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백남준의 삶과 사랑, 예술 [나의 사랑 백남준]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들려주는 백남준의 삶과 사랑, 예술
글 입력 2016.09.02 1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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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들려주는 백남준의 삶과 사랑, 예술


나의 사랑
백남준


백남준-표지입체(고해상).jpg

 

-백 선생님은 예술을 왜 하십니까?
“인생은 싱거운 것입니다. 짭짤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요.”







나의 사랑 백남준


구보타 시게코 ․ 남정호 지음

분량: 384쪽

사양: 135*190/무선

가격: 18,000원

분야: 예술>에세이 

발행일: 2016년 8월 1일

아르테 펴냄

ISBN 978-89-509-6607-2  03600





백남준과의 만남


 몇 걸음 더 내딛기도 전에 한 무리의 기자들이 몰려들었다. 그러고는 쉴 새 없이 질문들을 쏟아냈다.
  “이번 여행 목적은 뭡니까?”
  “한국 미인을 만나러 왔습니다.”
 남준의 대답에 “와” 하는 웃음이 터졌다.
  “한국에 와서 할 일은 계획해 두셨나요?”
  “아버지와 어머니 산소에 가고, 가족 만나고, 동창생들도 찾아봐야지요. 내 동창이 서울시장 됐다는데 한턱내라고 할 작정입니다. 유치원 짝도 만나보렵니다.”
  “왜 조국을 놔두고 외국에서만 활동합니까?”
  “문화도 경제처럼 수입보다 수출이 필요해요. 나는 한국의 문화를 수출하기 위해 외국을 떠도는 문화 상인입니다.”
  “백 선생님은 예술을 왜 하십니까?”
  “인생은 싱거운 것입니다. 짭짤하고 재미있게 만들려고 하는 거지요.”  
- <34년 만의 금의환향> 중에서


 남준이 성공한 예술가가 되어 34년 만에 다시 고국을 찾았을 때 많은 한국 사람들이 그의 정체성을 놓고 혼란스러워했다. 겉모습만 한국인인가? 뉴욕이 활동 본거지고 유럽과 미국에서 더 유명하니 미국인 아닐까? 한국전쟁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대학을 다니고 일본인 아내까지 얻었으니 반은 일본 사람일 거야…….
그러나 내가 지켜본 바로는 그는 천생 한국인이었다. 김치나 된장찌개를 매일 먹지 않았을 뿐, 자신의 내면에 자리한 한국인의 문화적 유전자와 어린 시절의 추억들을 마음속 보물상자처럼 간직한 채 그것을 작품 속에 녹여 왔다.
- <고향에 가고 싶다> 중에서


 예술적 감성과 재능, 인간적 매력을 함께 갖춘 이 우주적 천재를 어디서 다시 만날 수 있겠는가. 그의 광채가 너무 눈부셔 함께 예술을 하는 아내로서 주눅들 때도 있었지만, 이런 그늘이 또한 나를 예술가로서 더욱 정진하게 하는 자극이 되었다. 가난하던 시절, 돈에 대한 개념이 없이 비싼 TV를 수백 대씩 사들이던 그 때문에 나는 더 가난하게 예술을 해야 했지만, 그의 작품이 하나씩 탄생하는 것을 볼 때마다 너무 경이롭고 신기해 모든 아픔을 잊고 그의 다음 작품을 기대하던 나를 발견하곤 했다. 그가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옆에서 간호하느라 작품 창작은 아예 손 놓고 있었지만, 그래서 남준이 무척 미안해했지만 나는 후회나 미련이 없다. 남준과 함께 사는 것 자체가 내게는 ‘아트’였으므로.
-<백남준의 고향> 중에서





비디오 아트의 거장 백남준. 

국립현대미술관 로비에서 이어지는 홀에
백남준의 작품이 전시되어 있다.

탑모양을 한 그 작품은 미술관 계단을 따라 올라가면
그 주위를 빙글빙글 돌며 감상할수 있도록
설치되어 있다.

수많은 텔레비전으로 탑을 쌓은 작품인데 제목이 '다다익선'으로
어렸을 때 그 제목을 보고 큭하고 웃었던 생각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재미있는 제목은 아닌데
왜 그랬는지 잘 모르겠다.
셀수도 없이 많은 텔레비전을 쌓아놓고 다다익선이라니...

유머라고는 없어보이는 딱딱한 전자제품이
거인같이 쌓여져 있는 데다가,
하늘을 찌를 듯 높고 근엄해 보이는 탑모양의 외양에
조금 주눅들어 있었는데
다다익선이라는 제목을 보고
마음이 조금 풀렸던 것도 같다.

'비디오'라는 혁신적인 기술을
예술의 세계로 끌어들인 백남준.
나에게는 시대를 앞지른 예술가이자
조금 괴짜와 같은 이미지를 가지고 있다.

거장이지만 어딘가 젊은 청년의 모습으로 남아있는 그가 32년 생이었다니...
갑자기 그냥 백남준, 백남준 하고 불렀던 것이
그래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의 이름이 한 사람을 지칭하는 말이라기 보다
그의 삶과 예술을 의미하는 대명사가 되었다는 뜻이기도 한것 같다.

이 책은 백남준의 평생의 동반자이자 뮤즈인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들려주는 그의 세계이다.

사실 그냥 그냥 예술가 개인으로써의 백남준만 생각해 봤지
그의 결혼생활에 대해서는 생각해 본적이 없는데,
40년동안이나 삶의 반쪽, 동반자와 함께 예술가커플로 살아왔던
그의 모습은 어떤 것이었을지 궁금해진다.

이 책을 읽고 대명사 '백남준'이 아닌 인간 '백남준',
반쪽짜리 '백남준'이 아닌 온전한 '백남준'을 만나기를 기대해 본다!





저자소개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도쿄교육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시나가와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합류한다. 1964년 당시 독일에서 활약해온 전위예술계의 총아 백남준의 공연을 보고 강렬한 충격을 받아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며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뉴욕에서 백남준과 운명처럼 재회한다. 이때부터 2006년 백남준이 타계할 때까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가 커플로 40여 년을 함께한다. 다음 해 백남준을 기리는 ‘백남준과 함께한 나의 삶’ 전을 개최했으며, 2015년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64년 초 도쿄 나이쿠아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뉴욕 르네 블록 갤러리, 현대미술관 MoMA, 휘트니미술관 등에서 ‘비디오 조각’ 개인전을 여는 등 뛰어난 현대미술가로 평가받았다.


남정호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런던 정경대학LSE 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일보>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브뤼셀·런던·뉴욕 특파원을 지냈고, 현재 논설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 뉴욕 특파원으로 백남준의 장례식을 취재하면서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를 처음 만났고 이후 수 년에 걸쳐 뉴욕을 오가며 그를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집필한 『나의 사랑 백남준』에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과 또 다른 걸출한 비디오 아티스트 구보타 시게코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세계를 오롯이 되살려냈다 . 



작품 소개 

2016년은 비디오아트의 창시자 백남준(1932. 7. 20~2006. 1. 29)의 서거 10주기가 되는 해이다. 비디오 예술의 선구자이자 한국이 낳은 세계적 천재 아티스트인 그가 떠난 지 벌써 10년이 지났지만, 그의 작품이나 업적이 아닌 입체적인 인간 백남준을 세밀히 그려낸 책은 없었다. 우리는 우리의 ‘백남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가장 가까운 곁에서 40여년을 반려자로서, 또한 예술적 뮤즈이자 동지로서 함께해 온 아내 구보타 시게코가 들려주는 ‘인간 백남준’에 대한 내밀한 이야기는 그간 ‘괴짜 천재’ 혹은 ‘TV 예술’에 가려져 있던 그의 진짜 모습을 드러낸다. 가난했던 유학 시절 젊은 예술가의 풋풋했던 첫사랑과 치기어린 퍼포먼스, 세상을 뒤집어놓은 파격적인 전시의 뒷이야기, 우연을 인연으로 만든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 등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흥미로운 에피소드가 가득하다. 또한 백남준과 시게코가 가지고 있던 공개되지 않은 사진을 포함한 90여 컷에 이르는 풍성한 사진자료는 이야기에 생생함과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인간 백남준의 찬란하고 위태로웠던 삶을 들여다보는 일은 곧 그의 광범위한 예술세계를 오롯이 이해하는 길이 될 것이다. 열여덟 나이에 고향을 떠나 세계를 떠돌며 유목민으로 살아온 백남준이 20세기를 대표하는 예술가가 되기까지 겪어야 했던 드라마보다 극적인 삶이 여기에 있다.





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우주처럼 심오한 남자,
백남준의 수많은 모습을 만나다

백남준은 명백한 천재였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위대한 예술작품들만이 아니다. 그는 삶 자체도 하나의 예술로 생각했다. ‘예술이란 원래 사라지는 것’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백남준은 이 세상을 예술처럼 살다 사라졌다. 그 예술 같은 생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40여년의 세월을 걸쳐 이어진 두 사람의 사랑 사이에 ‘인간 백남준’이 있다.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구보타 시게코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그를 만나볼 수 있다.
아이 같이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백남준, 입바른 말을 모르는 지나치게 솔직한 백남준, 무뚝뚝하지만 은근한 로맨티스트 백남준, 대식가 백남준, 비상한 기억력과 최고의 건망증을 동시에 지닌 백남준, 세상물정 모르는 백남준, 뻔뻔하지만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백남준, 전 세계를 누비는 유목민처럼 살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고향을 사무치게 그리워한 백남준. 우리는 이렇게 수많은 백남준을 만나며 이 위대한 천재 예술가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서로가 서로의 삶이자 사랑이자 뮤즈였던
예술가 커플의 치열한 삶과 사랑, 예술

같은 분야의 예술을 함께하는 예술가 커플이 말년까지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미술사의 많은 사례들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다. 백남준은 놀라운 창의력과 실행력으로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고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예술의 지평을 넓혀갔다. 구보타 시게코 또한 백남준처럼 비디오조각을 선보이며 나름의 예술세계를 구축했고, 때로 백남준의 질투를 받을 만큼 뛰어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삶과 사랑, 예술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축복일 것이다. 시게코가 곁에 있었기에 백남준은 전 세계를 유랑하며 자신의 예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동시에 든든한 피난처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신에 대해 미처 기록하지 못하고 떠난 백남준의 생각과 말들을 그를 가장 사랑스럽게 지켜보며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 구보타 시게코의 생생한 증언이다. ‘추상’으로 머물던 백남준의 작품세계에 살을 붙이고 온기를 불어넣는, 사랑이 담긴 회고담이다. “남준과 함께 사는 것 자체가 내게는 ‘아트’였다”는 고백처럼, 이 책은 백남준과 시게코의 삺의 이야기 자체로 하나의 아트가 되는 기록이다. 더욱이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백남준과 재회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난 지금, 이보다 솔직담백하고 은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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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의 글

프롤로그

CHAPTER 1
예술가 백남준과 조우하다
나의 예술적 이상향, 반항아 백남준
희대의 문화테러리스트
전쟁과 파인애플
예술적 아버지 존 케이지
TV예술, 새로운 세계와 사랑에 빠지다
<연애편지>에 받은 답장

CHAPTER 2
거침없이 플럭서스
뉴욕에서의 재회
우리의 실험, 코뮌 라이프
아방가르드 파트너, 샬럿 무어맨
버자이너 페인팅
외설과 예술 사이
천재 예술가를 사랑한다는 것
캘리포니아 드림은 없다
소호 탄생의 비밀

CHAPTER 3
뉴욕을 강타한 황색재앙
큐레이터 시게코의 헌신
가난한 플럭서스 커플
TV 부처, 동양과 서양의 만남
달빛은 높은 예술, 백남준은 낮은 예술
나의 뒤샹을 질투한 남자
한국 남자를 좋아하는 유전자
슬픈 결혼식

CHAPTER 4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새로운 쇼
소름 돋는 천재와 세 살배기 아이
독일의 감격시대
34년 만의 금의환향
한국 무덤에 반하다
지상 최대의 쇼를 하라
그의 안에 무당이 있다
다다익선, 거대한 TV 탑을 세우다

CHAPTER 5
부처,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비디오 아티스트의 숙명
손이 천 개 달린 부처
백악관에서 바지를 내리다
거장,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예기치 못한 상처
고향에 가고 싶다
그가 떠나던 날
백남준의 고향
백남준과 함께한 나의 삶

에필로그

백남준 연보
구보타 시게코 연보
도판리스트
참고문헌


[정미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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