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욕심 많은 연극, 봉장취
글 입력 2016.10.29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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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른을 위한 동화라고들 하는 작품이 있다. 대표적으로 <어린왕자>가 그렇다. 분명 동화지만, 아이들에서부터 세상의 때가 묻은 어른들의 가슴까지도 울릴 만큼의 메시지를 담고 있기 때문이다. 굳이 <어린왕자>와 같은 대작이 아니더라도 여우와 신포도와 같은 이솝우화, 그리고 우리의 전래동화들이 그러하다. 이 이야기들은 여전히 우리의 일상 속에서 또 다른 비유가 되기도 하고, 교훈을 전해주기도 하며 여러 문화예술의 소재가 되기도 한다.때문에 비유는 위험하다. 다양한 문화예술 속에서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흔히 등장하는 장치이기는 하지만 수용하는 입장에서 쉽고 편하게 다가오기 때문에 한 번 그것에 공감하기 시작하면 헤어 나올 수가 없기 때문이다. 이번에 소개하고자 하는 음악극 <봉장취>에서 보여줄 그러한 비유가 기대되는 이유이기도 하다.시놉시스내 눈 앞에 다양한 새들이 나타났다!전통악기와 만난 새들은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첫 번째사하라 사막에 가는 꿈을 꾸는 뻐꾸기어릴 적 우연히 제비아저씨에게사하라 사막에 다녀온 이야기를 듣게 된‘뻐꾸기’는 꿈이 생겼다.그것은 바로 사하라 사막에 가겠다는 것!매일 사막을 꿈꾸며어느덧 어엿한 숙녀로 자라게 된 뻐꾸기는사랑하는 사람을 만나 아기 새를 갖게 되었다.어른이 된 뻐꾸기는 꿈을 이루기 위해아기 새를 돌봐줄 다른 새들을 만나지만사정이 여의치가 않다.과연, 뻐꾸기는 자신의 아기새를 맡기고오랜 꿈을 이룰 수 있을까?두 번째세상에서 제일 큰 새, 슈빌평소 걸어 다니던 넓적부리황새 ‘슈빌’은새라고 하기엔 키가 115센치에 달하는너무 큰 외모를 가지고 있다.참새와 함께 방앗간에서 놀기 위해 날려고 하지만날개가 있어도 슈빌은 날지 못한다.날 수가 없는 것인지 나는 방법을 모르는 것인지..혼자 쓸쓸히 남은 슈빌은 다른 새들처럼 날기 위해산을 올라가기 시작하고그곳에서 다양한 동물들을 만나게 되는데…과연 세상에서 제일 큰 새 슈빌은진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을까?사하라 사막에 가고 싶은 뻐꾸기와 세상에서 제일 큰 새 슈빌이 자신의 꿈을 향해 나아가는 이야기를 담은 <봉장취>. 시놉시스에서 알 수 있듯이 이번 공연의 두 주인공이 이끌어 나갈 스토리는 기존 동물을 등장인물로 한 문화예술들보다 한층 구체적이고 자세한 상황 속에서 이루어진다. 때문에 이전에 비해 복잡해진 오늘날 현대사회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한 편의 새로운 어른들을 위한 동화’로 다가오지 않을까 싶다.<봉장취>가 기대되는 데에는 또 한 가지 이유가 더 있는데, 바로 봉장취라는 제목과 관련이 있다. ‘봉장취’는 본래 봉황에 대한 재담과 함께 음악을 연주하던 우리의 전통음악이라고 한다. 지금은 이야기는 사라진 채 음악만이 전해지는데 이 음악을 토대로 새 이야기를 창작해 전통악기와 버무려 낸 것이 음악극 <봉장취> 이다. 우리네 음악을 바탕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이들이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연극을 통해 관객들과 함께 나누고자 하는 것이다.매년 한글날 새로운 한글 폰트를 만들어 무료로 배포한다고 하는 <배달의 민족> 대표가 한 인터뷰에서 말하길, 우리의 것이라서가 아니라 그 자체만으로도 가치가 있어야 오래도록 우리의 것이 사랑받을 수 있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 말에 전적으로 동감한다. 우리의 것, 우리의 전통을 이어나가야 한다는 데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우리의 전통은 곧 우리의 정신과 정체성을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정신과 정체성이라는 추상적인 존재는 변화하기 마련이다. 그리고 그러한 변화를 무시한다면 아무리 전통이라고 할지라도 사람들의 마음을 울릴 수 없고 존속하기 어렵지 않을까. 우리의 것이지만 어찌됐든 과거의 것인 채 남아있다면 살아남는데 한계가 되는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봉장취>는 전통에 현대를 담아내는 하나의 그릇으로써 시도만으로도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아이와 어른이 함께 즐길 수 있는 동화 같은 공연, 동시에 전통이라는 틀에 현대인의 정서를 담아내는 공연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고 싶어 하는 음악극 <봉장취>. 과연 그들의 욕심이 과연 공연에 얼마만큼 잘 반영되어 있을지 궁금해진다.[반채은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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