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상에서 가장 오래 산 생명체들의 이야기, < 위대한 생존 > [시각예술]

WANTED [사진 촬영 모델을 찾습니다]
글 입력 2016.01.2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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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대한 생존 : The Oldest Living Things In The World






WANTED
<사진 촬영 모델을 찾습니다>
대상 : 지구상의 모든 생명체
조건 : 외모, 국적, 학력 무관
단, 나이 제한이 있음. 최소 2000살 이상
*제보나 문의는 도서 ‘위대한 생존’ 저자 레이첼 서스만씨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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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첼 서스만(Rachel Sussman)
"살다보면 눈앞에 보이는 것이 너무나 터무니 없이 아름다워서
웃음밖에 안 나오는 때도 있는 법이다."


나이가 아주 많은 생물만 찾아 다니며 사진을 찍는 여자가 있다. 이름은 레이첼 서스만, 뉴욕에서 활동하는 현대 예술가다. 그녀는 지난 10년간 생물학자들의 도움을 받으며 세계 곳곳에서 2,000살 넘은 생물체를 촬영했다. 어떻게 보면 무의미하고 무모해 보이는 이 프로젝트는 예술계와 과학계를 크게 놀라게 했으며, 앞으로도 계속 진행될 예정이다.

레이첼의 ‘고령 생물 리스트’에 있는 대상은 대부분이 나무지만 이끼, 해초, 산호, 심지어는 박테리아균도 있다. 이들은 지구 곳곳의 척박하고 험한 장소에 살면서 빙하기, 지각 변동, 인구 증가와 같은 오랜 시간에 걸친 대대적인 환경 변화를 겪어 왔다. 이들 중에는 ‘얼떨결에 밟고 지나가기 쉬울 만큼 작은 생물도 있고 경외감으로 입이 딱 벌어질 만큼 큰 생물’도 있다.


조몬삼나무.jpg
 조몬 삼나무(3,000살) 
미야자키 하야오가 이 나무를 보고 영감을 받아
‘모노노케 히메(원령공주)’를 만들었다고 한다.


몽글이.jpg
 야레타(3,000살)
이끼 덮인 바위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끄트머리에
작은 잎들이 엉켜 있는 수천 개의 줄기로 이뤄진 관목이다. 
아주 빽빽해서 그 위에 올라설 수 있을 정도다. 


판도.jpg
 판도(80,000살)
하나의 거대한 뿌리 시스템을 가진 사시나무 군락이다.
각각의 ‘나무’는 하나의 뿌리에서 나온 줄기들이다. 
그렇게 해서 13만 평에 펼쳐진, 유전적으로 동일한 거대 개체를 이루고 있다. 


박테리아.jpg
 시베리아방산균
짧게는 40만, 길게는 60만년 동안 생명활동을 멈추지 않은
‘최고령 생물체’로 꼽히고 있다. 



독특한 생존방식, 고유한 아름다움

적게는 수천 년 많게는 수십 만년 이상을 살아온, 말 그대로 ‘위대한 생존자’들은 각자 독특한 생존 전략을 가지고 있다. 원래 남극에 살았던 남극 너도 밤나무는 빙하기가 시작되자 추위를 피해 뿌리를 뻗으며 조금씩 몸을 움직였다. 이제는 남극이 아닌 호주에서 남극 너도 밤나무를 볼 수 있다. 번개에 맞아 뿌리의 반이 들린 글렌코 바오밥 나무는 바깥으로 나온 뿌리를 가지로 변화시켰다. 웰위치아는 수분을 아끼기 위해 평생 동안 딱 두 장의 잎만 키운다. 심지어 땅 속으로 자신을 숨기는 나무도 있다. ‘지하 삼림’이라고 불리는데, 건조하고 불이 잘 나는 남아프리카 저지대에 적응하기 위해 몸통의 대부분을 땅 속으로 이동시켰다. 


웰위치아.jpg
웰위치아(2000살)
생김새로 봐서는 전혀 그렇게 안 보이지만 웰위치아는 나무다.
거대한 잎 더미처럼 보이는 것이 사실은 딱 두 장의 잎이다.
두 장의 잎이 길게 자라면서 켜켜이 구부러져 쌓이고 손상되고 갈라져가며 형성된 모양인 것이다.


지하삼림.jpg
지하삼림(13,000살) 
지표상에 보이는 부분은 사실 나무의 머리 꼭대기다. 
불이 나더라도 땅 위의 잎과 잔가지만 피해를 입기 때문에 나무 자체는 쉽게 회복된다. 
눈썹이 그을리면 곧 다시 자라는 것과 비슷하다고 보면 된다.



깊은 시간에 머문다는 것

100년의 시간도 다 채우지 못하는 인간에게 수천 수만년의 시간이란 굉장히 크고 추상적인 개념이라 좀처럼 와 닿지 않는다. 그런데 레이첼의 사진을 통해 우리는 엄청난 세월을 간접적으로나마 체험할 수 있는 기회와 마음껏 상상해볼 수 있는 자유를 누린다. 시간여행을 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브리슬콘 파인나무를 보고 있으면 마치 사진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느낌을 받는다. 많게는 5000살, 이집트 상형문자가 최초로 생길 때부터 계속된 나무의 호흡이 느껴진다. 3000미터 고지대라는 악조건에서 세월의 풍파를 겪은 울퉁불퉁한 고목들의 장엄함과 신비로움에 절로 숨죽일 수밖에 없다. 이 시간여행을 통해 우리가 얻는 것은 인간의 나약함이나 덧없음이 아니다. 오히려 길게 보고 생각할 수 있는 인내와 여유, 통찰력을 얻게 된다. 


브리스탈콘 파인.jpg
 브리스콜 파인(5068살)



"깊은 시간에 머무르는 것도 깊은 물속에 머무는 것만큼 힘들다. 우리는 자꾸만 수면 위로 떠올라 순간의 생각과 필요에 파묻힌다. 하지만 2000년 넘게 살아온 생명체들과 연결된다는 것은 '지금, 여기'에서 우리가 겪는 경험을 축소시키자는 의미가 아니다. 오히려 그 반대다. 고대부터 살아온  생명체의 눈으로 깊디깊은 시간에 접하면, 우리는 그들이 가진 큰 그림과 긴 시야를 빌려 올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장기적인 사고가 득이 되지 않는 문제를 나는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그녀의 메세지, 사라지는 것들에대하여

고령의 생물들이 오래 산 건 맞지만 불멸하는 존재는 아니다. 고대부터 이 땅에서 삶을 영위하던 생물들은 인간의 무지한 행동으로 사라지고 있다. 

최고령 사이프러스 나무 중 하나인 상원의원 나무는 화재로 3500년의 생을 마감했다. 어이없게도 필로폰에 취한 20대 젊은이들이 몰래 나무 안으로 들어가 마약을 잘 보기 위해 성냥을 켠 것이다. 1년에 딱 1cm 자라는 3000년 된 야레타 나무는 베어져 연로로 쓰이고 있다. 1만 3000년 동안 땅 속을 지키던 지하 삼림도 최근 도로를 내는 과정에서 훼손되어 사라지고 있다. 

레이첼 서스만은 글과 사진을 통해 ‘예술적 가치를 발할 뿐 아니라 인간의 변화를 촉구한다. 생물체들이 직면한 최대 도전이 바로 인간임을 여실히 보여주기 때문이다.’


죽기전.jpg
상원의원 나무(3500살, 죽기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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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불타고 남아 있지 않은 상원의원 나무 



“긴 세월을 살아온 생명체들을 찾아 10년 동안 세계 곳곳을 다니면서 나는 필멸에 대해 더 생생하게 느끼게 됐다. 내 이해의 범위를 넘어선 영원의 광대함에 직면할 때면 한 인간의 인생이 얼마나 짧은지 더 즉각적으로 와 닿았고, 그와 동시에 분자처럼 작지만 미시적, 거시적 규모에서 계속해서 이야기들을 풀어내는 순간들과 연결됨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순간이라도 의미가 있으며 그 안에서 우리는 모두 함께 존재한다."






사진 출처


참고 문헌 
책 <위대한 생존 : 세상에서 가장 오래살아 남은 나무 이야기>
기사 - 60만년 살아온 고령 식물의 푸른 숨소리, 김혜영기자, 한국일보


[윤정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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