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누드 드로잉 [공연예술]

미적 대상으로서의 몸
글 입력 2016.08.22 23:0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누드 드로잉 & 퍼포먼스_


KakaoTalk_20160822_013229727.jpg
KakaoTalk_20160822_013229407.jpg


 처음으로 누드 드로잉을 하러 경복궁역 쪽에 갔다왔다. 크로키 장소가 실내가 아니라 하늘이 보이는 옥상이었고 살짝 후덥지근하였지만 옥상 정원 만의 운치가 있어서 좋았다. 내가 갔었던 누드 크로키는 퍼포먼스 형식이어서, 누드모델 남녀 두명과 댄서 1명이 공연하는 방식으로 진행을 하였다. 붉은 천을 이용하여 가리고, 잡아당기며 다양하게 몸의 형태를 표현하였는데 처음에는 어리둥절하다가 점차 모델들에게 빠져들었고 더위도 잊어버리고 그림 그리는데 심취하게 되었던 것 같다. 마지막쯤에는 모델들이 모두 비눗방울을 불었는데 무척이나 인상깊었다. 누드의 상태로 비눗방울과 한데 어우러져 자유로움, 홀가분함, 순수함, 자연스러운 느낌이 무척이나 좋았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실제로는 처음 해보는 누드크로키라서 몸의 윤곽을 그리는 데만 집중하고, 그밖의 퍼포먼스에서 느껴지는 이야기이라던가, 전체적인 분위기 등의 좀 더 담아내지 못한 것이 그러했다.


KakaoTalk_20160822_231539300.jpg
 

 누드 크로키를 하면서 사람의 몸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보게 되는데, 예전에, 내가 미술을 하기 전에는 그저 막연하게 몸을 감춰야 할 대상으로, 드러내서는 안되는, 성적인 의미가 내포되어있어 억압 하는것이 당연한 것이라고 생각했었던 것 같고, 이러한 생각을 가지고 내 몸을 보고 다른 사람의 몸 또한 그렇게 보았던 것 같다. 또한 여성과 남성으로만 구분해보았을 때, 내가 생각했던 몸에 대해 말하자면, 여성의 몸은 내 몸과 같아서 무척 친근하고 마치 엄마의 품처럼 따뜻한 느낌을 받았고. 남성의 몸에 대해 생각하자면 우선 나와는 다른 것에서 오는 거부감이랄까 그런 것이 예전부터 있어왔고, 심하게는 혐오감을 느낄 때가 간혹 있었다. 강한 남성성이 느껴지는 모습은 때론 내게 위협적이며 폭력적으로 느껴졌다. 하지만 미술을 통해 점차 인체를 공부하고 사람을 관찰하고 사람 몸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크로키를 많이 하면서 또한 이에 관련된 책을 읽으면서 사람의 몸에 대한 내 생각과 바라보는 시야가 전보다는 트여진 것 같다. 


 이번에 누드크로키를 하면서도 사람 몸 특히 나와 다른 이성의 몸이 이렇게 아름답게 느껴질 수 있다니.. 하고 감탄했다. 근육의 움직임을 포함한 손짓, 발짓, 웅크리고, 피고, 뻗고… 그 모든 자세를 심도 있게 표현하려고 했던 모델분의 부단함이 무척 멋있었다. 정말 모델 일을 하시는 분께 경이를 표하고 싶다. 동작 하나하나가 섬세하며, 올곧았고, 정말 아름다웠다. 


KakaoTalk_20160822_231540074.jpg
 

 또한 살에 대한 내 생각이 많이 넓어졌는데, 나에게 살은 그저 빼버려야 할, 절제하지 못해서 늘어나는 게으름과 부정적인 욕망의 것으로 치부하고, 스스로에게 가혹할 만큼 내 몸에 들어있는 지방덩어리를 없애고 싶은 생각밖에 하지 않았다. 그래서 몸무게에 집착하고 거울을 볼 때 마다 있는 내 모습을 추하게 봤고, 그렇게 연결돼 나 자신을 사랑하지 못했던 것 같다. 하지만 사람을 관찰하며 따라 그리면서… 살이 중력에 의해 쳐지고, 겹쳐져 접히고, 옷에 의해 가려지고, 어떠한 압력에 의해 눌려지고, 근육과 함께 펴지는 등의 모습을 보고, 움직일 때 마다 변화하는 살아있는 것이라는 일종의 생명감을 느꼈고, 다른 생명체와는 다르게 털이 적어 살의 색깔이 드러나 있는 모습이 무척 아름답다고 느꼈다. 


KakaoTalk_20160822_231540691.jpg


 그리고 몸을 통해 드러나는 모습에 대해서 이야기 하자면, 말로서 인지하는 부분은 무척 일부분이며, 우리는 다른 누군가의 몸이 나타내는 시각적인 언어를 통해 서로를 인지하는 부분이 훨씬 더 많다는 것을 깨달았고, 그렇게 몸은 우리에게 어떠한 형태로든 메세지를 주고받을 수 있는 하나의 매체로서 예술 작품으로 볼 수 있다는 점이 나를 사람을 관찰하며 그리게 만드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몸은 그저 가만히 존재하는 이 몸을 바라보는 생각들이 번잡할 뿐이라는 것을 다시금 깨달았고, 
이제는 몸을 성적인 대상으로만 바라보며 비판할것이 아니라, 자연스럽게 몸이 느끼기에 편하게 그리고 소중히 다뤄야할… 더불어 아름다운 모습으로 바라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혹시 누구든 누드드로잉에 관심이 있다면 아래 강좌가 매주 있다고 하니 
한번 참여해 보는것도 좋을것 같다.


KakaoTalk_20160822_224208989.jpg
 
22.jpg
 

색다른 누드 그림판

회비- 월회비4만원/ 일일회비 1.5만원

시간- 매주 목요일 10시~13시
3시간~1,3,5,10분 포즈들로 구성, 모델을 남녀 격주로 번갈아 섭외함

장소- 녹지미술학원

문의- 010 6640 7305 / 010 8223 7377


[김다예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4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