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중간의 중요성, 그 깊은 울림; 문혜경 독창회

글 입력 2016.11.20 12: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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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6년 11월 13일 일요일, 나는 서초구에 위치한 예술의 전당에서 태어나 처음 메조소프라노의 음색을 직접 들었다. 지금부터 나의 이야기를 섞어 조금은 특별한 리뷰를 적어 내려갈까 한다.



  어린 시절, 나는 피아노 외에도 다른 악기를 배워야 한다는 엄마의 말에 악기상가에 가 바이올린처럼 생겼지만 조금 더 낮고 풍성한 소리를 가진 ‘비올라’라는 악기를 집어 들었다. 그 당시까지만 해도 나를 비롯한 내 주변 친구들은 바이올린과 플롯 밖에 알지 못했기 때문에, 비올라를 배우기 시작하는 나는 무언가 우월감에 젖어있었다. 선생님 옆에서 힘겹게 손가락을 움직이고 활을 이리저리 파도가 요동치듯 그어가며 재능을 발견할 수 없는 배움을 계속하였다. 연습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 매우 귀찮고 레슨시간이 되면 선생님이 나에게 연습하지 않은 점을 지적할까봐 언제나 긴장한 상태였지만, 친구들에게 “나 비올라 배워.”라는 자랑감이 한껏 섞인 말 한마디를 하기 위해서 나는 그만 배우겠다는 말을 다시금 집어 삼켰다.

  오케스트라에 들어가 비올라를 연주하는 것에 익숙해지면서 바이올린보다 풍성하지만 첼로보다 가벼운 소리에 빠져들었다. 비올라에서 C와 G줄을 활로 내리누르며 그을 때 나는 음색은 나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저는 비올라를 연주해요.”라고 내가 말할 때면, 돌아오는 대답은 “비올라가 뭔데?”나 “아아, 나 그거 알아. 바이올린하고 첼로 중간에 있는 악기잖아.”가 전부였다. 비올라는 바이올린과 첼로 중간에 껴 그다지 비중이 많지 않은 악기로만 사람들에게 인식되고 있는 듯 했다. 난 항상 이렇게 말해주고 싶었다. “비올라 독주를 들어보세요!”



  ‘메조소프라노’란 여성에서 소프라노와 알토의 중간에 속한 낮은 소프라노를 칭하는 단어이다. 대부분의 합창은 소프라노, 알토, 테너, 베이스로 나뉘는데, 때문에 나를 포함한 일반 사람들은 메조소프라노 음색이 어떠한지 상상하기 힘들다. 마치 악기로 비교하자면 ‘비올라’처럼. 나에게 ‘메조소프라노’ 고유의 음색을 느껴볼 기회가 찾아온 것은 이번이 처음이었다. 소프라노 독주에서 느껴보지 못한 색다른 감동을 받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

  사람들이 하나 둘씩 채워지고 조명이 켜졌다.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익숙한 곡부터 시작해 한글로 된 가사의 곡까지 작은 떨림과 긴장 하나 없이 부드럽게 흘러갔다. 마치 모든 곡이 따로 돌아다니는 것이 아니라 하나로 모여지듯. 독주회 내내 그녀가 어디서 무슨 상을 받았고 어떠한 곡들을 부를 수 있는지, 왜 최초라는 수식어가 붙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거창한 수식어 없이도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데에 목소리, 그저 목소리 하나면 충분했다. 합창단의 목소리 사이에서 비집고 나오는 메조소프라노의 깊은 울림은 사람들에게 메조소프라노 음색의 정체성을 정확하게 각인시켜 주었다. ‘비올라’의 소리가 오케스트라 연주 가운데서 크게 울러 퍼질 때에 느끼던 만족감을 느끼며 독주회의 막이 내려졌고 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위와 아래 사이에 무언가가 있기 때문에 그 모든 음들이 어우러졌을 때 완벽한 소리가 난다. 비올라가 있기 때문에 바이올린과 첼로가 더 빛을 발할 수 있고, 모든 현악기가 같이 소리를 낼 때 더욱 풍성한 소리가 난다. 마찬가지로 메조소프라노의 음색이 있기 때문에 합창의 울림은 사람들에게 더욱 큰 감동을 준다. 비록 많이 알려지지 않은 중간이지만, 드러나지 않는 곳에서 제 위치를 다하기 때문에 꼭 필요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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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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