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취미를 가르쳐 드립니다! - 성인들의 취미생활, 원데이클래스 [문화예술교육]

어쩐지 취미 생활들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글 입력 2016.03.22 2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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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를 가르쳐 드립니다!]


2016년의 해가 밝아온지도 3개월이 흘렀고, 학기가 시작된지 3주가 지났다. 나에게 지난 3개월, 특히 3월의 3주는 아주 특별했다. 이번 학기 휴학생이 된 나는, 2n년만에 어디에도 소속이 되지 않고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한 시간들을 보내고 있다. (라고 쓰고 "백수"라고 읽는다.) 간단하게 나의 일과를 말하자면 이렇다. 아침 8시에 기상해서 '전화 영어'를 하며 외국인 선생님과 영어로 대화를 하고 부리나케 준비하고 나와, 동네 체육센터에서 엄마뻘 되는 회원님들과 아이돌 노래에 맞춰 신나게 스피닝을 한다. 점심 이후에는 미술 학원에서 성인들을 위한 취미 미술 수업으로 그동안 잠 재웠던 나의 예능적 재능들을 흔들어 깨우고, 날씨 좋은 날엔 근처 공원에서 스케이트 보드 강습을 받곤 한다. 하루를 "취미생활"로 뺑뺑이 돌리고 집에 오면, 그야말로 넉다운(knock-down)된다. 마치 치맛바람을 쓰나미 급으로 휘날리며 이 학원 저 학원으로 아일 보내는, 학구열 강한 엄마처럼 말이다. 휴학을 계획하면서 다짐했던 "공부 빼고 다!"를 잘 실천하고 있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지만, 이 방법이 맞나 싶기도 하다. 공부 빼고 다 해보고 싶어서 다양한 활동들을 하고 있지만, 어쩐지 취미 생활들을 "공부"하고 있는 것 같다. 


취미-나.jpg 요즘 나의 새로운 취미, 스피닝과 롱보드. (다만 몸매가 조금 다를 뿐... 조금...아주 조금이다... 정말로....)


십수 년 동안 매달렸던 학업에서 벗어나 천천히 가더라도 '진짜 나'의 감각들을 찾고 싶어 시작한 휴학생활이다. "이번 기말고사 끝나고", "수능만 끝나면", "이 과제를 제출하고" 해야지 마음만 먹었던 나의 위시리스트들을 실행할 방법은 너무도 어려웠다. 사실, 누군가에게 수업을 통해 배우는 것 이외의 배움은 겪어본 적이 거의 없고 내겐 너무도 익숙하지 않았다. 내게 주어진 나만의 시간을 하나하나 꾸려나가는 것은 그 누구도 알려주지 않았기 때문일까. 어릴 때부터 우리들은 연필 쥐는 방법을 시작해 복잡한 공식의 수학 문제까지 많은 걸 배워왔지만, 책상 밖을 벗어나서 다른 근심걱정 없이 한가지에 몰입하는 것을 할 줄 몰랐다. 

무엇이든 더디고 느리지만 완전히 '체화'한 후에야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히나 취미생활이라는 것은, 바쁘고 복잡한 일상 속에서 잠시나마 숨을 돌리며 그 행동 자체에 온 집중을 기울이고 마음을 가다듬는 것이다. 조금은 버벅거리고 가끔은 다쳐가면서 몸소 배우는 것이 꼭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그러나 오늘날을 살아가는 우리에겐 그럴 여유도 없나보다. 실수하고 실패하며 즐기는 나의 여가생활이 아니라 처음부터 잘하는 여가생활, 취미활동을 원한다. 나 또한 그렇다. 바로 내가 취미생활을 위한 학원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보내게 된 이유다. 

취미생활을 만들기 위해 무엇인가를 배우고 수업 듣는 것은 나뿐만이 아니다. 이렇게나 우리 삶에 여유가 없었나싶을 정도로, 취미가 없는 청년들은 취미 활동을 배우러 나선다. 우스갯소리로 요즘 청년들이 취업을 준비하며 이력서를 작성할 때 가장 어려운 질문은 바로 '취미 및 특기' 칸이라고 말한다. 심오한 질문이나 내가 꼭 입사를 해야만 하는 이유는 거의 기계처럼 속사포로 써내려가면서 취미를 묻는 짧디 짧은 칸 앞에서 이틀을 고민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성인들을 위한 다양한 취미 활동 교실이 있다. 일명 '원데이 클래스'. 드로잉 클래스, 디퓨저/향초 만들기 클래스, 캘리그라피 클래스, 맥주 브루잉/테이스팅 클래스, 가구 제작 클래스, 자산관리 스쿨, 해설사와 함께하는 갤러리 나들이…. '다양하다'라는 말로는 그 엄청난 종류를 다 담아내지 못할 정도로 다양하다.
 




1. 목공예 DIY 가구제작 클래스: 해쉬더우드

취미-목공예1.jpg▲ (출처) MBC '나혼자 산다'
 

지난주 방영된 MBC '나혼자 산다'에서 가수 김동완이 마지막 방송을 앞둔 육중완에게 선물로 직접 만든 가구를 선물하는 모습이 나왔다. 이때 김동완은 가구 소품을 구매하지 않고, 목공예 원데이 클래스로 직접 만들었다. 방송에 소개된 '해쉬더우드'의 경우, 3시간동안 수강료 4만원+재료비 2만원으로 원목조명을 만드는 강좌를 실시하고 있다.뿐만 아니라, 한 달동안 목공예 작업의 기초부터 배울 수 있는 수업도 있다.


[목공예/원데이 클래스] 원목조명 One-day class (6만원)



2.맥주 브루잉/테이스팅 클래스 : 마이크임팩트
 
취미-맥주.jpg▲ (출처) 마이크임팩트스쿨


해외여행 갈 국가를 선택할 때 '맥주가 저렴하고 맛있는가'를 가장 먼저 고려한다. 맥주를 마실 땐 어깨춤을 추다가 탈골되도 좋을 것 같다고 입이 닳도록 말하는 사람이 바로 나다. 그러니 이번 원데이 클래스는 사심 가득한 소개 문항이 되겠다. 한가한 토요일 오후에 이태원의 수제 맥주 펍에서 영국 맥주의 유래와 제조 원리를 배우며 그 맛과 향을 몸소 느낄 수 있다. 무엇보다 맛과 향이 풍부한 상온발효 맥주인 '에일'을 직접 만들어 가져갈 수 있다고 한다. 세상에 둘도 없는 취미가 될 것 같다.


[맥주로 즐기는 영국] 수제맥주 브루잉 (4만원)



3. 가죽공예 클래스 : 클래스원데이
 
취미-가죽.jpg▲ (출처) 클래스원데이


무려 가죽 버켓백을 직접 만드는 수업이다.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학위를 받은 디자이너 선생님과 함께 피렌체의 제작방식으로 가죽 버켓백을 직접 만들 수 있다. 색상, 재질, 디자인 등 나의 취향에 따라 만들 수 있기에 더 의미가 크다. 다소 비싸다고 생각이 들 수 있지만, 유학파 디자이너 선생님(께 하루 배운 일일 디자이너인 나 자신)이 만든 수.제. 가죽 가방인 것을 생각해보면 합리적이다. 무엇보다 어디 가서 취미로 수제 가방을 만든다고 자랑하기도 좋다.


[가죽 버켓백 제작 클래스]
태슬이나 스터드로 완성하는 버켓백 가죽공예 클래스 (13만원)






취미활동을 수업을 통해 배워서 만들어야만 하는 현실 그 자체는 안타깝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면, 앞으로 지속가능한 시간을 위한 그 첫 발걸음이 될 수 있지 않은가! 그렇게 나는 다음 4월달에는 음악학원을 다녀 우쿨렐레를 배워볼까 고민하며 잠에 든다.


[황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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