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소리의 자본주의

자본주의의 질서 안에서 소리가 구성하는 권력, 이데올로기, 그리고 통제
글 입력 2016.06.14 04: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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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르크스가 “만국의 노동자여 단결하라”라고 소리친 시점부터 150년이 지났다. 그 사이 자본주의는 더 심화되었고, 공고화되었으며, 정교화 되었다. 자본주의가 심화되었다는 의미는, 적어도 나에게는 보다 많은 것이 돈으로 결정되는 시대가 왔다는 명제로써 와 닿았다. 돈이 있고 없고가 이제 단순히 물질적 풍요로움 그 이상의 것을 결정짓는 시대에 우리는 서 있다.
 마르크스는 물질적 생산수단을 가지지 않은 자들은 정신적 생산수단도 갖지 못하며, 따라서 생산수단이 없는 이들은 생산수단이 있는 계급, 즉 부르주아의 이념에 종속된다고 믿었다. 그는 자본주의에서 성립된 권력관계가 이념의 영역까지 뻗치는 사회를 내다봤다. 오늘날 우리는 여기에 더해서 우리의 감각와 모든 경험세계, 우리의 선호, 감정까지도 자본주의의 권력구조 내에 종속되어 있는 시대를 살고 있다. 부르디외가 말했던 문화적 자본과 이로 인한 취향의 계급화와도 비슷한 맥락 안에 서 있다. 우리는 자본주의의 안에 서 있으며, 그 논리 안에 갇혀 있다. 따라서 우리가 창출해 내는 모든 담론은 자본주의의 원리에 오염되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미 우리 안에는 자본주의가 내재되어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계속 자본주의를 타자화시키고, 그 전체적 모습을 파악하기 위해 애쓰는 것은 필수적인 작업이다. 이것은 단순히 자본주의 이후에 사회가 어디로 이행해야 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뿐 아니라, 현재 존재하는 여러 권력구조와 자본주의의 영향력에 대해서 논하는 것도 포함된다. 이러한 논의를 통해서만이 우리는 현 시대의 모습을 직시할 수 있으며, 직시하지 못하더라도 직시하려는 노력을 통해 현재 우리에게 내재하는 자본주의를 의식할 수 있다.
 그런 점에서 <소리의 자본주의>는 유의미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가 가장 ‘실제’라고 받아들이는 우리의 경험, 그리고 그 원초에 있는 우리의 감각마저 자본주의의 영향을 받고 있음을 고발하는 책이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AM, FM, CD, MP3 등의 소리들에 둘러싸여 살아간다. 그리고 이러한 소리는 상품이다. 이러한 상품의 생산과정 속에서 인간의 경험세계는 결정되고, 인간은 지배자에서 피지배자로 전락한다. 인간은 소리를 통해 제조된다.
 책은 7장에 걸쳐 소리가 어떻게 자본주의 질서에 편입해 들어왔는지 그 과정을 세밀하게 추적한다. 그리하여 책장을 덮었을 때 우리는 하나의 질문을 다시금 마주하게 된다. 지금 우리의 소리는 어떠한가?
 책이 나온 지도 10년이 지났다. 아마 우리 사회는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더라도 강산이 바뀌었을 게다. 그러나 그 긴 시간동안 소리는 더 자본주의화 되었으면 되었지, 그 반대로 움직이지는 않았던 것 같다. 음악 차트는 ‘보는 음악’이라는 미명하에 회사에서 상품으로 찍어내는 아이돌 음악으로 가득 찼고, 우리는 텔레비전의 전체주의 하에 무의식적으로 부르주아지 질서에 길들여지고 있다. 사실 어찌 보면 오늘날 우리 사회에 ‘소리’는 자리를 잃어가고 있다. 소리는 영상의 부산물로 전락했으며, 그마저도 각종 예능, 뉴스에서는 시각적, 청각적으로 이중 자극을 내보내기 때문에 소리가 필수적인 요소도 아니게 되었다. 곤다가 이야기한 민중적 오락으로서의 미디어는 오락 기능은 하고 있지마는 그가 바라보았던 이상적 형태의 오락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현대의 미디어는 ‘함께’의 오락이라기보다는 ‘혼자’의 오락이다. 소통 목표로 하던 미디어는 이제 소외와 단절의 아이콘이다. 창문인 줄 알고 다가갔던 미디어는, 사실 거울이었던 셈이다.
 그래서 우리는 다시 돌아보아야만 한다. 기술은 필연적으로 권력 관계 안에 놓이게 된다. 그 권력관계에는 단순히 자본주의 뿐 아니라 국가와 국민, 다수와 소수, 젠더, 제국주의 등 다양한 관계들에 녹아 있다. 다시 말해 권력 관계란 현대 사회의 모든 관계들의 총체이며, 소리란 그 권력 관계를 구성하고, 재생산하고, 강화하는데 어떠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뜻이 된다. 그 안에 매몰되지 않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위치를 재확인하는 거다. 마르크스는 철학가의 책무는 현실을 설명하는 게 아니라 바꾸는 것이라 했지만, 현실을 설명하는 것 자체도 충분히 좋은 변혁이 될 수 있다. 숨겨져 있던 좌표평면을 드러내는 일은 그 무엇보다도 효과적인 저항이다.
 그래서 오늘날에도 이 책은 중요하다. 단순한 우리의 ‘감각’으로써 ‘실제적’이라고 믿어온 소리가 어떻게 권력관계와 공모하고 있는지 그 좌표평면을 보여주는 책이기 때문이다. 우리의 소리는 어떠한지, 다시금 짚어보아야 할 시점이다. 


[이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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