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국내 큐레이터, 빨간불 켜지다 - ①학예사자격증의 제도적 문제[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2.07 03:40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국내 큐레이터, 빨간불 켜지다 - ①학예사자격증의 제도적 문제


The Curator.jpg
 (사진제공=네이버 영화 '큐레이터')


  최근 문화예술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나면서 관련 직종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다. 큐레이터(curator)도 예외는 아니다. 큐레이터에 관한 정보를 제공하는 네이버 카페 ‘큐레이터 세상’의 회원수가 3만 2천 여명에 육박하는 것만 봐도 그 관심도가 상당하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흔히 ‘큐레이터’ 하면 드라마 속의 우아하고 화려한 장면을 떠올리곤 한다. 그러나 실제 큐레이터의 삶은 이와 다르다. 수많은 부당함을 견뎌내야 하며, 아주 고달프고 힘든 직종 중 하나여서 3D업종으로 분류되기도 한다.
  본 기사는 큐레이터의 어두운 현실과 관련하여 ①학예사자격증의 제도적 문제 ②비정규직 만연화 현상과 고용 불안정성에 초점을 맞춰 두 편으로 나누어 작성하였으며, 한국 미술계의 발전을 위해서 큐레이터의 처우 개선이 시급함을 알리고자 한다.






큐레이터(학예사)란?


  큐레이터는 학예연구사, 학예사라고도 불리며 기본적으로 소장품을 연구하고 그에 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전시를 기획, 진행하는 일을 한다. 하지만 국내의 경우 경영, 판매, 교육 등의 업무도 담당하여 사실상 명확히 정의를 내리기가 쉽지 않다. 외국은 대부분 업무가 세분화 되어 있고 그에 따른 직업 이름을 달리 한다. 이를 테면, 컨서베이터(conservator, 소장품 보존 및 처리), 에듀케이터(educator, 교육 담당), 레지스트라(registrar. 미술품 대여 및 구입 등의 서류작업), 아키비스트(archivist, 기록연구) 등이 있다. 이와는 달리 국내는 상당수의 미술관이 해외에 비해 규모가 작은 터라 한 사람이 동시에 기획과 진행을 비롯해 홍보, 교육, 작품판매, 전시관련 정산까지 담당하는 경우가 많다. 따라서 해외 큐레이터에 비해 수행해야 할 업무가 다양하고 과중되어 있는 경향이 나타난다.혹은 전시기획팀, 교육팀, 작품관리팀, 보존과학팀 등 팀 단위로 운영되기도 한다.






학예사자격증


 국공립미술관의 경우에는 공개채용을 통해 큐레이터를 선발하기 때문에 반드시 학예사자격증이 필요한 건 아니다. 이에 반해, 대다수의 사립미술관은 큐레이터 지망생들에게 학예사자격증을 요구한다. 그 이유는 한국의 ‘박물관 및 미술관 진흥법’이 자격증 취득자를 1명 이상 의무적으로 고용해야 정부등록미술관 요건을 충족하도록 규정했기 때문이다. 따라서 상당수의 큐레이터 지망생들은 학예사자격증을 취득하려 한다. 하지만 학예사자격증 제도에 문제가 많아 비판의 목소리가 일고 있다.






학예사자격증 제도의 문제점

▶경력쌓기 위한 인턴제도의 체계성 미흡
한국에서는 2000년 ‘박물관및미술관진흥법’이 개정된 후 학예사자격증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준학예사
 3급 정학예사
 2급 정학예사
  1급 정학예사
 학사 학위 취득 및
실무경력 1년
 준학예사 취득 후
실무경력 4년
 3급 정학예사 취득 후
재직 경력 5년
 2급 정학예사 취득 후
재직 경력 7년
(표1) 학예사자격증 취득 방법

  위의 (표1)에서 확인한 것처럼 더 높은 급의 학예사자격증을 취득하기 위해서는 '학위'를 따는 것은 물론, ‘경력’을 쌓는 것이 굉장히 중요하다. 학사 학위자가 1급 정학예사가 되기까지 17년의 경력이 필요하다. 하지만 경력을 쌓기 위한 정기적인 인턴제도가 체계적으로 운영되고 있지 않아, 경력 중심의 자격증 제도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부분의 미술관은 단기계약직으로 큐레이터를 고용하곤 한다. 그래서 1급을 따기 위해서는 여러 미술관들을 전전해야 하며, 지속적으로 고용상태에 있기란 쉽지 않다. 또한 미술관은 경력이 필요한 큐레이터들의 현실을 알기 때문에 이를 악용하기도 한다. 주 5일 8시간 근무에 월 10만원이라는 열정페이를 지급하는가 하면, 화장실 청소, 미술관 강아지 배설물 치우기, 잔디 정리, 쓰레기 소각과 같이 허드렛일을 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국내 큐레이터 시장의 인력은 큐레이터가 되기 위한 실질적 능력을 갖추지 못한 채, 오직 명목상의 실무경력을 쌓기 위해 부당한 대우를 견뎌가며 시간을 허비하고 있는 실정이다. 


▶자격시험과 실무능력 사이의 간극

 
 시험과목
 문제유형
 1교시
(2과목)
 · 박물관학
· 외국어(영어, 불어, 독어, 일어, 중국어, 한문, 스페인어, 러시아어, 이탈리아어 중 1과목 선택)
객관식
4지선택형
(과목당 50문항)
 
2교시
(2과목)
 · 고고학, 미술사학, 예술학, 민속학, 서지학, 한국사, 인류학, 자연사, 과학사, 문화사, 보존과학,
전시기획론 중 2과목 선택
주관식
서술형
(과목당 2문제)
(표2) 준학예사 자격증의 시험과목 및 문제유형

표1.jpg
 (표3) 준학예사 자격시험 시행현황(2014.12.31.)

  준학예사 자격증의 시험과목 및 문제유형은 위의 (표2)와 같다. 전문 학예사가 되기 위한 첫걸음 격인 준학예사 자격증의 시험 내용을 살펴보면, 현장에서의 의사소통 능력과 무관한 객관식 시험을 비롯해 논술전형의 ‘복불복’식 불확실성의 문제를 안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큐레이터로서의 역량이 부족한 인력을 고용해야 하는 미술관뿐만 아니라,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지 못한 상태에서 일하도록 내던져진 큐레이터의 입장 모두 곤란한 상황이다.

  또한, (표3)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응시자수가 증가추세에 있고, 합격률은 15~20% 정도로 낮은 편이다. 해를 거듭할수록 부실한 학예사자격증 시험을 준비하는 데에 시간을 낭비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다. 또한 해마다 불합격한 80~85%의 응시자는 현장에서 전혀 도움이 안되는 자격증을 따느라 안간힘을 써야 한다. 큐레이터로서 일을 시작하기 위해서 취득해야 하지만, 정작 큐레이터로 활동하는 데에는 활용도가 매우 낮은 모순 덩어리 자격증에 목매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재고해봐야 할 시점이다.


 



학예사자격증 제도의 문제점 개선 필요

  현장에서 실질적으로 활용 가능한 능력을 평가할 수 있도록 시험 제도를 정비하지 않으면, 앞으로도 큐레이터 지망생들은 유명무실한 시험을 준비하느라 아까운 시간을 허비할 것이다. 이럴 바엔 차라리 시험을 폐지하고 제대로 된 인턴 제도를 마련해서 실질적인 업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하고, 성과중심의 업무 평가를 통해 정학예사로 고용하는 편이 나을 것으로 보인다.




[정선아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19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