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영창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의 우정은 보는 이도 즐겁게 한다
글 입력 2015.10.08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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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창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2일차 리뷰
첼리스트와 피아니스트의 우정은 보는 이도 즐겁게 한다!


공연 일자 : 2015. 10. 07
공연 장소 : 예술의 전당 IBK 챔버홀
출연자 : 조영창(첼로), 파스칼 드봐이용(피아노)
제목 : 첼리스트 조영창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프로그램 :  모차르트 오페라 <마술피리> 중 "연인인가 아내인가"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 Op.66
          첼로 소나타 제3번 가장조, Op.69
          첼로 소나타 제5번 라장조, Op.102-2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 중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 WoO.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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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 7일 저녁 8시 예술의 전당 IBK챔버홀에서는 첼리스트 조영창의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의 2일차 공연이 있었습니다. 6일에는 1번, 2번, 4번을 연주했으며 헨델의 <유다스 마케베우스(Judas Maccabaeus)>의 12개의 변주곡을 연주했습니다. 그리고 7일에는 베토벤 첼로소나타 3번, 5번과 모차르트의 오페라 <마술피리>의 '연인인가 아내인가'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과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을 연주했습니다. 순서는 프로그램대로 흘러가지는 않았고 첫 곡과 마지막 곡을 바꾸어서 연주하였습니다.


공연장 

IBK 챔버홀은 처음 가보았는데, 옆에 자리한 콘서트홀보다 소박하지만 더 따뜻함이 느껴지는 곳이라는 인상을 받았어요. 1층과 2층으로 구성되어있는데 2층은 경사가 굉장히 가파르기 때문에 맨 윗 줄에서 본 저는 다소 아찔하다는 느낌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음향은 역시나 좋습니다. 울림이 잘 전달돼요. 하지만 악기의 울림 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숨소리까지 지나치게 잘 들려서 연주 감상에 방해가 되기도 했습니다. 연주 중의 기침이나 부스럭거림은 연주 중 누구보다도 예민한 음악가들에게 큰 실례라고 합니다. 최대한 자제하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이번엔 숨소리가 지나치게 많이 들려서 2부 감상 중에 다소 당황하기도 했습니다.


8시

 조명이 어두워지고 머리가 하얗게 센 두 남자가 무대 위에 모습을 나타냅니다. 우레와 같은 박수가 쏟아집니다. 개구장이같은 표정의 파스칼 드봐이용과 그에 비해 다소 경직되어 보이는 첼리스트 조영창이었습니다. 그리고 그들은 조용히 앉아 A 음을 맞추어보고, 연주를 시작합니다.
 첫 곡, '사랑을 느끼는 남자들은' 주제에 의한 7개의 변주곡은 발랄하고 귀여운 곡이었습니다. 이 날의 프로그램은 모차르트와 베토벤을 비교할 수 있어서 꽤 재미있었던 구성이었는데요, 모차르트는 많은 분들이 알고 계시듯 선천적 천재성이 매우 강합니다. 영화 아마데우스를 보신 분들이라면 모두 공감하실 것 같은데요, 모차르트의 음악은 밝고 명랑하고, 소리가 투명합니다. 가벼워서 들뜨는 것은 아니지만 소리가 유리구슬같은 느낌을 준다고 해야할까요. 이 곡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조금 의아했던 점은 이 곡에서 제가 첼로가 아닌 피아노에 집중을 하게 되었다는 점이었습니다. 첼로 리사이틀을 왔는데 피아노의 음량이 비교적 크고 첼로의 음량이 작아서 명쾌하고 가벼운 터치를 자랑하는 드봐이용의 피아노에 좀 더 관심이 가더군요. 첼로에서 작은 실수가 느껴지기도 했고요. 모차르트의 행복한 느낌은 잘 전해졌지만 음량, 연주 면에서 조금 아쉬웠습니다.
 두번째 곡인 첼로 소나타 3번(Cello Sonata No.3 in A Major, Op.69)는 1808년 봄에 완성된 곡입니다. 이 작품은 베토벤의 다섯 첼로 소나타중에 가장 큰 인기를 누리는데, 이는 이 곡이 작곡자 베토벤의 창작력이 최 절정기에 달했던 시기의 작품이기 때문일 것입니다. 이 작품에는 베토벤이 불태우기 시작한 정열과 팽팽한 힘이 있고, 자유스럽지만 첼로의 흐름을 방해하지 않는 피아노와 넓은 음역에서 활약하는 첼로의 융화가 나타나 있습니다. 3악장으로 구성되어있는데, 모두 빠르고 강렬했습니다. 특히나 2악장은 '격렬하게'를 뜻하는 Scherzo라서 기대를 했는데, 기대 이상으로 격렬하고 열정적이었습니다. 크레센도와 디크레센도의 표현이 매우 화려하고 매력적이었습니다. 굉장히 열심히 달리는 기분이었어요. 대개 4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은 1,4악장이 화려하고 빠른 반면 2,3악장은 서정적 분위기를 자랑하는 곡들이 많았는데 이 곡에서는 3악장이 Adagio로 시작해서 새로웠습니다. 하지만 어느 순간, Allegro Vivace로 치닫는 3악장을 느끼면서 베토벤이 작곡 당시에 이 곡에 얼마나 힘을 준 것인지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곡에서 1악장이 끝나고 관객 사이에서 착각으로 인해 박수가 터져나왔습니다. 연주자와 관객 모두가 살짝 민망한 상황이 연출되었습니다. 곡은 하나로 연결되도록 작곡된 것이기 때문에 악장 사이에 박수를 치는 것은 몰입을 방해할 수 있는 행동이라고 합니다.
 
 인터미션이 끝난 뒤에는 첼로 소나타 5번이 이어졌습니다(Cello Sonata No.5 in D Major, Op.102-2). 마찬가지로 3악장으로 구성되었는데 Allegro, Adagio, Allegro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5번 소나타는 베토벤 최후의 첼로소나타입니다. 전통적 3악장 구성을 취했고 각 악장의 대위법적 기교가 훌륭하다는 평을 받습니다. 첫 악장에서는 눈을 감고 듣는다면 첼로의 음정이 정확하지 않은가-하고 갸우뚱했던 순간이 몇 번 있었습니다. 하지만 아주 화려한 각활 기교가 돋보였습니다. 새삼 연주가가 두 시간 동안, 특히 리사이틀이므로 혼자서 끌고가는 일은 얼마나 체력적으로, 정신적으로 지치는 일일까 생각하며 감탄이 나오기도 했습니다. 2악장은 제가 이 날 들은 곡 중에서 가장 좋았던 부분입니다. 비록 너무 짧기는 했지만 비극적 정서와 장엄하고 장중한 소리가 정말 좋았습니다. 개인적 취향으로 저는 느리고 장중한 첼로의 소리를 좋아하기 때문에 제 취향과는 가장 잘 맞았습니다. 하지만 이 때 숨소리가 가장 많이 거슬렸던 때여서 아쉬웠습니다. 3악장에서는 다시, 달려갑니다. 다그닥 다그닥 달리기보다 우다다다다다- 달렸다는 표현이 더 어울릴 것 같습니다. 열정적이고 파워풀한 악장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는 '연인인가 아내인가' 주제에 의한 12개의 변주곡을 들을 수 있었는데요, 이는 오페라 마술피리의 제2막에서 파파게노가 노래하는 유명 아리아의 첫 머리에서 주제를 따왔습니다. 화려한 기교와 음색, 피치카토가 인상적인 곡이었습니다. 확실히 모차르트와 베토벤은 느낌이 다르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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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회색 머리의 첼리스트와 백발의 피아니스트는 멀리서 보아도 서로를 믿고 의지한다는 것이 느껴지는 연주를 보여주었습니다. 우정의 무대란 이런 것이다!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모든 곡이 끝날때마다 서로 손을 붙잡고 '우리가 해냈어!'라는 듯한 미소와 함께 포옹, 어깨동무를 통해서 끈끈한 유대감을 자랑했습니다. 관객들은 끊임없는 박수를 보냈고 연주자들은 이에 화답하여 멋진 앵콜 무대를 선사해 주었습니다. 어떤 공연장에서도 느낄 수 없었던 우레와 같은 환호와 박수였습니다. 첫 곡에서는 피아노의 음량이 다소 컸었지만 그 다음 곡에서부터는 조절이 된 것인지, 혹은 제가 적응을 한 것인지 더 이상 거슬리지 않았습니다.
 첼로 리사이틀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정말로 즐거웠습니다. 첼로가 그렇게 다양하고 섬세하고 화려한 소리를 낼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베토벤이 얼마나 힘있는 작곡가였는지도 느낄 수 있었습니다. 다음에 다른 첼로 공연을 본다면, 이와는 대조적으로 장중하고 무겁고, 기교는 적어도 좀 더 진득한 곡을 들어보고 싶습니다. 





참고자료
첼리스트 조영창 베토벤 첼로 소나타 전곡 리사이틀 프로그램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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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나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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