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거울 속 나를 온전히 인정하고 사랑하는 방법 - 일러스트레이터 프랜시스 캐논 [시각예술]

외모에 대한 열등감으로 자신의 모습을 사랑하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글 입력 2016.03.23 23:25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여자들이 만나면 꼭 하게 되는 이야기가 얼굴과 몸에 대한 것이다. 대개는 “나의 어디어디가 마음에 안 들어.” 아니면 “누구는 너무 예쁘고 너무 날씬해.” 그런 이야기들이다. 타인이 가진 아름다움에 대해 입이 마르게 칭찬하고 부러워하면서 정작 자신의 외모에 대해서는 가혹할 만큼 엄격하다. 물론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내 경험상 얼굴과 몸에 대한 대화의 흐름은 보통 이렇다.
 
   나는 평소에 나의 겉모습에 대해 생각하는 시간이 많다. 오랜 시간 앉아서 고찰하는 게 아니라 하루 동안 그 생각들이 스쳐가는 횟수가 많다. 거울을 볼 때, 친구와 만났을 때, 지나가는 다른 여자를 볼 때, 연예인 사진을 볼 때, 옷이나 화장품 구경을 할 때 등등 많은 순간순간들이 나의 몸에 대해 문득 떠올리게 만든다. 그 생각들은 부정적일 수도, 긍정적일 수도 있지만 대개는 부정적인 쪽에 가깝고 한 순간 우울해지기도 한다. 
  
   여성들이 스스로 ‘예쁘다’고 생각하며 건강한 자신감을 가지고 살아가면 좋겠지만 모든 사람들이 자기애가 충만하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하지만 적어도 여성들이 자신의 얼굴과 몸을 그렇게나 가혹한 기준으로 바라보지는 않았으면 좋겠다. 스스로 ‘나는 흔히 말하는 예쁜 얼굴은 아니지만 그게 그냥 내 모습이야.’ 라고 자신의 외모에 대해 ‘편안하게’ 생각하면 좋을 텐데. 자신의 모습과 타인의 모습을 비교하며 신경이 곤두서있는 여성들의 (사실은 나의) 모습이 가끔은 안쓰럽기도 하다. 

   “왜 우리사회는 타인의 외모나 삶에 대해 판단하고 재단하려고 하는가, 그리고 우리는 왜 타인의 시선에서 자유롭지 못하며 외모에 대한 열등감을 가지게 되는가”하는 그 구조적 문제에 대해서도 이야기해야 하지만 우선 이 글에서는 개개인의 마음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다. 내 글을 통해 나 자신와 다른 여성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말을 건네고 싶지만 아쉽게도 나에게는 그럴만한 사회적 힘이 없다. 그래서 나 스스로 위로 받았고, 많은 여성들이 위로 받을 만한 일러스트 작품을 들고 와봤다. 

   인스타그램에서 우연히 프란시스 캐논이라는 일러스트레이터를 알게 되었는데 그녀의 일러스트는 사람들을 위로하는 데 굉장한 파워가 있다. 프란시스는 간단한 선으로 여성의 몸을 표현하고 간결한 문장으로 ‘자신을 사랑하라’고 전한다. 간결하기 때문에 전달하는 메시지의 효과가 더 크다. 우리에게 아무리 ‘네 모습은 이러이러해서 예쁘고, 쟤랑 비교하면 더 예쁘고…” 등등을 말해줘도 그 말을 온전히 받아들이기 쉽지 않은데, 프란시스의 일러스트는 설명하거나 가르치려고 하지 않고 간단하고 직설적이기 때문에 마음에 ‘훅’ 하고 들어오는 느낌이다. 

12599095_1555869464704629_749121626_n.jpg

나는 여기 있어! 
나는 살아있어!
나는 강해!
나는 아름다워!
나는 온전히
나야!


12748270_1554566091521314_1171347448_n.jpg

오늘 나는 나 자신을 사랑하기로 결심했어!

1161112.jpg

스스로에게 친절하라.
타인에게 친절하라.
너의 삶을 즐겨라,
그게 네가 가진 유일한 것이다.

 
12547339_1686465431622814_236210919_n.jpg

너의 고통을 인정하되 그게 너의 삶을 독차지하거나 행복을 앗아가지는 않도록 해.
 

12568851_1749968851901017_125199334_n.jpg

너의 마음을 확장시켜라


12599372_1657060214567704_1941606482_n(1).jpg

네 자신의 행복을 다른 사람 때문에 타협하지마.

 
   어떻게 보면 뻔한 말들일 수 있지만 뻔하지 않은 이유가 있다. 프란시스의 그림과 글들은 "스스로 예쁘다고 세뇌하면 진짜로 예뻐집니다." 식의 무책임한 조언이 아니라, 스스로 혐오하던 자신의 모습을 수용하고 사랑하게 된 과정이 선행되어 완성된 결과이기 때문이다. 그녀의 일러스트는 간결하고 쉽지만 그 탄생의 과정은 결코 뻔하거나 쉽지 않았다.

   프란시스 캐논이 허핑턴 포스트에 쓴 글을 읽어봤다. 남과 자신을 비교하고 스스로 ‘뚱뚱하다’고 인식하게 되면서부터 그림 그리는 것이 하나의 탈출구가 되었다고 한다. 그래서 고등학교 때까지는 자신이 되고 싶은 이상적인 몸들을 그렸다. 완벽하고 아름답고 행복한 여자들을 그리는 것은 즐거운 일이기는 했지만 그럴수록 자신이 하찮고 못생겼다고 생각하게 되었다고 한다. 
   대학에서 파인 아트를 전공하며 다시 여성의 몸을 그리기 시작한 때가 되어서야 이상적인 몸이 아니라 현실적인 몸을 그리기 시작했다. 완벽하지 않고, 때로는 고통과 절망을 느끼는 몸을 그리면서 점점 자신의 몸에 대한 스스로의 인식이 바뀌게 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그런 경험과 감정을 담은 일러스트를 소셜 미디어에 공유하면서 현재는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의 메시지를 전하고 있다.

  사람들이 누군가를 위로하거나 조언하고자 할 때 자신의 문제는 배제하고 남에 대해 지적하고 해결책을 내려주려 할 때가 많다. 마치 자신은 아무 문제 없는 행복한 사람인 것 마냥. 반면에 프란시스의 일러스트에는 그녀 자신이 많이 들어가있다. 그녀의 그림들을 보면 여성의 몸과 심리를 대상화하지 않고, 그 속에 깊은 공감과 이해를 포함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그림 속 여성들은 프란시스의 모습과 닮아있어 자화상처럼 보이기도 하는데, 그녀의 일러스트는 보는 사람들을 향한 것이기도 하지만 동시에 그녀 스스로를 향한 것이기도 하다.


12716579_556170357882371_1031161120_n(1)df.jpg


   프란시스는 매일 아침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나체를 그렸다고 한다. 자신의 몸이 아름답다는 것을 스스로 증명하는 일이었다. 매일 거울 속 자신의 모습과 마주하는 것, 그리고 그 모습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내 그리는 일련의 과정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을 것이다. 덮어놓고 ‘난 예뻐. 아름다워”라고 세뇌하는 게 아니라 거울 속 나의 ‘진짜’ 모습을 직시하고, 있는 그대로를 온전히 받아들이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녀가 지금처럼 소셜 미디어를 통해 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격려를 전하는 일러스트레이터가 된 데에는 이 모든 힘든 과정이 있었던 거다. 

   나는 요즘도 프란시스의 인스타그램 계정을 팔로우하며 그녀의 일러스트와 일상을 챙겨본다. 나보다 먼저 겪고, 먼저 스스로를 사랑하는 방법을 터득한 사람이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여전히 나에게 그건 어려운 일이지만 이미 겪은 사람이 만들어놓은 결과를 받아들이는 것은 처음부터 부딪히는 것보다는 훨씬 쉬운 일이지 않을까. 또 프란시스 캐논도 여전히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배우는 현재진행 중일 것이다. 나처럼 많은 여성들이 그녀의 일러스트를 보며 적어도 자신을 사랑하려는 ‘결심’을 하고 차근차근 배워나가길 바란다.  



* 프랜시스 캐논 인스타그램에서 더 많은 일러스트 작품들을 볼 수 있다.


* 여자인 나는 여성에 대해서만 이야기 했지만 
그녀의 일러스트는 다양한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 모두에게 위로와 격려가 될 것이다. 


[이다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3.28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