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빌 브라이슨, 그의 발칙한 여행담에 매료되다. [문학]

당신의 배꼽을 조심하기를 바란다.
글 입력 2015.10.17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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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을 쓰고 있는 나는, 여행을 떠나고픈 마음을 여행기 책들을 읽어가며 달래곤 했다. 비록 내가 작가들이 경험했던 그 곳을 실제로 함께 즐긴 것은 아니지만, 책을 통해 나만의 여행 속으로 빠져드는 것도 나름의 즐거움과 설렘이 존재했다. 그렇게 여러 권의 여행기를 읽던 중, 우연히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을 알게 되었다. 여행기를 표현하는데 있어 ‘발칙한’이라는 형용사를 사용했다는 점이 상당히 재미있었다. 왠지 모르게 이 여행기는 그 동안 내가 읽어왔던 수많은 여행 수필들과는 다른 매력을 지니고 있을 것만 같은 괜한 설렘도 느껴졌다. 그래서 나는 일 초의 망설임도 없이 이 책을 골라 첫 페이지를 폈다. 그리고 나는 곧, 정말이지 ‘발칙한’ 빌 브라이슨의 여행기 속으로 나도 모르는 새에 빠져들었다.

내가 읽었던 보통의 여행기들은 여행한 지역에 관련된 사진이나, 감탄을 자아내지 않을 수 없는 멋진 그 나라의 풍경을 함께 보여주곤 했다. 그런데 이 책에서는 사진은 눈을 치켜뜨고 찾아봐도 전혀 찾아볼 수 없었고, 책은 온통 글자들로 빼곡히 채워져 있다. 기본적인 책을 이루는 형식적인 면에서도 이렇듯 기존의 여행기들과는 조금은 다른 형식을 느껴볼 수 있다. 이런 단순한 형식적인 면을 떠나서도 빌 브라이슨의 유럽 여행기는 확실히 그동안 내가 읽었던 여타의 다양한 여행기들과는 확실히 다른 작가 ‘빌 브라이슨’만의 독특한 매력을 지니고 있었다. 나는 여행기를 읽을 때 그 아름다움에 감탄하거나 혹은 부러운 마음을 자주 느끼곤 했다. 사실 그동안은 딱 그 정도의 느낌만을 받았을 뿐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책을 읽을 때는 배꼽을 잡으며 웃었던 적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았다. 브라이슨 만의 무심하면서도 시크한 농담들, 자신이 처해진 상황을 특유의 재치로 풀어낼 때 마다 나는 그의 매력에 빠지지 않을 수가 없었다. 여행기 곳곳에 보석처럼 심어져 있는 재미있는 표현들은 읽는 나로 하여금 마치 하나의 여행기 시트콤을 보는 재미를 느끼게 해주었다. 나는 단언컨대 이 책이 유럽의 어려운 지명들이 많이 나열되어있어 읽기에 조금 어려울 수 있으나, 확실히 ‘재미’가 있는 여행기라고 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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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이 책에서는 여행의 맛있는 단맛들 뿐 만이 아니라 맛보고 싶지 않은 쓴 맛까지도 아주 적나라하게 표현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우리는 흔히 여행기를 읽다보면 ‘와, 아름답다. 마냥 행복할 것만 같다.’라는 환상을 품기 마련이다. 하지만 브라이슨은 감성적인 면모를 보여주다가도 독자들의 환상을 와장창 깨부셔 주는 일화들을 얘기해주곤 한다. 그리고 그러한 부분들을 읽을 때 마다 나는 ‘아, 이래야 진짜 여행이라고 할 수 있지.’라고 느꼈다. 여행을 하다보면 당연히 예기치 못한 사건에 휘말리기도 하고 짜증나는 일들을 겪기도 한다. 이렇듯 여행이란 ‘즐거움’만이 존재할 수 없는 하나의 과정이다. 아마도 ‘즐거움’만이 존재하는 여행을 즐기고 왔다면 그것은 아마 ‘진짜’여행이 아니지 않을까 싶다. 그리고 이러한 여행의 ‘참맛’을 브라이슨은 걸러내는 것 없이 아주 그대로 독자들에게 전달해주고 있다. 감성적일 땐 한없이 감성적이다가도 지극히 현실적인 그의 이야기를 읽다보면 멈출 줄 모르고 책의 페이지를 한 장 한 장 계속해서 넘기는 자신을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브라이슨 여행기는 단순한 여행 이야기를 다룬 서적이라는 것을 떠나서 세상에 배워볼 수 있는 하나의 교과서와 같다. 브라이슨은 유럽의 곳곳을 여행 다니면서 가끔씩 그 곳에 관련된 정치적인 부분들, 경제적인 부분들, 또 역사적인 부분들에 대해서 이야기한다. 그리고 그에 관한 자신의 견해를 말한다. 그래서 독자들은 읽다보면 자신이 몰랐던 세계의 여러 이야기들, 그리고 기본적인 상식들을 자연스럽게 배우게 된다. 이는 확실히 빌 브라이슨 이라는 사람이 ‘기자’라는 직업을 지닌, 사회과학적 지식이 풍부했던 사람이기 때문에 더욱 가능했던 것이라 나는 생각한다.
 
이 책은 읽을 땐 수많은 유럽의 어려운 지명들 때문에 조금은 어려우나, 책을 덮고 나면 이상하게도 얼른 책을 다시 펼치게 된다. 이는 독자를 끌어당기는 이 책만의 유쾌한 힘이 존재하기 때문일 것이다. 여행기와 함께 세계에 대해 공부해 볼 수 있는 일석이조의 가치를 지니고 있는 ‘빌 브라이슨의 발칙한 유럽산책’, 이 발칙한 브라이슨의 문체 속으로 빠져들 때 당신의 배꼽을 조심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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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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