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담담한 시선으로 풀어내는 한 여자의 인생 전환점 [시각예술]

글 입력 2015.11.16 0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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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린 브로코비치(Erin Brockovich)> (2000)


  나는 영화들 중에서도 주인공의 인생과 성장을 중심으로 그려내는 영화를 특히 좋아한다. 주인공에게 쉽게 감정 이입할 수 있고, 함께 고민하고 갈등하는 과정을 통해 내 삶을 되돌아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에린 브로코비치>는 다른 영웅 영화들만큼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내가 좋아하는 영화라고 충분히 손꼽을 만했다.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고 하지만, 실화에 근거한 부분이 거의 없다는 지적이 나오니 영화 자체만 놓고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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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린 브로코비치는 두 번 이혼하고 아이가 셋까지 딸린 가난한 여자였다. 사람들 눈에 에린은 그저 결점 많은 여자로 보였다. 게다가 에린은 억세고 고집이 세며, 할 말은 안 참고 즉각 해버리는, 그런 당돌한 성격의 소유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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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린이 대기업 PG&E과 분쟁하게 된 것은 겨우 얻은 직장 일을 하다가 우연히 관심이 가게 돼서였다. 에린은 PG&E 공장의 중크롬으로 각종 병을 얻은 힝클리 주민들을 위해 재판을 준비한다. 법률인도 아니고 사소한 일처리나 하던 에린은 힝클리 주민들의 존경과 감사를 받는다. 그리고 동시에 PG&E 회사로부터 협박전화도 받고 아이들에게서 잘 돌봐주지 않는다는 원망도 사며, 새 애인과의 갈등도 겪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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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린은 매력적인 여자였다. PG&E 변호사들과 승부를 벌인 뒤, 멋지게 한 마디 내뱉는다.

"당신을 위해 특별히 준비된 물이에요. 힝클리에서 가져온 물이거든요."

  옷차림이나 말투나 모두 딱딱한 변호사들과는 다르게, 에린은 센스있는 한 마디를 던져준다.  난 대기업과의 재판에서 승소한 것도 대단한 성과라고 보지만, 사회적 편견에 굴하지 않고 당당하게 사는 그녀의 모습에 더 박수를 보내고 싶었다.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임에도 주민들을 생각하는 마음에서 재판까지 끌고 간 용기도 본받을만하다.
  
  영화에선 에린이 여자이자 엄마로서 겪는 갈등도 잘 보여주고 있다. 사람들은 에린이 노출 있는 옷을 입었다는 이유만으로 에린을 무식한 사람이라고 단정 짓고 좋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다. 다행히도 에린이 일을 훌륭히 해내며 그런 편견을 깨버렸지만.
  그리고 여자들은 보통 결혼하고 나서 양육과 직장을 두고 고민하기 마련이다. 자식을 키우는 것도 중요하지만, 자신의 능력으로 무언가를 성취한다는 것도 포기하기 힘든 일이다. 더군다나 아이가 셋이나 있는 이혼녀 에린은 두말할 것도 없다. 그녀는 PG&E와의 싸움이 곧 아이들을 위한 것이라고 여겼지만 아이들은 에린의 진심을 몰라줬다. 그리고 새 애인 조지마저도 일을 그만두라며 강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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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영화는 생각했던 것만큼 환경오염에 대해서 다루고 있지는 않다. 게다가 PG&E 기업주의 모습이 등장하지 않아서 대기업의 비윤리성보단 에린의 용감한 모습에 집중하게 된다. 대기업을 이긴 에린의 용기는 분명 호평할만했다. 하지만 나는 궁금했다. 법률 지식이 전무한 그녀가 앞으로의 소송에서는 어느 정도 한계를 느끼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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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는 딱히 돋보이는 기법 없이 시종일관 일정한 톤으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그런 점에서 지루할 수도 있겠지만 개인적으로는 힘들이지 않고 집중해서 볼 수 있었고, 편안했다. 잔잔한 음악과 분위기 역시 소재 상 딱딱하게 남을 수 있는 영화를 부드럽게 만들어줬다. 그리고 재미있는 요소 또한 빠뜨리지 않았는데, 중간 중간 에린과 에드가 악감정 없이 투닥거리는 모습들을 보면 심각하다가도 웃으며 볼 수 있다. 
  
  <에린 브로코비치>, 평범하고 힘들기만 했던 한 여자의 인생 전환점을 담담하게 풀어낸 영화였다.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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