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행복의 나라, 덴마크의 생활 디자인을 감상하다 - 덴마크 디자인전

글 입력 2016.09.27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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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의 나라, 덴마크의 생활 디자인을 감상하다.


가구 전시는 처음 보는거라 어떤 식으로 전시를 구성했을지 궁금했고
디자인에 대해선 정말 아무 것도 모르는 문외한이라
어떤 생각으로 봐야하나 고민했는데
추석 연휴 이후 주말에 좋은 디자인 전시를 관람하였다.


poster.jpg
   

<덴마크 디자인전>


이번 전시는 네 개의 주제로 이루어져 있다.

1. 국제적 명성을 얻은 최초 덴마크 디자인 회사
2. 고전주의에서 기능주의까지
3. 유기적 모더니즘 : 세계로 진출한 덴마크 디자인
4. 포스트모더니즘과 오늘날의 덴마크 디자인

전시장 초반에는 사진 촬영이 불가한 접시들이 유리 진열장 안에 들어있었는데
로열 코펜하겐을 대표로 해서
유리가 아닌 동양권의 도자기 형식을 차용한 접시들을 볼 수 있었다.
일본 미술이 서양권에서 나름 주목을 받았는데
도자기 기술에서도 또한 많은 영향을 준 것 같다.


로얄 코펜하겐.jpg
 

그 다음으로는 본격적으로 두 번째 파트가 시작된다.
고전 디자인에서 기능을 강조한 작품들이 전시되어있다.

20세기 초반 모겐스 코흐, 카레 클린트, 보르게 모겐센 등
건축과 더불어 가구에 인간의 생활 양식을 접목했다는 사실이 마냥 부럽다.
구한말 우리는 그런 인간중심적인 사고도 없었고
더욱이 나라 상황이 여유롭지 않았는데
덴마크에선 가구 디자인에도 학파가 조성되어
전문적으로 디자인을 구현하기 시작했다니..
그런 환경적 차이가 시간이 흐른 지금,
전반적 갭이 있을 수 밖에 없는 현실을 보여주는 것 같다.

전시장 내부가 어두웠지만 가구 자체만 집중할 수 있도록 조명이 설치되어 있어서 좋았다.
덕분에 소재나 색감도 선명하게 볼 수 있었다.
실제로 일반 실내에서 태양광을 받으면 어떨까 궁금하기도 했지만!

너도밤나무 합판과 티크 합판으로 만들어진
는 이번 전시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의자다.
깔끔하고 견고하고 군더더기가 없이 매끄럽게 곡선이 이어져 있는 것이 매력적이다.


폴 헤닝센.jpg

 
SNS에서 많이 보던 스타일의 조명!
귓동냥으로 많이 들어보았던 건축가이자 조명디자이너인 폴 헨닝센의 대표 작품이다.
일상 생활의 전통 양식을 배제하고 새로이 산업화된 대중문화를 원한 그의 작품은
그가 바란대로 현재 힙한 조명 디자인의 선두주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화려한 조명의 고유명사 샹들리에와 폴 헨닝센의 램프는
일반적인 일체형, 심플한 조명과 달리 디자인 감각이 추가되어 있지만,
샹들리에의 찰랑찰랑 반짝임보다
견고하게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PH램프의 깔끔함이 더 맘에 든다.


C3_60_Beolit%20600,%20Portable%20Radio_Jacob%20Jensen.jpg

 
초등학생 시절 '짱뚱이' 만화 시리즈에 한참 빠져서
60,70년대 분위기에 대한 낭만과 로망이 가득했었다.
한 방에 가족이 모두 모여 부대끼고 라디오에 귀 기울이는 모습이 특히 기억에 남는다.
만화에서 보던 검은색 투박한 라디오만을 그 시절 라디오라고 생각했는데
저 멀리 유럽 대륙에서는 이렇게 깔쌈하고 감각적인 라디오가 있었다.
어쩜 저런 쨍-한 빨간색을 라디오에 입힐 생각을 했을까?
뱅앤울룹슨의 초창기 전자기기 디자인이 지금 이어폰이나 음향스피커와 많이 다른 것 같진 않다.
뭔가 더 세련되게 발전은 했지만 기존 틀은 시간이 오래 지나도 유지되는 것 같다.


핀율.jpg
 

스칸디나비안 디자인을 언급하면 많이 듣던 '핀 율'.
핀 율 하우스 사진을 보고 유럽 배낭여행 갔을 때 갔던
미술관, 박물관들이 갑자기 새록새록 떠올랐다.
넓은 공간에 관람객들을 위한 의자를 몇 개 두었는데
그 때 의자 디자인이 핀 율 디자인이었던 것 같다.
오렌지 가죽색과 티크는 비슷한 주황/브라운 계열이라
둘이 같이 두면 안어울릴 것 같았는데 정말 잘 어울린다!
허리를 받치는 곡선과 옆면에서 보는 의자 지지대 구조 실루엣이 참 멋있다.
핀 율의 유기적 모더니즘이 현대조각과 유사한 형태를 담고 있다는데
한 번 스윽 만져보고 싶게 만드는 이유가 그런 것 같다.

팔걸이에도 유려한 곡선의 섬세함이 돋보인다.
이 의자에도 한 번 앉아보고 싶었는데 앉고 싶은 의자들은 죄다 앉을 수 없었다.
전체적인 의자 폼이 몸집이 큰 사람을 수용할 수 있을 것 같아
유럽인 신체구조에 잘 맞다고 생각했는데
키가 큰 사람이 앉았다 일어났다 하기에는 의자가 좀 많이 낮아 불편하지 않았을까 싶다.

케네디 대통령이 앉아서 유명한 <라운드 체어>도 전시되어 있다.
도끼, 낫의 손잡이, 노의 날개 같은 예전 도구에서 영감을 받았다고 하는데
정말 석기시대 의자 느낌이다.
원시적인 분위기라고는 하지만 의자 다리가 쭉 뻗어서 그런지 나름 고고하다.


IMG_3947.jpg
 

이거슨 전국민 의자를 넘어선 지구촌 의자!
초등학교 때 멀티미디어실 컴퓨터 의자로
나는 이 의자와 처음 인연을 맺었더랬다.
어떤 사조를 담고 있는 디자인이라고는 생각도 안했다.
디자인 측면에서 전세계로 보급된 의자,
그냥 정말 의자! 라고만 생각해왔던지라
덴마크 디자인전 한 켠에 자리잡고 있는 걸 보고 너무 놀랐다.

앤트체어가 최초의 산업용 의자 디자인이라니 적잖은 충격.
평범하고 대중적이라지만 모든 디자인의 탄생은
결국 누군가의 깊은 고안에서 나왔을텐데
익숙하다는 이유로 너무나 당연하게,
무심하게 생각해왔던 나를 반성해보았다.


C3_15_Egg%20Chair%20designed%20for%20the%20SAS%20Royal%20Hotel_Arne%20Jacobsen.jpg

 
호텔 디자인을 총괄하게 된 세계 최고의 덴마크 현대 디자이너 야콥센의 의자.
50년 대에 이런 디자인을 어떻게 생각했을까 싶을 정도로 미래적인 디자인이라 놀랍다.
지금 봐도 정말 감각적이다.


팬톤.jpg
 

유명한 일명 하트 의자를 실물로 보니 신기했다.
예전에 이 의자를 보았을 때는 의자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조형물 작품으로 착각할만큼 본연의 기능을 넘어 획기적인 디자인 작품으로 인정받는 의자!


카나비.jpg
 

카나비 유리 공예 작품인데 색이 정말 영롱하고 말끔하다.
노란색도 전시되어 있는데
나 빨강!! 나 노랑!! 이렇게 자기주장하는 것 같았다.
너무나도 정직한 원색이 맑은 유리에 표현되니
깨끗한 것을 보면서 마음이 정화되는 딱 그런 느낌.
색 표현도 그렇지만 정교하고 섬세한 실루엣을 만들어 내는 기술이 신기할 뿐.
날씨 좋은 날 햇볕 잘 드는 곳에 꽃 꽂아둔 병을 탁자 위에 두면 얼마나 예쁠까!
사진으로는 색감이 완벽하게 전달되지 않아 안타깝다.

이후에 레고에 대해서도 짤막하게 볼 수 있었다.
놀다 라는 뜻의 leg-play 와 잘 이라는 뜻의 god-good의 앞 글자를 따
레고라고 명칭을 지었다고 한다.
방청소 하다가 잘못 밟으면 극한의 아픔을 선사하는 레고 블럭의
고도화된 연결시스템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어른들도 관심이 많았지만 특히 애기들이 넘 많이 둘러싸고 있던 구역이었다.

단스크 국제 디자인을 통해 50년 대 부터 미국 시장으로 본격 진출한 덴마크 디자인.
그 때 미국의 가구 디자인들은 어땠으려나 궁금하다.
미국도 디자인으로 유서가 깊을텐데
덴마크 디자인이 유럽에서 넘어왔을 때는 미국인들에게 신선한 느낌을 주었을 듯하다.

이번 전시에서는 가구 디자인 뿐만 아니라
접시나 일반 포스터에서도 볼 수 있는 덴마크 디자인을 소개해주었는데
볼거리가 많아서 재미있었다.

덴마크 디자인은 70년 대 한 번 고전을 겪었다고 한다.
보온병으로 유명한 써모스로 다시 국제적인 아이콘을 만들었다는데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혁신적이고 인간중심적인 것이
고금을 막론하고 그 명성을 잇게 하는 것 같다.

포스트모더니즘 경향에도 큰 영향을 받지 않았다고 하니
전통의 본질을 고수하는 오리지널리즘이 참 멋있고,
디알못이라 정확히는 모르겠지만 보수적인 것과는 좀 다른 느낌으로 받아들여진다.


트리니다드.jpg
 

나나 디첼이라는 비교적 최근에 작고하신 디자이너의 작품.
와우, 여름 부채 두 개가 의자로 환생한 줄 알았다.
인체 곡선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작가의 생각이 반영되어
자잘한 곡선이 아닌 아주 큼직한 곡선으로 구성된 의자였는데 시원시원해 보인다.
이 의자로 말할 것 같으면,
여름에 반바지 입은 채로 장시간 앉아있으면 안될 것 같은 의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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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기억에 카라바조는 약간 그로테스크하고 어두운 화풍을 즐겨 그리는 화가인데
이 조명은 기괴하지도 않고 멀쩡하기만 하다.
그래서 이름에 왜 카라바조가 들어갈까,
바로크 화가 카라바조랑 무슨 연관이 있나 싶었다.
나중에 보니 명암을 구분하는 데서 카라바조 화풍을 모티브로 삼은 조명이었다.
겉은 완전 검은색인데 안은 정말 환한 불빛 밖에 없다.
극명하게 대조되는 부분이 깔끔하니 흰색 톤의 방에 잘 어울릴 것 같다.

가구 제작 환경을 보여주는 흑백 사진들 슬라이드 화면도 준비되어 있다.
나이 드신 피피 뫼블러, 한스 베그너 할아버지의 장인정신이 깃들어서 그런지
영상에서 보이는 나무도 굉장히 고풍스러워 보였다.
덴마크에서는 저렇게 일평생 사람을 위한 가구를 만들어
후대에 자기 이름을 남기기도 하는구나!

행복이란 것이 개인이 느끼는 최상의 긍정적인 감정인데
온 나라 사람들의 행복 지수가 높다는건
개인 측면에 국한되어 충족된다고 이루어지는 것이 아닌 것 같다.
타인을 생각하고 존중하고 배려하면서
사회 전체가 너그러워지면서 잘 사는 것(진정한 의미의 well being!)이
행복한 사회의 모습이고,
그만큼 사회 구성원들의 노력이 필요한데
여기 북유럽인들에게는 이것이 예전부터 자연스러운 현상으로 이어져 왔다.
제도적이고 물질적인 것들도 중요하지만
일상 생활에서 실질적으로 인간과 가장 밀접하게 맞닿아있는 가구, 부속품 등에
이런 정신이 깃들어 졌으니
덴마크 디자인 가구와 작품들을 보면서 부러웠고
어떤 무엇보다 사람을 위해 디자인한다는 것이 정말 멋진 일이라는 걸 느꼈다.

전시장 맨 마지막 부분은 직접 의자에 앉을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다!
유익한 덴마크 디자인 전시였다.
처음 간 디자인 전시였는데 생각보다 느낀 점이 많아서 좋은 시간이었다.
나중엔 좀 더 많은 작품들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길 바란다.


[김진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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