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월이 더한 미친 존재감 [문화 전반]

글 입력 2015.10.31 0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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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직히 말하자면, 영화는 진부했다. 생각의 허를 찌르는 전개는 없었다. '70대 인턴과 30대 CEO'라는 문구에서 짐작할 수 있는 스토리 그대로였다. 그 누구와도 잘 어울리며 그 어떤 상황에서도 적절하기 그지 없는 멘트를 날리는 주인공. ‘세상에, 저런 할아버지가 어디 있어? 너무 쿨하고 멋있잖아!’ 라는 말을 연신 내뱉게 할 정도로 완벽한 할아버지였다. 아쉬운 전개에도 나를 생각하게 만든 것은 주인공이 현실성 제로 젠틀함의 끝판왕이었기 때문이 아니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는 노인들의 사소한 감정과, 자글자글한 주름을 무색하게 만들 정도로 아름답게 보였던 주인공의 웃는 얼굴이었다. 전혀 특별할 게 없는 것이었는데 마음속에 남았던 이유는 다름 아니라 그가 ‘노인’이었기 때문이었다.

요즈음 길을 지나면서 할머니 할아버지들을 나도 모르게 유심히 쳐다보고 있다. 시작은 영화 인턴 이전에 하나의 연극이었다. 우연찮게 지역 축제에서 그 지역 공동체 차원에서 만든 연극을 보게 되었다. 배우들은 그 동네 주민들이었고 대부분의 중요 배역들은 60대 이상의 어르신들이 맡고 있었다. 진짜 배우처럼 연기를 잘 하는 사람이 있었는가 하면 거침없이 발연기를 선보이시는 분들도 계셨다. 이 연극의 주인공을 맡은 할아버지도 누가 봐도 아마추어 연기자였다. 그런데 극이 시작되고 그 진행을 더해가면서 그 누구보다도 진지한 배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겉으로는 어색해 보일지 몰라도 대사 하나하나에서 진중함이 느껴졌다. 특히 대청마루 기둥에 기대어 잠이 드는 연기에서, 지그시 눈을 감은 그 모습은 여전히 뇌리에 강하게 박혀있다.
    

진부하지만 생각해볼만한 이야기를 하고자 한다. 다 제쳐두고, 사회 속이 아닌 순전히 내 마음 속에서 노인들은 어떤 모습으로 서 있는가? 내 마음 속 그들이 서 있는 곳은 몇 평인가? 문화예술이라는 거울을 통해 시선을 그들에게로 돌려 보자. 생각지도 못한 감동을 발견하게 될지도 모른다. 젊은 세대에 밀려 더 이상 주류가 아닐지라도,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노동력을 사회에 제공하지 못하더라도, 적어도 문화예술 속에선 ‘미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이 우리가 그들을 주목해야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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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정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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