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수중으로의 초대, 제나 할러웨이 사진전 - 더 판타지 [시각예술]

ZENA HOLLOWAY
글 입력 2016.01.13 2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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ZEN
HOLLOWAY
'세계 최초의 여성 수중사진작가'


315아트세너.jpg
 

'최초'라는 단어는 경이롭다.
'최초'라는 단어는 무겁다.
그래서
'최초'라는 단어는 힘이 세다.


세계 '최초'의 여성수중사진작가,
'제나 할레웨이'의 사진전 문을 수줍게 두드렸다.

수중에서 사진을 찍었다는 사실 외에도
작가 이름에 따라붙은 '최초'라는 말이 나의 발걸음을 움직이게 하였다.
어떤 분야에서 최초라는 말은 그 단어가 가지고 있는 무게보다
훨씬 더 힘들고 무거울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하지만 물론 [최초 = 최고] 라는 공식이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
최초를 뛰어넘는 사례들은 얼마든지 존재하므로.
이런 생각을 하다 보니 '청출어람'이라는 단어가 떠올랐다.
스승은 제자에게 앞서 걸었던 길을 환히 비쳐줄테지만,
스승을 뛰어 넘는 제자는 스승에게 그가 보지 못했던 길을 환히 비쳐줄 것이다.

아직까지는 제나 할러웨이같은 뛰어나거나
독창적인 수중작가가 등장하지 않은 듯 보였다. 
언젠가는 수중사진 분야도 많은 실험과 도전으로 버무려진
예술 장르로 거듭날 수 있길 기도해본다.





제나 할러웨이 
Zena Holloway
(1973~)

제나 할러웨이는 1973년 바레인에서 태어났다. 한창 스킨스쿠버에 빠져 있던 그녀는 18세 생일에 어머니에게 수중카메라를 선물로 받은 것을 계기로 수중사진 세계에 이끌리기 시작했다. 당시 카리브해의 영국령 케이맨 제도에서 스쿠버 안내자로 활동하던 제나 할러웨이는 수중촬영 기법을 독학으로 익혀 나갔다. 이후 1995년 런던으로 돌아와 고도의 스쿠버 실력과 사진기법을 바탕으로 본격적으로 수중사진의 세계로 진입하며 세계 최초의 여성 수중사진작가가 되었다. 제나 할러웨이가 수중사진을 시작하던 당시에는 수중사진에 대한 정보와 시장이 전무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많은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한다. 하지만 끊임없는 연습을 통해 자신만의 고유한 양식을 발전시킨 그녀는 전세계의 매거진과 광고를 장식하는 등 국제적인 명성을 쌓게 되었다. 실제로 그녀의 사진들은 <보그>, <하우 투 스펜드 잇>, <지큐>와 같은 패션 잡지들의 커버와 페이지를 장식하고, 세계적인 기업 <나이키>, <소니>, <엡손>,<내셔널 지오그래픽> 등과 지속적인 작업을 하고 있다.  2014년에는 세계 최고의 컬렉터 '찰스 사치'의 컬렉션에 선정되며 작품의 예술성도 인정받았다.





색소폰연주아아ㅣ.jpg
 
토실토실아이.jpg
 

그녀의 작품은 댄서들을 필두로 어른이 주인공이 되기도 하지만,
아이들 주인공인 작품 또한 존재한다.

'The Water Babies'라는 삭화작업 시리즈는
영국의 소설가 찰스 킹즐리가 1863년에 쓴 동명의 판타지 소설에서
감명을 받아 작업이 이루어졌다.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더 예술의 시공간성에 대해 생각해 볼 수 있게 되었다.

'좋은 작품은 몇 십년, 몇 백년의 시간이 흘러도
또 다른 장르의 예술작품으로 탄생하는구나'하고 말이다.
나는 아이들을 주인공으로 한 사진들이 개인적으로 더 마음에 들었다.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이 
시력과 청력이 제 힘을 발휘하지 못하는 무중력 상태의 수중 공간 속에서
더욱 더 신비롭게 빛이 났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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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사진전에서
'물은 캔버스이고 빛은 물감'이라는 글귀가 눈에 들어왔고 이내 마음 속에 박혔다.
그러나 물이라는 캔버스는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런 천에 비할 바가 아니었을 것이다.

애써 어르고 달래도 언제나 예측불가하며,
마음가는 대로 흐르기 때문에 똑같은 그림을 만들어 낼 수 없는 캔버스!
어쩌면 이런 예측불가능성을 작가가 좋아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수중작업은 우리의 삶과 비슷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오늘 하루 물 속에서 어떤 작품을 만나게 될지 함부로 예측할 수 없는 것처럼 오늘 하루 어떤 인연을 만들며, 어떤 일이 내게 벌어질지 우리는 정확히 알 수 없다. 노력해서 작업을 했지만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고,  또 우연히 걸작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노력했지만 원하는 바를 이루지 못하기도 하며, 예상치도 못한 운수좋은 날을 만나기도 한다. 하지만 한 가지 분명한 것이 있다면 얻어걸렸다고 생각되는 걸작, 그리고 운수좋은 날들은 모두 노력한 사람들에게 더 많이, 더 빠르게 찾아왔을 것이라는 점이다. 미지의 세계를 개척하는 것은 분명 두렵고 힘이 드는 일일 것이다. 하지만 이에 맞서 도전하고 극복하고자 했던 예술인들이 없었더라면 지금까지의 아름다운 작품들을 우리가 접할 수 있었을까. 나는 소정의 비용만을 지불한 뒤, 그녀의 땀과 눈물, 그리고 고통이 깃든 신비롭고 아름다운 작품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녀에게 빚을 진 셈이다.  


"수중에서 이미지를 창조하는 작업은
규제 받지 않는 영역 (Uncharted territory)을 
탐색하는 것과 같다.
나는 수중작업이 가져다 주는 
황홀한 경험(the magic)을 좋아한다." 
-제나 할러웨이


[박소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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