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뻔뻔하고 적나라한 연극. 해피투게더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감금과 인권유린 사건
글 입력 2015.12.23 0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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뻔뻔하고 적나라한 연극. '해피투게더'



12월 19일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에서 연극 해피투게더를 보고 왔다. 
연극, 콘서트, 뮤지컬 등 다양한 공연들을 하나씩 접하면서 그냥 그 작품을 즐기고 느껴보는 것도 좋지만
더욱 파고들어 심층적으로 공연의 의도와 컨셉, 연출 등을 살펴보고 공연의 구도나 조명 등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것들을 분석해보는 것도 재미있는 것 같다. 
특히나 연극은 그 안에 심오한 시사점이나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길 수 있기 때문에 
그 작가의 의도나 배우들의 연기, 연출의 구성 등을 생각하며 볼 때에 더욱 재밌는 것 같다.

물론 이것도 쉽지 않아서 관찰력과 분석력이나 배경 지식을 바탕으로 한 연습이 또 필요하다. 
그냥 '아 어떤 의도를 가지고 이런 식으로 만들었구나.' 하고 생각하는 정도로도 
그 작품으로 인해 주체적으로 생각을 하였다는 것이기 때문에 의미가 생기게 된다.

이번에 봤던 연극 해피투게더는 이렇게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고 
작품의 배경을 바탕으로 어떻게 공연을 풀어나가는지 살펴보기에 
너무 적절하고 재미있는 연극이어서 좋았다.


해피투게더_포스터.jpg
 

연극 '해피투게더'는 1980년대 부산 '형제복지원'에서 벌어진 
대규모 감금과 인권유린 사건을 무대화했다는 것에서부터 
그 작품의 배경이 무겁고 의미가 담긴 작품이다. 
"국민 모두가 잘 사는 세상, 국민 모두가 행복한 대한민국을 만들겠습니다..!"
라고 외친 '해피투게더'가 현실 속에서 제대로 실현된 적이 있었는지, 
해피투게더는 누구를 위한 해피투게더였고, 진정한 해피투게더였는지, 
그 모순되고 역설적인 이야기들을 어떤 식으로 풀어나가는지 살펴보는 것이 너무 흥미로웠다.

'대학로 예술극장 소극장'

공연장 자체도 깔끔하고 구조물과 조명을 이용한 연출과 스크린을 이용한 진행들이 인상적이었다.
특히 한쪽 벽에 구멍이 뚫린 구조물로 형제복지원이라는 갇힌 공간의 느낌이 나게 한 것과
배경조명 같은 세부적인 것들이 눈에 띄었다.


해피투게더 사진.jpg
 

연극 초반부는 블라인드 상태로 시작되었는데, 30초 정도는 암전 상태를 유지했던 것 같다. 
그리고 핀조명과 함께 한 명이 나와 이야기를 시작하는데, 
'해피투게더'의 악당이자 가해자인 형제복지원의 원장이 나와 
1인칭 화자로 관객들에게 이야기한다는 것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그의 '폭행'과 '억압'에 대한 논리적이고 확신에 찬 연설은 이 작품의 의미를 깨닫게 하고
연극에 자연스럽게 몰입되게 하는 효과가 있었던 것 같다. 
순간적으로 나도 '아 그래서 형제복지원이 생겼구나' 하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고,
그 복지 원장의 말에 '정말 나는 어떻게 생각하고 행동하였는가', 
'그것이 타당한 이야기 인가' 등 관객들이 주체적으로 판단하고 생각하게끔 했던 것 같다.


연극 해피투게더.jpg
 (▲사진 출처 - JUNG culture)


또 흥미로웠던 점은 뮤지컬인가 착각이 들 정도로 각종 음악들이 많이 나왔다. 
성가, 찬송가, 군가, 대중가요, 캠페인송, 팝송 등을 여성 배우 2명을 위주로 하여 
직접 라이브 무대로, 또는 타 배우의 연기 중에 플레이백으로 사용하여 무대를 채워 나갔다.
또한 이 음악 하나하나는 단지 청각적 요소에 국한되지 않고 
작품의 맥락을 더 적나라하게 표현하고 또는 비꼬기도 하면서 상황에 따른 효과를 극대화했다. 
동시에 그것과 함께 사용되는 조명들이 너무 적절하고 자연스러웠다.

그리고 무엇보다 각 배우들의 연기가 너무 좋았다. 
특히 복지원 원장의 능숙하고 이중적인 연기, 뻔뻔한 연기,
때로는 능글맞고 얄밉기까지 한 연기들은 블랙 유머가 되어 관객들로 하여금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수용자들의 연기 또한 억울하게 갇혀버려 자신의 가족들을 지키지 못하고, 
자신의 꿈을 이루지 못하고 답답한 삶을 표출함과 동시에 어쩔 수 없이 
사회의 권력에 무릎 꿇고, 합리화 당하고 결국 폭력에 공모하고 순응하는 모습들로 나타났다.


연극 해피투게더1.jpg
 (▲사진 출처 - JUNG culture)


특히 마지막 부분에서 복지원장을 고발한 검사를 상대로 또다시 떳떳하게 
자신의 폭력을 논리적으로 합리화하는 원장의 모습과
그 힘에 눌려 원장을 찬양하며 거짓 증언을 하고 마는 수용자들의 모습을 나타냈다. 
그 배경으로 눈이 내리는 것을 휴지가 떨어지는 것으로 대신 표현했는데 
이어서 원장의 눈싸움을 하자는 제안을 하고 수용자들이 그 휴지를 힘껏 던진다.

이 장면은 정말 너무 놀라웠다.
'눈싸움'은 '권력에 대한 저항'이며 수용자들은 눈을 힘껏 던져보지만 휴지는 당연히 맥없이 떨어진다. 
이것은 그들이 아무리 노력하고 발버둥을 쳐도
결국엔 힘에 복종하게 되고 소용이 없다는 것을 나타낸 것 같다

'현실에서의 우리의 생활은 어떠한가'
'우리도 결국 폭력에 가담하고 힘에 복종하진 않은가', 등
아주 여러 가지 생각을 많이 하게 만드는 작품이었다.
그 깊이 있는 내용과 놀라운 연출에 또 한번 다시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모처럼 정말 좋은 연극을 보게 된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았고 
훌륭한 배우들의 연기도 좋았지만 극본과 연출을 맡은 
이수인 연출가의 이름을 기억해 두어야 할 것 같다.! 또 이런 공연을 기대해 보고 싶다.


서포터즈6기_선인수 (1).jpg
 



[선인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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