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소비사회와 여성 [문화전반]

의식적인 소비층이 문화를 만들어내고 문화는 다시 동시대인의 사상을 지배한다.
글 입력 2016.03.03 1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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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상업주의가 만연한 시대에서 소비 주체의 꽃은 단연 ‘여성’이 아닐까 싶다. 남성 소비자들을 타겟으로 생산되는 이미지들이 아무리 다양화되었다고는 하지만 자신들의 상품이 사회적 권위와 젊음, 남성성을 보강시킬 수 있다고 약속하며 가장일 경우, 좋은 아버지 역할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호소하는 것이 대부분이다. 때문에 상품의 기능과 외관 중심으로 치우쳐진 광고가 많은데, 자동차, 엔진오일, 스포츠 용품, 면도기 등을 소개하는 광고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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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여성을 유혹하는 광고들은 좀 더 세분화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아름다운 여성의 전신을 보여주며 완벽한 피부, 외모, 머릿결에 대한 동경심을 심어주는 이미지는 이젠 너무나도 진부하고 흔하기 때문이다. 최근 광고 속 여성의 이미지는 여대생, 주부, 며느리, 학부모, 친정엄마 등등 수많은 일상의 인물로 나뉜다. 스토리 역시 일상적이고 경험적이며 드라마틱하다. 내용은 거의 동일하다고 할 수 있다. 평범하고 일상적인 여성의 모습일지라도 그녀가 ‘개인적’으로 인정받고 주목받을 수 있다는 욕망을 제공한다는 것. 소위 말해, 상품을 구매하는 것이 여성을 여성적으로 아름답게 한다는 것에 그치지 않고 센스 있는 전문직여성, 여자친구, 여대생이 되기 위한 통과의례처럼 느끼도록 부추긴다는 것이다. 

  급작스럽게 들이닥친 시어머니께 정돈되고 말끔한 살림으로 보이기 위해 모 회사의 제품을 쓰자 위기(?)를 모면할 수 있었다는 것이나 다이어트 식품을 먹고 날씬해져 맵시가 생기자 남자 상사가 자신을 더 이상 무시하지 않고 오히려 대시하기 시작하는 식의 스토리가 심심찮게 나오는 것을 보면 어떤 면에선 눈살이 찌푸려지긴 하지만 일상에서 충분히 공감 가능한 이야기들이다. 이렇듯 여성은 자신들의 생물학적 정체성뿐만 아니라 평생에 경험하는 전통적, 사회적 구조의 실체에 대해 남성들에 비해 훨씬 민감하다. 이러한 소비사회의 현상은 여전히 여성들에게 한한 전통적, 사회적 굴레의 영향이 크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베아트리스 퐁타넬의 책 <치장의 역사>를 살펴보면 시대별로 미의 기준과 유행이 달랐어도 여성의 욕망과 갈망은 멈춘 적이 없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일례로 식민지 개척 등 남성 중심의 역사적 사업의 결과로 서구에 유입된 동양미와 이국적 취향을 여성들이 적극적으로 수용했던 것이 있다. 금발의 명성이 주춤하고 검고 풍성하고 윤이 나는 무거운 머리카락을 따라가기 바빴던 것이다. 그 당시에도 여성들은 다양하고 새로운 이미지에 대한 소비의 주체였고 동시에 그 몸은 시대와 유행에 구속되어 스스로 소비되는 대상이었다. 작가에 의하면, 중세를 거치고 20세기 초에 이르기까지 여성들의 육체는 그러한 획일화된 미적 관념에 억눌려 있었으나 여성 해방, 도덕관념의 해방, 여가 생활의 등장, 삶의 질 향상 등으로 이전에 강요된 정숙하고 절제미 있는 여성성에서 벗어나 근육을 만들고 능동적이고 역동적인 육체의 개념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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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나 오늘날을 보자. 민주주의가 자리 잡고 여권이 신장되고 도덕관념이 자유로워졌다고 하여 여성의 일상이 해방되었다고 말할 수 있는가. 유행을 따르는 맹목적인 소비습관이 사라졌는가. 유행을 만드는 자가 누구인가. 우리는 정말로 우리가 원하는 선택을 하며 살고 있는가 묻는다면 쉽게 대답할 수 없을 것이다. 여전히 이 사회는 무수한 이미지들을 양산시키며 개인에게 특정한 라이프스타일을 권유한다. 끊임없이 외부로부터 결핍과 이상향을 자극 당한다. 필자가 하고픈 말은 그래서 여성이 피해자라는 것이 아니다. 현대사회에 와서야 비로소 소비 주체로서 막강한 힘을 갖게 된 여성들이 의식적인 소비습관을 가질 필요가 있음을 재고하고 싶었다. 향유해야할 문화를 순전히 기업논리에만 의존하여 얻는다면, 개인의 욕망마저도 이에 의존하여서만 나타난다면 중세와 20세기 초 여성들의 모습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을 것이다. 의식적인 소비층이 문화를 만들어내고 문화는 다시 동시대인의 사상을 지배한다. 
 
  조금만 더 집중하면 들을 수 있다. SNS, 패션잡지, 텔레비전 등의 매체들이 당신을 어떤 식으로 불러내고 있는지를 말이다.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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