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슬로박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 공연 후기

권혁주의 안정적인 바이올린, 필립 윤트의 현대 주법을 배우다
글 입력 2016.09.14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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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9월 7일 예술의전당에서는 슬로박 신포니에타 오케스트라의 공연이 있었다. 우여곡절 끝에 표를 구한 것이어서 더욱 기대되는 연주기도 했고, 프로그램이 사라사테의 카르멘 환상곡을 제외하면 전부 베토벤의 곡이라는 점도 흥미로웠다. 특히나 개인적으로 베토벤 교향곡 중 가장 좋아하는 7번을 연주한다고 하여 '놓칠 수 없는 공연'이었다. 베토벤의 9개의 교향곡 중에서 7번은 가장 많이 연주되는 곡은 아니기 때문이다. (주로 3번이나 5번, 9번이 많이 연주된다. 특히 얼마 전 9번은 정명훈과 서울시향이 롯데콘서트홀 개관 기념 공연으로 연주하여 화제가 되었다.) 첫 곡은 베토벤의 서곡이 아니라 모차르트의 서곡으로 바뀌었다. 서곡은 내게 큰 인상을 남기지 않았기 때문에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부터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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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매우 긴 협주곡이다. 멘델스존 바이올린 협주곡이 약 20분을 넘긴다는 것을 고려했을 때 40분에 달하는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은 연주자에게도 힘들고 관객에게도 쉬운 곡은 아니다. 바이올리니스트 권혁주의 연주는 처음 들어보았는데, 사전에 전혀 기대를 하지 않고 갔던 곡이라서 더욱 놀라웠다. 매우 정확한 음정과 시원시원한 활 사용이 전부 좋았다. 극악하게 높은 음(두 옥타브 A)을 요구하는 베토벤의 바이올린 협주곡인데 그런 음을 짚는 데도 망설임이나 흔들림이 없었고 저음의 강한 비브라토도 충분한 울림을 가지고 있었다. 바이올린의 저음은 비올라나 첼로의 저음보다는 높지만 그 자체로도 마음에 충분한 울림을 준다. 바이올린의 고음이 소름돋는 전율이라면 저음은 심장에 그대로 다가오는 느낌이다. 

 오케스트라와의 호흡도 좋은 편이었다. 오케스트라와 바이올리니스트 모두가 서로를 존중하는 느낌이었다. 또한 계속적으로 옥타브를 사용하는 선율이 나왔는데 자칫 음정이 다르다면 듣는 사람을 움찔하게 할 수 있는 부분임에도 전율과 편안함을 주었다. 앵콜은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였는데 연주자 석에서 먼저 Bravo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굉장했다. 예전에 파가니니-리스트 연주회를 본 적이 있는데 그 때 연주했던 바이올리니스트들보다 훨씬 안정적이고 정확했던 느낌이다. 매우 만족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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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리고 이 연주의 나름의 하이라이트라고 할 수 있는 필립 윤트의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이 연주되었다. 이 곡은 원래 바이올린을 위한 곡으로 비제의 카르멘에 사용되는 음악들을 사라사테가 편곡한 것이다. 카르멘 오페라를 굉장히 좋아해서 실제로도 본 적이 있고, 음악 클립이나 실황 공연 영상 등을 찾아보았기 때문에 이 곡에 대한 기대도 컸다. 집시의 불안정함, 날카로움, 관능 등이 바이올린과 매우 잘 어울린다고 생각해왔기 때문에 이 곡을 플룻으로는 어떻게 표현해낼지 걱정 반 기대 반이었다. 그리고 안타깝게도 이 경우 걱정이 들어맞았다. 관악기 특성상 연주가 계속되다보면 침이 고이고, 플룻은 특히나 공기 소리가 많이 나는 악기이기 때문에(저음에서는 유독 두드러졌다) 듣기가 조금 힘들었다. 화려한 테크닉의 소유자임도 알겠고 고음 부분에서는 매우 정확하고 날카로운 피치로 감탄을 자아냈지만 그 이외의 부분에서는 역시 바이올린의 연주가 더 나았을 것이라는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 플룻은 관능이나 열정보다는 (악기의 색 때문인지 몰라도) 순수나 청명함이 더 잘 어울린다는 느낌이 들었다. 언젠가는 이 고정관념을 깰 수 있는 연주를 들을 수 있기를 바란다.

 앵콜은 공교롭게도 권혁주와 동일하게 파가니니의 카프리스였다. 곡이 시작하자마자 관객들이 웃음을 터트렸다. 이건 자연스러운 반응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원곡 바이올린에서는 왼손 피치카토인 부분이 플룻에서 공기를 매우 많이 섞어서 연주했는데 이 주법은 '키클릭'이라는 현대 주법으로 사실 굉장히 어려운 주법이라고 한다. 그리고 이 주법에서는 소리가 거의 나지 않는다. 그리고 관객들은 그에 웃음을 터뜨렸다. 그것이 실수든 연주이든 연주 도중에 웃는 것은 절대로 예의가 아니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괜히 더 민망했다.

 사실 이 날 공연에서는 공연 내내 예절에 대한 생각이 많이 들었다. 헛기침소리야 대부분의 클래식 공연에서 일어나는 일이고 악장간의 박수가 가장 문제였다. 악장과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않는 것이 예절이다. 왜냐하면 그것은 곡의 흐름이 끝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하나의 곡을 한 작품이라고 생각하면 작품이 연주되는 도중에 박수를 치는 것이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베토벤 바이올린 협주곡 때도 그랬고 사라사테 카르멘 환상곡 때도, 베토벤 교향곡 7번 때에도 마찬가지였다. 

 베토벤 7번 교향곡은 앞서 말했듯 내가 가장 기대했던 곡이었다. 오보에 솔로로 시작하면서 목관악기들이 쌓이며 멜로디를 형성하는 1악장의 도입부는 정말 좋았다. 역동적인 리듬이 이제 막 태동하는 기분이었다. 하지만 이 때 이후로 목관은 그렇게 눈에 띄는 활약을 보여주지 못했다. 1,2악장에서는 목관악기가 현악기를 뚫고 나오지 못해서 답답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이 부분에서는 현이 묘하게 목관보다 빨라지면서 앞서가는 느낌이 들었다. 지휘는 매우 명확하고 초보인 나 조차도 알아듣기 쉬웠지만 빨라지는 현을 감당하지는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과하게 정확해서 심지어 악장의 악보를 가리며 지시해서 내가 연주자라면 조금 거슬렸을 것 같았다. 하지만 3,4악장은 매우 좋았다. 명쾌하고 역동적인 리듬이 잘 느껴졌다. 1,2악장의 아쉬움은 3,4악장에서 균형을 잡고 매우 좋은 마무리를 보여주었다.

 오케스트라의 규모가 꽤 작았다. 그래서 교향곡을 할 때에도 좀 더 풍부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협주곡을 하기에는 딱 좋은 인원수였다고 생각이 든다. 목관이 아쉬웠고 현이 아쉬웠지만 열정적인 지휘와 연주는 좋았다. 다만 슬로박 신포니에타의 공연을 또 보러가게 될 지는 의문이다. 권혁주의 공연은 다시 한 번 꼭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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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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