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시회는 언제나 낯설다. 특히 초현실주의는 더더욱 그러하다. 그림 뿐만 아니라 모든 문화에서 모두 해당되는 내용이다. 음악에서도 현대 음악은 어디서부터 어떻게 이해를 해야하는지를 종잡을 수 조차 없다. 이번 호안 미로의 전시회도 그러했던 것 같다.
초현실주의의 그림 중에서도 의식의 통제에서 벗어나 즉흥적으로 그림을 그리는 화가인 호안 미로의 그림 역시 무엇을 그리고 있는지 종잡을 수 없었다. 특히 큐레이션도 없이 들어서 더더욱이나 나만의 방법대로 해석을 했던 것 같다.
자연에서 영감을 얻고, 아이들의 낙서처럼 그림을 그리고, 단순한 색을 사용하는 그의 그림을 보면서 조금씩 나도 어린이의 시선으로 돌아가는 것 같았다. 큐레이션 없이 들었던 나에게 전시 감상에 도움이 되었던 것은 어린이용으로 제작되었던 브로셔였다. 총 5개의 미션을 주는 이 미션지는 아이들을 대상으로 스페인의 대표 화가 호안 미로를 경험하고 느낄 수 있도록 만들어준 브로셔였는데, 미션은 대략 다음과 같다. 미션을 답하면서 이번 전시회에서 느낀 내용을 적어 보려고 한다.
미션 1. 호안 미로 작품의 근원- 빈 칸에 주변에서 볼 수 있는 자연 요소를 적어 보고, 적은 자연 요소들을 풍경 위에 자유롭게 나만의 방법으로 표현해 봅시다.

미션2. 시, 기호, 리듬, 절제, 명상 - 지금 생각나는 단어와 기호를 왼쪽에 적고, 오른 쪽에 단어와 기호에 맞는 그림을 그려보세요.
하늘을 표현하려고 골랐으며, 구름으로 이뤄진 '하늘'이라는 글씨를 표현해 보았다.

미션3. 마요르카 창조적 공간 - 호안 미로의 작업실의 빈 캔퍼스에 그림을 그려보세요
호안 미로의 작업실이다 보니 호안 미로의 느낌이 나는 그림을 그리고 싶었다.

미션4. 말년의 열정_독창적 색 표현 <미로> 로고를 자유롭게 칠해보세요

미션5. 새와 여성을 상징할 수 있는 것들이 무엇인지 생각해보고 자유롭게 표현해 봅시다.
여성과 새가 가지고 있는 것에 대해 부드러운 선을 꼽았고, 그리고 평화 같은 느낌을 표현해보았다. (정말 못그린다...)

정말 간단한 질문이지만, 괜한 생각들과 복잡함이 들어가 미션을 완성하는게 어려웠던 것 같다.
특히 이제 순수하게 바라볼 수 있는 어린이의 시선을 벗어난 지 어느덧 꽤 많은 시간이 지나서 인지 간단한 질문들 마저 괜히 복잡하고, 어렵게 느껴져서 미션 하나하나를 해결하는데 어려움을 겪었다. ‘잘 그려야 하는데, 좀더 있어 보이는 의미를 찾아야 할 텐데’와 같은 강박관념이 방해했던 것 같다.
호안 미로는 대부분의 작품을 무제로 설정해 두었다. 제목이라는 타이틀에 작품을 가둬 두지 않는 것이다. 전시의 끝부분에 써있는 말처럼 이제는 이 작품이 어떤 작품이라는 것을 설명해줄 사람이 더 이상 존재하지 않기 때문에 이번 전시는 전시를 감상하는 관람객들이 자신의 생각과 느낌에 맞춰 각각의 작품을 각자의 생각으로 이해하고, 즐기는데 의의가 있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오랜만에 다시 동심으로 돌아가 단순하게 생각하고 바라 볼 수 있는 시간이였다. 우리는 점점 나이 들어가면서 똑똑해지고 있지만, 복잡해 지고 있다. 물론 그것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단순함을 추구하고 순수함을 추구하는 것 역시 우리가 놓치지 말고 가져가야함이 아닐까 싶다. 그동안 아주 간단한 질문도 항상 복잡하게 생각해서 좀더 많이 생각하고, 좀더 꼬아 생각하고, 다시 의심하게 되고 생각하게 되는 나를 보면서 나의 문제가 뭘까 에 대해서 생각했었는데 조금은 나를 내려놓고 단순하게 바라볼 수 있는 좋은 시간이였다. 가끔은 이렇게 다시 어린이처럼 나를 놓아 보는 시간도 참 중요한 것 같다.
Ps. 이번 전시에서 가장 절실하게 느꼈던 생각은 나도 집에 가는 길에 스케치북과 크레파스를 사들고 갈까라는 생각이였다. 나도 오늘부터 호안 미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