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16 2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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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The Devil Wears Prada, 2006)

코미디, 드라마 | 2006.10.25 | 109분
미국 | 12세 관람가 | 감독 데이빗 프랭클



명문대학을 졸업한 소도시 출신의 앤드리아 삭스는 저널리스트 꿈을 안고 뉴욕에 상경한다. 나름 대학에서 편집장도 하고 상도 받았던 그녀는 자신감에 차 뉴욕의 여러 언론사에 이력서를 넣지만 결과는 처참했다. 결국 그의 이력서에 답한 곳은 오직 한 곳 런웨이 뿐이다. 런웨이는 세계 최고의 패션지로 누구나 입사하기를 열망하는 곳이지만 앤드리아에게는 탐탁치 않는 자리. 그도 그럴 것이 저널리스트를 꿈꾸는 그녀가 면접을 볼 자리는 편집장의 비서직이었던 것이다. 앤드리아는 패션의 ‘패’자도 모르고 런웨이가 어떤 잡지인지, 그곳의 편집장이 얼마나 패션계에서 유명한 사람인지 전혀 모르지만 뉴욕에서 꼭 성공하겠다는 열정 하나로 당당하게 면접을 보러 간다. 그런데…!!!
 
 면접 날부터 앤드리아는 온갖 무시를 당한다. 그녀의 옷차림새는 런웨이의 패셔너블한 패셔니스타들 사이에서 독보적으로 눈에 띌 만큼 촌스러웠다. 그리고 그녀가 모셔야(!) 할 편집장 미란다 프리슬리는 그야말로 지옥에서 온 악마 같은 상사! 자신과 너무나 틀린 이곳에 입사하는 것을 포기한 앤드리아. 그런데 그때 그녀는 합격했다는 말을 듣는다. 앤드리아는 온통 첫 직장생활의 꿈에 부풀어 남자친구 네이트와 친구들에게 일장 자랑을 늘어놓는다. 하지만 지옥 같은 현실이 곧 그녀 앞에 놓여있었으니…
  출근 첫날부터 긴급비상사태로 새벽부터 불려가더니 매일이 새벽을 넘기는 야근의 연속! 여기에 24시간 울려대는 핸드폰과 매일 강도가 더해져가는 미란다의 불가능한 지시는 앤드리아를 조여오기 시작한다. 그뿐인가? 다른 런웨이 직원들처럼 패션업계 사람답게 패션과 다이어트에도 온통 신경을 써야 한다. 66사이즈가 44사이즈가 되기란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려운 일. 하지만 앤드리아는 본래의 꿈인 뉴요커지의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런웨이에서 1년을 버티기로 결심한다.
 
 상상할 수도 없는 상사의 요구와 여자들의 끊임없는 암투에도 불구하고 패션계에서 살아남는 법을 터득하기 시작한 앤드리아는 점차 미란다의 마음을 사는데 성공하고 촌스럽고 뚱뚱한 모습에서 세련된 패션스타일로 무장한 매력적인 커리어우먼으로 변신한다. 하지만 워커홀릭과 화려한 패션계에 빠져 예전의 모습을 찾을 수 없는 앤드리아가 어색해진 남자친구 네이트는 급기야 이별을 통고하고 그녀가 평소 존경해오던 작가인 크리스찬은 은근슬쩍 그녀를 유혹하기 시작하는데… 과연 앤드리아는 자신의 꿈을 이루고 일과 사랑 모두를 잡아낼 수 있을까?






"안 본 사람은 있어도
한 번만 본 사람은 없을 영화"


이 영화를 누군가에게 추천해 준다면, 딱 이 한마디로 정의내릴 수 있을 것 같다.
'악마를 프라다를 입는다'를 처음 본 건 대략 초등학교 5학년 때쯤이었다. 그 뒤로 지금은 거의 대사를 외울 정도로 본, 인생 영화 중 하나가 되었다. 사실 이 영화를 보게 된 이유는 앤 해세웨이 때문이었다. 작은 얼굴에 또렷한 이목구비, 웃을 때 시원하게 올라가는 입꼬리까지 외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목소리 톤이나 억양, 연기력 또한 빠지지 않는 매력적이고 배우라 생각한다. 앤 해서웨이를 처음 알게 된 영화는 '프린세스 다이어리(2001)'였는데, 이 영화 또한 정말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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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린세스 다이어리(2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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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영화의 첫 시작 부분이 각인되는 경우가 많지 않은데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첫 장면부터 매우 인상깊었다. 화려한 치장을 하며 출근하는 뉴요커의 정석같은 여자들의 모습과 대비되는 후줄근한 모습으로 면접을 보러가는 앤드리아 삭스(앤 해서웨이)의 모습. 패션 잡지를 다룬 영화인만큼 영화 속에서 다양한 패션 스타일링이 등장하였는데, 개인적으로 이 영화 재미의 8할은 패션 보는 재미 때문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놀라운건 지금으로부터 약 10년전에 개봉한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지금봐도 영화 속 패션들이 전혀 촌스럽다거나 시대에 뒤떨어진 느낌이 들지 않는다는 것이다. 역시 패션은 돌고 돈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처음엔 런웨이라는 유명한 패션잡지에 입사하면서도 패션에 관해서는 전혀 관심도 없고 되려 과도하게 겉모습을 추종하는 집단이라며 멸시했던 앤드리아가 점점 변해가는 과정도 매우 흥미롭다. 특히, 앤드리아가 외적 변신을 시도한 후에 뉴욕 거리를 걸어가며 계속 다른 스타일로 바뀌는 씬은 언제봐도 명장면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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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란다 역의 메릴 스트립의 연기는 자비 없는 냉정한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 그 자체다. 영화의 장르가 코미디이지만, 미란다의 포스 넘치는 말과 행동으로 영화의 분위기를 가볍지 않게 잡아주는 듯 싶다. 미란다는 깐깐하고 냉정한 인물로 그려지기 때문에 거의 진정성 없는 표정이 대부분이지만, 중간중간 섬세하게 감정이 표정으로 드러나는 때가 있다. 잘 살펴보면 그것은 조그만 심경 변화를 나타내거나 나중에 앤드리아를 신뢰하게 되는데 연결고리가 되는 포인트라고 보면 좋을 것 같다.


"미란다는 날 싫어해요.
잘한 건 무조건 당연한 거고
좀만 잘못 하면 생난리를 치고"
"때쳐 치워"
"예?"
"새 비서는 널렸어. 5분 만에 구할 수 있어"
"제 말은 그냥.. 노력한 만큼 인정받고 싶단 얘기죠"
"솔직히 자기가 뭘 노력했는데? 징징대기만 하잖아
(You are not trying, you are whinning)
위로를 바래? 꿈깨.
남들은 죽는 시늉도 하는데
자기한텐 그저 스쳐가는 자리잖아
그러면서 미란다가 이뻐해주길 바래?
이해도 해주고 칭찬해 달라고?"


앤드리아가 결정적으로 변하게 된 계기를 제공한 대목이다. 네가 아니여도 너를 대체할 사람은 5분 만에 구할 수 있다는 말은 콧대높은 런웨이의 모습을 여실히 드러내준다. 또 이 대목에서 앤드리아의 모습이 한국의 청년들과 닮아있다는 생각도 든다. 물론 우리나라의 경우 사회구조적인 문제에 속하고 영화 속 이야기는 개인의 노력에 속하는 문제라는 점에서 다른 측면이긴 하다. 어쨌거나 무언가를 이루고 노력하는 과정의 본질은 인정받기 위함에 있다는 것이 틀림없다.  최고의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타인과 차별화되어야 하고 그러려면 더 냉정하고, 치열해질 수 밖에 없다. 이러한 마인드가 사람들을 더 경쟁사회에 몰아넣고, 세상이 조금 각박해진데 한 몫 하지 않았나 생각도 든다. 또 이 대목을 보며 가끔 최선을 다해 노력하지도 않았으면서 인정받길 원했던 내 모습이 스쳐지나갔다. 어쩌면 우유부단한, 혹은 위로'만' 받고 싶은 모든 사람들에게 따끔한 일침을 가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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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불가능해보이는 미란다의 미션을 해낸 끝에 런웨이 생활에 완전히 적응해나가는 앤드리아. 그리고 더 이상 에밀라가 아닌 앤드리아로 불리며 미란다의 신임을 받기 시작하는데  그 과정에서 불가피하게 에밀리가 가기 고대했던 파리를 대신 가게 되고, 남자친구 네이트와의 관계도 틀어지면서 본의 아니게 앤드리아는 주변 사람들에게 상처를 주게 되는 존재가 되어 버린다. 영화 속 나이젤은 일과 사랑, 두 마리 토끼를 잡기란 힘들다고 말하고 앤드리아도 이 사이에서 고민하다 결국 일단 자신에게 주어진 몫을 해내는 것을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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앤드리아는 미란다가 아무 준비도 없이 런웨이에서 내쫓길까 걱정하는 마음에 미란다에게 미리 소식을 전하려 하지만, 미란다는 이미 준비를 해놓은 상태였고 이 바닥에서 자신이 살아남기 위해 다른 사람을 짓밟고 올라가는 것 쯤은 당연하다는 듯 말하는 미란다에게 실망한다. 하지만 이내 자신 또한 자기 의지로 파리에 가기로 했고 그 결과 에밀리의 기회를 빼앗은 셈 이었다는 것을 떠올리고 미란다걸의 삶을 포기한다.


패션계는 특히나 화려해 보이는 모습과 무대 뒤 현실의 간극이 크기 때문에 이런 소재를 토대로 영화 속 주인공들의 화려함과열정, 고달픔과 공허함을 동시에 보여줄 수 있었다. 어느 분야나 마찬가지이겠지만 패션계는 특히나 인생에 많은 부분들을 자신과 주변을 포기하면서까지 옷에 열정을 쏟아야만 하는 곳이라는 것이 느껴졌다. 패션계는 많은 사람들이 동경하고 흥미로워하는 세계로 영화나 드라마 소재로도 많이 다루어지는 소재이다. 그런 소재를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는 아무것도 모르던 주인공이 우여곡절 끝에 멋지게 성공하는 뻔한 결말이 아닌 그 속의 고달픈 현실을 반전으로 벗어던지는 결말로 더욱 흥미롭고 현실적으로 잘 담아낸 영화라고 생각한다. 앞으로도 동기부여를 받고 싶을 때, 삶에 열의를 가지고 살고 싶을 때 언제든지 보고 싶은 영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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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효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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