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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시간'을 팔아 '시간'을 얻다 - 시간을 파는 상점 리뷰

by 정선아 에디터
2016.02.11 07:10




'시간'을 팔아 '시간'을 얻다
- 시간을 파는 상점 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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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 '시간을 파는 상점'은 김선영 작가의 장편소설 '시간을 파는 상점'을 재구성한 것이다. 대략적인 줄거리는 이렇다. 고등학생인 백온조는 '크로노스'라는 카페를 운영하면서 의뢰인의 소원을 들어준 대가로 용돈을 번다. 이 과정에서 여러 사건이 발생하는데, 미스터리한 요소들이 포함되어 있어 극의 긴장감을 한껏 높인다. 그리고 이 사건들은 '시간'에 관한 여러 교훈을 전해준다.




전체적인 감상평

  연극 관람 후기를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대만족'이다. 조그만 극장 크기와 다르게 배우들의 열정은 그 무엇보다 대단했고, 정교한 연출에서 제작자들의 세심한 노력이 빛났다. 상당수의 연극이 그렇듯이 '시간을 파는 상점'도 관객과의 소통이 많은 연극 중 하나였다. 박수를 유도하기도 하고, 관객을 연극에 참여시키기도 하고, 배우가 관객석으로 들어오기도 했다. 수동적으로 감상만하기보다 연극을 만들어가는 또 하나의 주체가 될 때 즐거움이 더 커지는 법이다. 개인적으로 이런 종류의 연극을 좋아하는 지라 재밌게 관람할 수 있었다. 게다가 배우들의 깨알 개그와 우스꽝스러운 몸짓까지 더해져 연극의 재미가 배가 됐다.

  아쉬웠던 점은 극의 진행이 다소 빠르다보니, 감동을 주는 포인트에서 그 감동이 배가 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교훈을 전달하는 부분에서 극의 진행을 좀 더 느리게 했더라면 어땠을까란 생각이 들었다. 물론 내용 자체가 마음을 울리는 문장들로 가득차서 감동적이긴 했지만, 너무 훅 지나가버려서 아쉬웠다.


 
배우

  극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배우는 '홍난주'와 '오혜지'역을 맡은 박지예씨다. 사실 처음에 배우가 총 5명인 줄 알았다. 홍난주 역을 맡은 배우분과 오혜지 역을 맡은 배우분이 따로 있는 줄 알았다. 그런데 알고 보니 동일 인물이었던 것이다. 그저 생김새가 비슷한 두 배우가 연기하는 줄 알았는데, 시간이 좀 지나고서 동일한 배우라는 것을 깨닫고 감탄하지 않을 수가 없었다. 게다가 홍난주와 오혜지는 성격이 완전 정반대인 인물이다. 이 상반된 캐릭터를 배우 혼자서 완벽하게 소화해 낸 것이다. 홍난주는 발랄하고 외향적인 성격을 가진 깜찍한 인물인데, 생생한 표정과 당당한 몸짓으로 홍난주를 제대로 표현해냈다. 그리고 오혜지는 다소 폐쇄적이고 무뚝뚝한 성격을 가진 인물인데, 나중에 주인공 백온조와 친해지면서 변하는 모습을 보인다. 변하기 전의 오혜지는 차가운 표정과 경직된 자세로 표현하고, 변해가는 오혜지는 다정하게 얘기하려 하지만 그걸 어려워하고 어색해하는 모습으로 잘 표현해냈다.

  진국 역을 비롯해 할아버지, 꼬마아이 역까지 소화해 낸 박지훈씨도 인상깊었다. 연극 시작 전에 바람잡이 역할도 하셨는데, 극의 유머러스함을 살리는 데에 가장 기여를 많이 하신 분이다. 물론 진지한 연기를 할 때는 웃음기가 싹 사라지고 연기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이셨다. 특히나 할아버지 역할을 하실 때, 대사 한마디 한마디 진지하게 읊으시는데 다른 사람처럼 느껴졌다. 박지예씨 만큼이나 다양한 역할을 소화해낼 수 있는 멋진 배우다.

  주인공 백온조 역을 맡은 이주영씨의 연기도 훌륭했다. 온조가 느꼈을 복잡한 심정도 잘 표현했고, 생동감 넘치는 표정과 작은 체구에서 뿜어져 나오는 큰 동작들이 인상깊었다. 무엇보다 교복에 분홍색 가방까지 착용하니 영락없이 귀여운 여고생 같았다. 주인공 역을 맡으신 만큼 관객과의 소통이 가장 많은 배우였다. 관객들의 박수와 호응을 유도하기도 하고, 관객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관객석으로 들어오기도 하는 등 극의 분위기를 살리는 데에 많은 노력을 하셨다.

  마지막으로 이현과 강토 역을 맡은 배우 조율씨의 연기도 좋았다. 극에서 난주의 사랑을 받는데, 난주의 마음은 곧 나의 마음일 정도로 외모가 준수한 배우였다.(지극히 개인적인 의견입니다.^^ 물론 출연한 배우분들 다 예쁘고 잘생기셨습니다.) 온조를 짝사랑하는 마음을 '둔팅이'라면서 은근슬쩍 표현하는 모습을 보니 괜히 설렜다. 친구인 진국이를 위해 헐레벌떡 뛰어가는 모습이 실제같을 정도로 열정을 다하는 모습이 인상깊었다.




연극

  가장 몰입이 많이 됐던 장면은 진국이가 자신을 있는 그대로 바라봐주지 않고 오직 성적표에 적힌 점수만 신경쓰는 엄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이다. 정확한 대사가 기억이 나지 않지만 인상 깊었던 대사가 있다.


"나는 엄마를 바라보고 있는데,
엄마는 내가 눈에 보이질 않나봐."


그깟 숫자들이 뭐가 그렇게 중요하길래, 진국이 엄마는 왜 그렇게 진국이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점수에 매달렸던 걸까? 몇 개 더 맞추고, 몇 점 더 올리는 것에서 무엇을 얻으려고 했던 걸까? 거기서 무언가를 얻는다 할지라도, 진국이 엄마는 가장 소중한 진국이를 잃을 뻔했다. 가장 소중한 것이 무엇인지 잊어버린 채, 진국이와 좋은 추억을 쌓을 수 있었을 그 소중한 시간을 아깝게 흘려보낸 것이다. 그리고 하마터면 앞으로의 시간을 암흑 속에서 보낼 뻔했다.

  또 기억에 남는 대사는 강토가 아버지에 대한 앙금을 풀고, 할아버지도 다시 만나게 되면서 백온조가 강토에게 말하는 부분이다. 온조는 '지나간 시간에 집착하지 말고 흘려보낸 다음, 앞으로 남은 시간을 할아버지랑 아버지와 행복하게 지내면서 추억을 하나씩 만들어가는 게 어떻겠냐'고 말했다. 종종 사람들과 다투고 나면 그때의 안 좋은 기억 때문에 긴 시간 동안 불쾌한 감정이 지속되곤 한다. 그리고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가끔씩 그때의 기억이 떠오르면서 기분이 안 좋아질 때가 있다. 도저히 싸움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할 수 없다면 어쩔 수 없지만, 지난 일 때문에 일상 생활에 지장이 생기는 것보다 제대로 마주해서 해결하고 앞으로의 시간들을 행복하게 보내는 게 더 낫다는 생각이 든다. 자존심 때문에 문제를 회피할 때가 많은데, 느낀 바가 많은 대사였다.

  마지막으로 인상깊었던 대사는 온조가 롤링페이퍼에 적힌 글을 하나하나씩 읽어줄 때 언급된 글귀들 중 하나이다.


혼자가 아니다.
그 누구도 혼자가 아니다.
고개 들어 하늘을 봐라.
거기 하늘만은 너와 함께 있다.


어찌보면 참 비참한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함께할 대상이 하늘밖에 없는 건 참 슬픈 일인 거 같다. 그런데 또 다르게 생각하면 혼자라는 생각이 들 때 바닥으로 가라앉기보다는, 하늘을 보며 위로를 얻는 것도 괜찮은 방법이다.

  온조가 시간을 팔아서 얻은 건 돈뿐만이 아니었다. 자신의 시간을 다른 사람에게 내어주어 의뢰인들의 부탁을 들어주었고, 그 과정에서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게 됐다. 그리고 앞으로 다가올 일분일초를 굉장히 소중히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었다. 온조는 시간을 팔아서 시간을 얻게 된 셈이다. 그리고 이 연극을 본 관객들도 마찬가지다. 이 연극을 보는 데에 자신의 시간을 투자했지만, 그 시간들이 아깝지 않을 만큼 시간의 중요성에 대한 소중한 교훈을 얻어갈 수 있었다.




포토타임
  배우분들의 연기도 훌륭했고, 연극도 만족스러워서 포토타임 때 사진을 찍으려고 기다렸다. 더 많은 인원이 사진을 찍을 줄 알았는데 당황스럽게도 한 커플을 제외하고는 전부 다 공연장을 바로 나갔다. 배우분들도 당황하시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물론 개인의 자유지만 그래도 기념사진 한 장 정도는 찍어주셨으면 좋았을텐데란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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