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s 시도 시라고 할 수 있을까? [문학]

글 입력 2015.12.21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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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ns 시도 시라고 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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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상욱 - '술' (사진 제공=페이스북 페이지 하상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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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호 - '한글날' (사진 제공 = 페이스북 페이지 안녕하시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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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환천 - '물' (사진 제공=페이스북 페이지 이환천의문학살롱)


   이전과 달리 요즘의 대중들은 글보다 영상을 주로 접하고, sns와 같이 많은 정보를 신속하게 전달하는 매체를 통해 세상과 만난다. 그래서 짧은 시간 안에 눈길을 사로잡는 즉각적인 느낌과 반응을 중시하는 경향이 있다. 그렇기에 재밌으면서, 짧지만 전달력이 확실한 sns 시가 큰 인기를 얻는 건 당연하다. 대표적인 sns 시인으로는 하상욱, 최대호, 이환천이 있다. 그 중 가장 먼저 주목을 받은 하상욱씨는 기발한 아이디어로 많은 인기를 얻고 있다. 그가 운영하는 페이스북 페이지의 좋아요 수는 약 48만 명 정도이고, 뉴스나 방송에 출연해 화제가 되기도 했다. sns 시인들은 sns 에 시를 업로드 하는 것으로 끝나지 않는다. 창작시를 한데 모아 시집으로 만들어 출간하기도 한다. ‘시 읽는 밤 시 밤’, ‘읽어보시집’, ‘이 시 봐라’, ‘문학살롱’ 등의 재치 있는 시집 제목들은 sns 시인의 특징을 잘 반영하고 있다.

   이처럼 폭발적인 인기를 얻고 있는 와중에, sns 시를 과연 문학의 한 갈래로서의 시로 인정할 수 있는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시’는 차분하게 감상하고 그 안에 심오한 뜻을 함축하고 있어야 하는데, sns 시들은 너무 가벼울 뿐만 아니라 몇몇 작품들은 단어들을 잘 조합해서 만든 말장난 혹은 유머 정도에 불과한 것이 아니냐는 것이다. 심지어는 시라고 인정할 수 없는 것에 시라는 이름을 붙여 기존의 다른 작품들이 갖고 있던 수준을 떨어뜨린다는 박한 평을 내리기도 한다.

  필자의 생각은 이와 다르다. 문학인가 아닌가의 문제는 감상자의 입장이 아닌 ‘창작자’의 입장에서 결정된다고 생각한다. 다시 말해, ‘창작자’가 문학으로 규정했다면 그건 문학인 것이고, 창작자가 ‘시’라고 했다면 그 작품은 ‘시’인 것이다. 따라서 sns 시 역시 당연히 시라고 하는 것이 맞다. 이해를 돕기 위해 비슷한 예로 마르셸 뒤샹의 ‘샘’이라는 작품을 생각해보자. 그냥 겉보기에는 변기에 불과한데 우리는 왜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인정하고 있을까? 그건 다른 사람도 아닌 창작자인 '뒤샹'이 이것은 자신이 만든 '예술 작품'이라고 규정했기 때문이다. sns 시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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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르셸 뒤샹 - '샘' (사진제공=네이버 지식백과)


  감상자는 시에 대해 호불호를 표시하는 의견 제시까지 가능하고, 시인가 아닌가에 해당하는 문제에는 관여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시가 아니라는 발언은 오로지 ‘본인’의 기준에서 판단한 것일 뿐이다. 본인의 기준과 맞지 않다고 해서 타인의 기준을 무시해도 되는 걸까? 마음에 들지 않는다고 해서 멋대로 시의 영역에서 배제시키는 것이 맞는 걸까? 타인의 기준을 인정해주되, 그 시가 본인의 취향과는 맞지 않다거나 본인이 좋아하지는 않는 류라고 이야기하는 것이 더 옳은 태도라 생각한다.

  오히려 sns 시는 새로운 형태의 시를 창작해냈다는 점에서, 시의 새로운 영역을 개척했다. 지나치게 무겁지는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전달하는 주제가 마냥 가볍지만은 않은, 일차원적이어서 단순해 보이지만 독자들이 쉽게 이해하고 접할 수 있는 sns 시는 기존의 작품들과는 다른 특징을 가진 시로 자리매김 했다고 본다.


[정선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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