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블루 바이올린 파벨 슈포르츨"

그에게 파란색이란 어떤 의미를 가질까?
글 입력 2015.11.17 14: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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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 9일, 예술의 전당으로 
파벨 슈포르츨의 바이올린 연주를 보고 왔다. 
프리뷰에서도 언급했듯, 지난 첼로 공연(첼리스트 조영창 리사이틀)이 
매우 인상 깊었기에
이번 바이올린 공연에 많은 기대를 갖고 공연장을 찾았다.


파벨 슈포르츨2.jpg
 

 그의 인터뷰를 읽을 때만해도 정말 그의 복장이 턱시도가 아닌 청바지를 입고 두건을 착용한 채 연주를 할 것이라는 생각지 못했다. 아니 상상이 잘 안 갔다는 표현이 맞겠다. 아무래도 우리에게 클래식 음악을 연주함에 있어 자유라는 단어 보다는 절제나 격식이라는 단어를 더 떠올리기 쉬울 테니까. 그러나 내가 그 날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마주했던 연주자는 잘 차려 입은 검은 혹은 곤색과 같은 어두운 계열의 턱시도 차림을 한 바이올리니스트가 아니라 파란 턱시도에 꽤나 타이트한 차림을 한 연주자가 무대 위에 있었다. 그에게 파란 색이란 무슨 의미일까? 정말 좋아하는 색? 그래서 그의 분신과도 같을(연주자의 악기는 자기 자신만큼이나 소중한 존재일 테니까) 악기 또한 파란색으로 제작한 것일까?


파벨 슈포르츨.jpg
 
 
 공연 프로그램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보자면, 1부에선 체코음악이 주를 이루었고 2부는 보다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대중적인 음악이 선곡되었다. 화려한 연주에 그의 활이 몇 번 끊어지기도 하는 것을 볼 수 있었다. 얼마나 열정적으로 연주를 했는지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무엇보다도 연주를 하며 환한 표정을 보이는 그가 멋있단 생각을 했고, 또 무대 위에서의 그가 자유로워 보였다. 어쩌면 바이올린이라는 악기는 오케스트라를 봤을 때 상대적으로 다수여서, 다른 악기에 비해 내가 덜 관심을 가지지 않았나 란 생각이 든다. 익숙하니까, 더 특색 있고 좀 더 특별해 보이는 악기로 눈길을 돌렸는지 모르겠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이 악기를 연주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었던 것 같다. 바이올린은 그만큼이나 제 몫을 하는 악기이니까 말이다. 그 점을 깨달을 수 있었던 시간이라고 해야 할까? 아이러니하게도 바이올린의 소리가 제일 와 닿았던 건 프로그램에 선곡된 음악들 때문이 아니라 앵콜로 연주된 "아리랑"덕분이었지만ㅎㅎ



Pavel Sporcl Interview


Q. 블루바이올린 이라는 타이틀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어떤 의미 인가요?

제가 연주하는 이 멋진 바이올린은 세계최고의 바이올린 제작 업체인 Jan Spidlen에서 2005년에 만들어진 작품입니다. 파란색으로 주문한 이유는 무언가 색다르고 혁신적인 것을 원했기 때문일 것입니다. 저는 제 바이올린을 21세기의 악기라고 부르곤 합니다. 


Q. 당신의 공연 영상을 접했을 때 의상이 다른 클래식 연주자와는 많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좀더 자유롭게 느껴졌는데요. 공연의상에 대한 본인만의 철학이 있나요? 그리고 의상이 공연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 지요?

저는 제 공연을 관람하는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심각하게 생각하는 것을 원치 않습니다그래서 턱시도가 아닌 조금 현대적인 옷을 입거나 청바지 또는 두건을 착용하곤 합니다. 그리고 이것들은 공연 레퍼토리에 따라 조금씩 달라집니다. 저의 패션 때문에 그런지 체코에서 다른 클래식 공연을 관람하는 연령층에 비해 매우 젊은 사람들이 제 공연에 많이 오고 길거리에서 많이 알아봐주기도 합니다..


Q. 이번 공연에서의 목표는 무엇입니까?

우선 꽤 오랜만에 다시 한국을 방문하게 되어 매우 기쁘게 생각합니다. 이번 공연에서 내가 사랑하는 클래식음악을 관객들도 함께 느끼고 즐길 수 있게 만들어 드리고 싶습니다. 프로그램은 체코의 국민 작곡가인 드보르작, 스메타나뿐 아니라 사라사테, 지고이네르바이젠, 카르멘 같은 집시 멜로디를 감상하실 수 있을 것입니다. 이 프로그램은 개인적으로 매우 매력적이라 생각하고 관객들 또한 좋아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Q. 이번 프로그램에 체코의 작곡가들의 음악이 많은데요 어떤 방식으로 프로그램을 구성하시나요?

나는 체코음악가로서 체코 음악을 연주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있습니다. 하지만 절대 억지로 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정말 그들을 존경하고 사랑합니다. 스메타나의 음악은 매우 아름다운 체코의 풍경을 보여주는 듯한 음악이고 드보르작은 두말이 필요 없을 정도로 유명하고 코시안의 음악은 그가 매우 위대한 거장이라는 것을 느낄 수 있게 합니다. 그리고 집시 풍의 음악이나 거쉰 그리고 카르멘은 매우 대중적이고 모든 사람들이 즐길 수 음악이기 때문에 선택하였습니다.

저는 왜인지는 모르지만 어려서부터 집시음악을 매우 좋아했고 지금은 제 집시밴드와 성공적으로 투어를 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번 프로그램은 한국공연을 위해 특별히 구성한 것입니다. 그래서 관객모두가 진심으로 즐길 수 있기를 바랍니다.


Q. 바이올린 연주가로서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당신이 연주할 때 가장 이상적인 부분은 어떤 것이 있을 까요?

저는 바이올린 연주하는 것을 매우 사랑하고 많은 분들께서 나의 연주를 즐겨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특히 저는 젊은 사람들이 더 많은 클래식을 듣게 하고자 노력하고 있습니다. 많은 젊은이들이 편견 없이 클래식 음악에 접하고 마음을 열고 충분히 즐길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클래식음악은 그럴만한 충분한 가치가 있다고 확신합니다. 

 

 나는 그의 바이올린이 파란색인 이유를, 그리고 그가 관습에 얽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복장으로 공연을 하는 이유를 이 인터뷰를 통해, 그리고 그의 연주를 통해 조금은 알 수 있지 않았나 라는 생각을 해본다. 색다르고 혁신적인 것을 원했기에 그는 파란 악기를 선택하였고, 조금이라도 관객들이 부담을 느끼지 않는 것을 원했기에 자유로운 복장을 했다. 어찌 보면 '대중적이지 않다'라고 느껴질 클래식 음악이라는 장르에 좀 더 많은 사람들이 조금이나마 친숙해질 수 있게 하려는 그의 노력이었던 것이다. 자신이 사랑하는 음악을, 그리고 본인의 연주를 한 명의 관객이라도 더 접할 수 있게 하기 위해 조금은 다른 방향으로 관객들에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스스로가 클래식에 존재하는 어느 관습과 같은 것을 깸으로써 말이다(두건을 두르고 연주를 한다 던지 딱 붙는 바지를 입고 연주를 하는 것). 그것이 단 한 명일지라도 그 노력으로 이 음악 장르에 관심을 갖게 되었다면, 아니 단순히 접하기 만이라도 하게 되었다면 그는 정말 의미 있는 일을 한 것이라 생각한다. 타인을 움직이게 하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당신이 아무리 클래식 음악에 관심이 없는 사람이라 할지라도, 지난 몇 주 동안 인터넷에서 혹은 TV, 뉴스, 그 어느 매체에서 "조성진"이라는 이름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그는 정말 권위 있다고 알려진 국제 콩쿨인 '국제 쇼팽 피아노 콩쿨'에서 한국인 최초로 우승한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이다. 얼마 전 그런 기사를 보았다. 피아니스트 조성진의 앨범이 대중음악에 있어 정말 많은 사랑을 받는 한 인기 가수의 앨범을 제치고 1위를 했다는 기사였다. 사실 그렇게 크게 놀라진 않았다. 이건 어찌 보면 잠깐 일어나는 현상일 수도 있고(물론 계속해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러면 더더욱 좋은 거지만), 그렇다고 우리가 흔히 부르는 '대중음악(대중 즉, 보통 사람이 향유하는 음악)'이라는 위치에 예전 하이든, 모짜르트, 베토벤과 같은 작곡가들이 활동했던 때처럼 K-Pop을 대신하여 Classical music이 그 자리를 차지할 거란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내가 진짜 하고 싶은 말이 무엇인고 하니, 이렇게 잠깐일지라도 많은 대중들이, 수많은 사람들이 그의 국제 피아노 콩쿨 1위라는 수식어 아래에 클래식 음악을 한 번이라도 접할 수 있었다는 사실이-그의 콩쿨 실황을 잠깐이나마 보거나 그의 연주 영상을 한 번이라도 찾아 보는 등-매우 의미 있고 중요하다 라는 것이다. 많은 것을 바꿀 수는 없겠지만 적어도 한 번쯤은 클래식 음악과 많은 젊은 클래식 연주자들이 언급되거나 알려지고, 또 대화에 주제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니 나는 바이올리니스트 파벨슈포르츨이 자신의 음악을 얼마나 잘 해석하고 연주한다 라는 것들을 떠나서 그가 참 멋진 예술가라고 생각한다. 아무리 좋은 연주라도 향유하는 관객이 없다면 그 공연과 연주는 완전해질 수 없다고 믿기 때문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고, 들려주고 싶어했던 그의 노력은 그의 멋진 바이올린 연주뿐만 아니라 중요한 예술의 한 부분이라고 생각했기에 이번 공연이 더욱 의미 있게 다가왔다. 클래식 음악이라는 장르를 사랑하는 한 개인으로서 멀지 않은 미래에 지금보다도 더 많은, 그리고 젊은 관객들이 클래식 음악을 대중음악만큼이나 거부감 없이 접하게 될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면서 리뷰를 마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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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주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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