귀를 찌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녀의 마지막 고음이 모두를 압도시켰다고 말하고 싶다. 또 테너 성영규의 목소리는 베이스처럼 무겁고 꽉 누르는 목소리가 아니라서 더 듣기에 편안했다. 베이스가 주는 그네들만의 편안함이 있지만 이들의 조합에는 테너가 더 어울릴 것 같다는 생각을 했었다. 세명이 같이 부른 이 곡은 바깥의 거세게 부는 폭풍의 바람이 창문 틈새로 조금씩 새어 들어오는 느낌이었다. 막을 수 없다는 느낌.

  마지막 곡이었던 ‘Mon Coeur S'ouvre á ta voix'를 들으며 정말 아름다운 곡이라고 생각했다. 유약하고 사랑스러운, ’서정적‘이라는 것의 끝판왕 느낌! 왜 이 노래가 엔딩을 장식하는 곡인지 알 것 같았다. 사랑의 빠진 여인의 노래란 이다지도 달고 달다.



  문혜경의 독창회에 와서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많은 기록과 생각과 감성적 충만함을 이루게 되었다. 한 시간 동안 이루어진 기억과 감정이라기에는 너무 풍부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프리뷰 제목에 ‘힐링을 전하는 목소리’라고 썼었고, 또 그것을 기대했는데 적어도 나에게는 충분한 힐링의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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