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초록마녀는 과연 마녀였을까, '위키드'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8.06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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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마녀는 과연 마녀였을까 <위키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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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에서도 꽤 오랫동안 사랑받고 있는 뮤지컬 <위키드> 옥주현 부터 시작하여 차지연,박혜나 등 내로라 하는 걸출한 뮤지컬 배우들이 '엘파바'를 걸쳐갔다. 누군가에게는 생소할 수 있는 뮤지컬 <위키드>가 이토록 오래 사랑받고 있는 이유가 무엇일지 알아보자. 



1. 떠난 자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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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날 몰아친 소용돌이에 휩쓸려 오즈에 오게 된 도로시. 그녀는 빨간 구두를 신고 각자 '초록마녀'에게 당한 심장없는 깡통인간, 용기없는 사자, 현명하지 못한 허수아비와 모험을 떠난다. 어렸을 적 읽어본 오즈의 마법사는 이런 내용이었다. 간단히 말하면 철저히 도로시의 시각에서 전개되는 오즈의 마법사와는 달리, 위키드에서는 초록마녀의 생애와 뒷이야기가 그려진다. 그녀는 그녀 자신이 보기에도 마녀였을까?

 뮤지컬 극장에 내걸린 초록색 피부에 챙이 큰 모자를 쓴 그녀의 모습은 마녀라는 단어가 잘 어울린다. 사람들은 피부가 초록색이라는 '다름'을 '틀림'으로 치부해버린다. 그리고 그녀는 자신을 잘 모르는 사람에게까지 일단 뭔가 문제가 있는 사람으로 낙인된다. <오즈의 마법사> 적 관점에서 관객들은 초록마녀가 철저히 악의 축이라는 생각에 지배된다. 대다수는 그녀가 어찌하여 그렇게 되었는지 아무도 궁금해하지않는다. 

그래서 <위키드>는 그녀가 그렇게 태어나고 싶어서 그렇게 태어난 것이 아니며, 그녀 또한 사회의 잣대가 만들어낸 '마녀'임을 말한다. 또한 어쩌다 깡통인간과 사자 그리고 허수아비가 그런 일을 당하게 되었는지에 대해서도 비하인드 스토리를 밝힌다. 그들이 당한 일들은 필수불가결 하였으며, 마녀 본인의 의지로 그들을 그렇게 만든 것이 아님을 밝힌다. 


**위키드의 내용을 모르는 독자들에게는 스포일러가 될 수 있으니, 다음 내용은 주의하길 바란다.**
일례로 허수아비는 그녀를 위해 희생된 피에르를 살려내기 위하여 초록마녀가 부린 마법이었다. 뮤지컬 끝부분에서도 등장하는데, 둘의 행복한 미래를 위해서는 떠나는 방법밖에 없었다. 그래서 그녀는 도로시에게 죽은 척을 하였고 피에르를 허수아비로 만들더라도 그의 생명을 살린 뒤 세상에 둘의 존재를 숨긴다.

위키드는 초록마녀 엘파바를 비롯 철저히 떠난 자들의 이야기이며, 그들의 속사정에 대해 화려하지만 슬프게 전하고 있다.



2. 우리 사회의 초록마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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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외적으로 더 끌리는 사람에게 마음이 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인간의 본능이지만, 그것이 심각해지면 외모지상주의 사회가 된다. 이러한 사회에서 상대적 불리계층에 속하게 되면 때로는 주변의 냉대 혹은 불리한 대우를 받을 수 있다. 엘파바는 겉모습으로 인하여 아버지에게 버림받고, 동생과 비교당하며 사랑하는 사람에게 쉽사리 다가가지도 못한다. 

하지만 그녀는 몸이 아픈 동생을 극진히 보살피고, 있는 그대로의 동물들을 사랑하며, 오즈의 마법사를 존경하는, 재능이 넘치는 소녀였다. 아무도 그녀의 그런 내면을 알아주지 않다가, 우연한 매개로 글린다를 알게되면서 특이한 우정을 이어간다. 

이는 우리 사회 속 엘파바들을 반영한다. 그들이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면서 우리는 그들이 우리와 다르다는 이유로 멀어지려 하지는 않는가? 위키드는 그것이 그들의 잘못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아름다운 것에만 눈이 멀지 않았나, 그들에게 아름다워지라고 강요하지 않았나 하며 질문을 던진다. 



3. 변질된 리더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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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한 오즈의 마법사는 모순 덩어리였다. 그는 외부위협이 내부결속을 강하게 만든다며 존재하지도 않는 위협을 만드려는 시도를 한다. 그는 왜곡된 리더십의 사람이었다. 애꿎은 동물들에게 마법을 부려 인간형 동물과 잘 공생하고 있던 사회를 붕괴시키려 했다. 또한 원숭이에게 날개를 만들어 그들의 정체성을 파괴했으며 그 이유가 이웃나라에 정찰을 보내려 한 것 등 갈등의 요소를 만든다. 

오즈를 풍요롭고 번성한 나라로 만든데에는 오즈의 마법사의 공로가 크다. 하지만 그는 과연 좋은 사람이었을지는 모르겠다. 한낱 할아버지에 불과했던 그는 대중의 기대에 부응한다는 핑계로 위협적인 장치를 만들어 그 뒤에 숨어 연기한다. 이는 우리 시대의 지도자의 위치를 공고히 하고자 하는 어떤 위선과 비교할 수도 있겠다. 또한 내부적으로 불리한 일 혹은 소위 '집안싸움'이 일어나려 할때, 시선을 밖으로 돌리려 일부러 외부위협을 만드는 정치권의 시도에도 대입할 수 있겠다. 

엘파바는, 이런 오즈의 마법사와 대항하다가 마녀라고 불리며 욕을 왕창 얻어먹게 된다. 진실은 사실과는 다르다. 일제시대 일본 신문에 안중근의사가 테러리스트라고 기사가 난 점, 프랑스혁명의 잔다르크가 마녀라고 매도되며 희생된 점과 같이, 떠난 자들의 이야기 속에는 '초록마녀' 엘파바가 있다. 



4.  즐거운 감상 포인트

*동화를 그대로 옮겨놓은 듯한 무대장치와 아기자기한 구성, 앙상블들의 춤과 합창 그리고 의상에도 주의를 기울여 보시길. 

*엘파바와 글린다가 서로를 인정하며 서서히 마음을 열어가는 것도 위키드의 관통선 중 하나. 둘의 태세전환에 신경써보자. 엘파바와 글린다가 우정을 확인하고 부르는 여성 듀엣 넘버, Defying Gravity, 첫구절을 흥얼거리게 된다!

*잘난 남녀는 서로 만난다고 했는가. 글린다와 눈이 맞았던 피에르가 어쩌다 엘파바를 택했는지. 숲속으로 도망친 엘파바와 피에르, 그들의 사랑을 확인할 수 있는 넘버, As long as you are mine. 





이미지 출처: 뮤지컬위키드 홈페이지


[고다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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