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술관 뜯어보기 - 미술관의 기능은 어떻게 변화하고 있는가 [문화공간]

글 입력 2015.10.21 18: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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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술관에는 형식적 의미의 미술관과 실질적 의미의 미술관이 있다. 여기서 형식적 의미의 미술관이란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쓰는 시설이다. 즉, 간단한 전시 기능을 갖춘 시설이라면 형식적인 의미에서는 미술관이라는 이름을 붙일 수 있다. 그에 비해 실질적 의미의 미술관은 미술관으로서의 실체를 갖춘 시설을 뜻한다. 다시 말해 ‘미술에 관련한 자료’의 ‘수집 및 보존’, ‘전시 및 공개’, ‘조사 및 연구’, ‘교육 및 보급’이라는 네 가지의 기능을 갖는 것이 필요한 것이다.
  미술자료의 ‘수집 및 보관’은 미술관이 미술관으로서 성립하기 위한 본질적인 기능 중 하나이다. ‘전시 및 공개’ 또한 본질적인데, 본래 미술관은 ‘사회교육을 위한 기관’으로서 자료전시와 공개가 필연적으로 요구된다. 즉, 미술관의 본래 사명은 미술자료를 대중의 관람에 기여하는 것에 있다고 볼 수 있다. 특히 최근 전 세계적인 미술관의 발전 추세에 따라 평생학습사회에 부응하는 미술관이 되기 위해서도 이 기능은 필수적이다. ‘조사 및 연구’는 미술관의 모든 기능을 위해 기초적으로 필요한 조건이며, ‘교육 및 보급’은 대중의 미술자료 관람에 기여하는 것으로 강하게 나타나는 특징이다. 이 네 가지 기능은 서로 연결 지어져 미술관 활동의 전체적인 맥을 형성한다. 미술관에 따라서는 그 특색을 발휘하기 위해 특정 기능에 중점을 두는 경우도 있으나, 이 네 가지 기능은 필수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어 모두가 중요하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 네 가지 기능이 얼마나 균형을 이루고 있느냐가 체계적인 미술관 활동의 관건이 된다.


미술관의 역할 변화

  한편, 위와 같은 미술관의 기능은 ‘박물관학(Museology)’라는 용어의 탄생과 함께 학문적으로 재정립되었다. 박물관학의 이념에 따르면 ‘미술관 학자들은 미술관이 지녀온 전통적인 역할과 기능, 보존과 교육에 머물지 않고 이를 한층 폭넓게 발전시켜야 함’이 강조된다.
  이러한 현상은 역사의 발전과 더불어 나타난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미술관은 정부와 금융 자본가들에 의해 집중적으로 환호 받는 시대를 뒤로 하고, 스스로를 더욱 체계적이고 전문적으로 재조직하려는 거대한 운동을 통해 대중을 새로운 주인공으로 모시기 시작했다. 즉, 제국주의 시절 다양한 국가에서 ‘약탈한’ 유물들을 단순하게 ‘전시’하는 시대에서 벗어난 것이다. 그 중에서도 특히 제국주의가 만연하던 시절 세계를 제패했던 대륙인 유럽이 더 이상 대형미술관에서 무언가 ‘전시’하는 것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다는 것은 그 의미가 더욱 깊다. 유럽은 이제 과거에서 벗어나 새로운 문화예술 프로젝트를 구상 중이다. 현대에 들어와 새롭게 탈바꿈하는 미술관 또한 그 결과물이다.


미술관의 보존 대상 변화

  19세기 근대 미술관에서 20세기 모더니즘 미술관으로 변화되면서 미술관이 보존하는 대상 또한 변화하였다. 이전의 미술관이 진리의 은유로서 미를 보존하는 장소였다면, 현재의 미술관은 미술의 자율성에 근거를 둔 순수한 경험의 장소인 것이다. 즉, 일반 대중의 공적 이익에 부합하는 가치를 더욱 강조하고 그 가치를 극대화하여 대중에게 제공하는 공간이 되었다. 또한 과거의 미술관이 미술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으로 현실의 속된 모습을 감추고자 했던 것에 비해 현대의 미술관은 그것을 적극적으로 노출하며 일상과 미술의 구분을 모호하게 만든다. 동시에 이 미술관들은 관람객의 요구에 부응하며 영화관은 물론 다양한 레저 산업을 유치하여 최대한의 수익을 창출하는 문화 공간이 되는 것을 목표로 삼기도 한다.
  하나의 예시로, 프랑스 루브르 미술관과 같은 국립 및 공립 미술관은 대중들의 자발적인 이해와 참여, 호응을 안고 새로운 국면을 맞았다. 루브르 관계자들은 관람객들의 까다로운 기호와 미술관의 사회적 역할 사이에서 미술관이 존속할 수 있는 방법을 끊임없이 연구하였고, 변화하는 관람객의 기호와 미술관의 기능 사이에서 새로운 기획 전시정책과 운영을 검토하였다. 뿐만 아니라 확장 개관을 통해 미술관의 부대시설이던 쇼핑 공간을 대규모로 늘리고, 개장 시간 이전의 상품 판매 및 편의 시설 확충 등의 방법을 통해 관람객을 위한 서비스 기능을 강화하였다. 그 결과 루브르 미술관은 단지 ‘감상’을 위한 공간이 아닌, ‘관광지’의 역할도 해내며 문화 관광의 중심지가 될 수 있었다.
 
 
미술관의 다원주의

  최근의 미술관이 지니는 ‘탈역사성’에 따르면, 미술이 어떠해야 하는지에 관한 선험적 기준은 존재하지 않으며 미술관 내의 소장품들이 하나의 내러티브만을 가지고 있지 않다. 지속적인 재배열이 가능한 영역으로서의 미술관만이 존재하는 것이다. 현대 큐레이터들은 미술관의 소장품들을 재료로 삼아 다양한 테마를 제시하고, 이전과는 달리 보다 다원주의적인 감상을 요한다. 오늘날 미술이 우리의 삶에 적극적으로 개입해 변화를 유도하는 것처럼 오늘날의 미술관 또한 우리의 삶에 들어와 다양성을 이해하도록 한다. 예컨대 지역의 공공 미술관의 경우, 그 지역의 다양한 삶의 가치를 체득하게 함으로써 그 지역의 다양한 삶을 이해하게 만들어 그 지역의 사회 통합에 기여할 수 있다. 암스테르담 국립 미술관의 경우에도 마찬가지이다. 이 미술관의 재개관이 전 유럽적으로 관심을 끌었던 이유 중 하나는 17세기 유럽의 실상을 가장 잘 알려주는 곳이 바로 암스테르담이기 때문이었다. 대항해시대라는 역사적 배경을 뒤로 하고 발전한 당시의 미술은 결국 암스테르담에서 그 가치를 발하며, 네덜란드를 넘어 전 유럽의 과거를 통합하는 역할을 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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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민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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