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예외적 영화 바라보기 [시각예술]

두산인문극장2015예외/영화<MJ>,<바캉스>,<침입자> 속의 예외
글 입력 2015.06.30 19: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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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두산인문극장의 마지막 날인 어제!
4월13일부터 6월29일까지 세 달간의 여정이 마침내 끝이 났습니다
어제는 영화와 강연, 두 가지의 프로그램이 있어
4시에는 영화를 보고, 7시30분에는 강연을 듣고 왔는데요


어제 본 따끈따근한 영화, MJ(2013), 바캉스(2014), 침입자(2014) 총 세 편을 리뷰하려 합니다





1 ) MJ / 제작년도 : 2013년 / 러닝타임 : 22분 / 관람가 :12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김희진
mj1.jpg
주인공 민지
시놉시스

어느 날 아침, 마당에 널어놓은 교복이 사라진다. 교복을 잃어버린 예민이는 의심가는 사람을 
찾아가따져보지만 교복은 나타나지 않는다. 
그날 오후, 집 앞에 한 벌의 교복이 배달되는데, 
과연 이 교복은 누가 가져다 놓은 것일까?

김희진 감독

중앙대 영화학과에 입학하여 2009년 <수학여행>을 연출했다.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연출을 전공하였으며
로 2014년 16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에서 우수상을 수상하였다.


첫 영화로 상영된 MJ.
영화는 MJ라는 타이틀이 스크린에 실로 박음질되는 듯 수놓여지면서 시작됩니다.
이는 민지의 교복 치마에 수놓인 이니셜, MJ를 따온 것인데요,
민지의 교복은 영화 속 두 인물, 민지와 예민이를 연결하는 중요한 매개체로서 사용됩니다.
그들의 존재를 재확인하고 가까워지는 기회를 제공하죠.


잃어버렸던 교복사건의 전말이 밝혀지면서 예민이는 민지 아버지를 의심했던 것을 
뉘우치며 민지에 대해 알아갑니다.
같은 반에다가 이웃사촌이지만 그다지 친하지 않았던 민지와 예민은 정반대의 성격을 갖고 있는데,
성격이 활발해 친구들과 무리 지어 다니는 예민은 무단으로 지하철 탑승도 하고, 
치마 안에 체육복 바지를 껴입고 신나게 놀이기구를 타는 등
유쾌하고 즐거운 학교생활을 보내지만 민지는 그와 정반대의 모습을 보입니다.
반면, 민지는 혼자 다니는 일이 잦고, 말수도 적은데다가 자기 표현을 잘하지 않습니다.
그는, 예민이처럼 길거리에서 펀치게임을 하고, 치마를 짧게 줄이는 등의 귀여운 일탈에 쉽게 나서지 못했지만
결국, 예민이를 따라 치마를 줄이는 일에는 성공합니다.

그에게 예민이와 가까워지는 과정에서 발생한 이 일들은 낯설지만 신선하고 
또, 예민이라는 친구를 알아가기 위해서 마냥 피하고 싶지만은 않은 일인 것입니다.
똑같은 행동을 하고 똑같은 물건을 가지면서 생겨나는 소녀들의 섬세한 감성과 우정이 드러나는 부분입니다.

치마를 짧게 줄이고 나온 소녀들이 처음 보게 되는 것은
다름아닌 두 소녀의 아버지들입니다. 대낮에 허름한 가게 안에서 잔을 기울이는 아버지들의 모습.
그들은 매일 학교에서 입는 교복 뿐 아니라 
매일 집에서 마주하는 그들의 아버지로 하여금 또 공감의 소재를 얻습니다.
둘 사이의 유대와 동질감이 커지게 되죠.


한편, 낮에 먹은 술로 집 앞 대문에 쓰러져있던 아버지를 예민은 힘겹게 집안으로 들여옵니다.
잠시 후 누군가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리고 문을 열자, 민지가 우두커니 서있습니다
민지를 따라간 동네의 돌계단에는 민지의 아버지가 술에 떡이 되어 가로등 아래 누워있는데,
집까지의 거리가 꽤 멀어 여린 체구로 혼자 역부족이었던 민지가 예민이에게 도움을 요청한 것입니다
처음으로 도움을 부탁하는 민지
두 소녀는 한 쪽씩, 술 취한 아버지의 어깨에 끼어 힘겹게 부축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습니다

급기야 민지는 눈물을 보이고 마는데
당황한 예민은 왜 우냐고 묻고
고개를 돌린 민지의 대답은 한 마디입니다. '무거워서'
작고 여린 소녀, 민지를 무겁게 누른 것은 어떤 것이었을까요..?
 


잠시 뒤 예민은 자신의 교복을 훔쳐갔던 윗집오빠, 경수를 불러오고
경수의 도움으로 민지 아버지를 무사히 옮깁니다.

다소 사건의 해결이 엉뚱해보이기도 하지만 지혜로워보이기도 하는 대목입니다.
사건을 만든 원인제공자, 경수와 사건의 당사자, 예민 그리고 예민을 도와주기위해 사건에 개입했던 민지
이렇게 세 인물을 민지 아버지를 모셔다드린다는 명목아래 한 자리에 배치함으로서
교복사건은 일단락됐지만 그 사건 이후에 남아있던 여분의 감정들을 합심시킴으로서 말끔히 해소시키는 것입니다
저마다 각자의 고민과 시련을 갖고 있던 어린 청춘들은 그렇게 성장해갑니다.

이후 계절이 바뀌어 동복을 꺼내입은 두 소녀가 나란히 등교하는 모습이 비춰지고,
 영화는 그렇게 여운을 남기며 끝이 납니다.


mj.jpg
 친구들과 놀고 놀이기구 타는 예민(좌측에서 세번째)





2) 바캉스 / 제작연도 : 2014년 / 러닝타임 : 24분 / 관람가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이현주
바캉스.jpg
 주인공 수영
시놉시스

레즈비언인 수영인 애인인 영미와 처음으로 바캉스를 갈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런데 떠나기 바로 전날 밤 수영은 아빠의 입원 소식을 듣는다. 
그녀는 무사히 애인과 바캉스를 갈 수 있을 까?

이현주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였으며 
<바캉스>로 2014년 12회 아시아나국단편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하였다.
 

사실, 영화가 시작한지 2분?도 안되어 벌어지는 키스씬에 적잖이 당황스러웠습니다.
이 키스씬이 예외적이었기 때문인데, 왜냐면 진한 키스를 나누는 연인이 다름아닌 여성들이었기 때문입니다.

며칠 전 미국에서도 동성결혼이 합법화되었습니다. 세계가 무지개빛으로 물들고 있는 이 시기에
레즈비언을 주인공으로 한 이 영화의 상영은 시기적으로 참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되었는데요.
예외적으로 느껴졌던 사람들이 이제는 그들의 진실되고 참된 사랑의 믿음으로
사람들의 인식 속 성적소수자에서 벗어나 탈예외화되는 움직임이 번지고 있으니
이런 움직임이라면 그들이 예외로 치부되지 않는 세상이 머지않아 곧 올 듯합니다.


연인, 영미와의 바캉스를 앞둔 수영은 입원한 아버지의 부름으로 고향으로 내려가게 되는데
 아버지의 급작스러운 이혼선포와 어쩌다 알게된 어머니의 외도사실 속에서 혼란을 겪습니다.
이상하게 꼬여버린 가족의 일을 어떻게 풀어야 할지 답답한 상황에서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서울에 남겨졌던 연인, 영미가 바캉스 가자며 기다리지 못하고 
직접 수영의 고양으로 내려옵니다.

그렇게, 갑작스레 수영의 집에는 수영의 애인, 영미와 한 동네에 살아
아버지와도 아는 사이인 어머니의 내연 상대까지, 모든 인물들이 모이게 됩니다.
아버지는 어머니의 그 사실을 아는 지 모르는 지 직접 고기까지 구워 모두에게 저녁을 대접하고,
말도 안되는 상황에 화가 난 수영은 영미와의 키스로 부모님 앞에서 커밍아웃사실을 증명합니다.
이는 급기야 가족의 싸움으로 번져 모든 사실이 수면 위로 떠오릅니다.
집을 나왔지만 표가 없어 갈 곳없어 방황하던 영미, 수영은 어쩔 수없이 집으로 되돌아갑니다.
그렇게 돌아간 집, 아버지는 아무렇지않게 그들과 어머니, 그리고 내연남을 데리고 계곡으로 향하고
그들은 그 곳에서 굉장히 이질적이지만 평화로운 바캉스를 보냅니다.


마지막 엔딩이 잊혀지지 않습니다. 복잡한 사건들이 시작과 끝을 알수 없는 실뭉치처럼 뒤엉켜있는데
어느 사건도 해결되지 않고 미결의 사건으로, '이런들 어떠하리, 저런들 어떠하리' 의 태평한 마음을
지닌 아버지의 태도처럼 이 영화의 끝을 맺는 방식 또한 그런 것 같습니다.
수영과 수영의 아버지는 물 속에 발을 담구며 여유롭게 앉아있고
바캉스에 한이 많던 영미는 비키니를 입고 물장구를 치고
어머니와 내연남은 한쪽에서 음식을 하고.
너무도 이상하고도 평화로운 엔딩을 보면서도
엉킨 실뭉치를 가위로 잘라낸 것처럼 속 시원한 느낌이 드는 것은 왜일까요?


분명, 인물들의 감정이 해소되지 않았고 사건 또한 종결되지 않았는데
이는 사건을 급마무리짓는 공간, 즉 자연이 주는 힘때문이라고밖에 말할 길이 없을 듯합니다.





3) 침입자 / 제작연도 : 2014년 / 러닝타임 : 28분 / 관람가 : 15세 이상 관람가 / 감독 : 박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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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 재민
시놉시스

재민은 친구 영민과 자기 집을 털려고 한다. 도둑질에 실패하자 영민은 차가 있는 친구 현진을 데려온다.
이튿날, 영민은 오지 않고 재민은 현진과 도둑질을 하게 된다.
그러나 현진의 행동은 재민의 예상을 벗어나고 재민은 뒤늦게 말리고 싶지만 역부족이다.
재민은 어떻게든 현진을 막아내지만 모든 것을 원점으로 돌이키기엔 이미 너무 늦었다.

박근범 감독

한국영화아카데미에서 영화연출을 전공하였으며 <남매>와 <침입자>를 연출하였다.
<침입자>로 2014년 제18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 관객상을 수상하였으며
제 41회 학생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 부문에 노미네이트 되었다.

바캉스가 예외적인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웠다면
이 영화는 예외적인 사건을 내세운 영화입니다.

'내가 내 집을 턴다?'

이해할 수 없는 설정이지만 주인공, 재민에게는 이유가 있습니다.
재민은 형과 할머니가 사는 집을 털 계획을 세웁니다.
그 이유는 자신의 대출금을 할머니의 금고에서 훔친 돈으로 갚기 위해서인데요.
그는 자신이 용의자라 생각되지 않게 전기 충격기로 침입흔적을 만드는 등
할머니의 돈을 훔치기 위해 온갖 치밀한 계획을 세웁니다.
그 과정에서 친구 영민이 합류하고
차가 필요하게 되자, 영민의 지인을 통해 현진을 섭외하게 되는데요.
재민은 현진의 합류가 왜인지 못마땅하게 생각됩니다.
그리고 벌어지는, 예상치못한 사건의 전개와 결말의 연속!


보는 내내 심장이 두근두근한 영화였습니다.
그 이유를 들자면,
첫 째는 영화 속에서 절대악으로 비춰지는 현진때문이었고,
둘째는 일반적인 스릴러장르에서 긴장감을 유도하는 장면들이
어두운 장소 혹은 밤에 이뤄지는 반면에 이 영화는 한 낮에, 한 집과 공원에서 피가 난무했기 때문인데요.
대낮에 보는 붉은 혈흔이 더 빨갛고 섬뜩하게 와닿았습니다.

보면서 든 생각은, 그들이 불량조직과 연관된 것도 아니고, 어떤 큰 건수를 벌인 것도 아니고
기껏 자기집 금고에서 돈 좀 꺼내려다가 불러온 상황치고는 결과가 크고 참담하다고 생각됐는데요.
재민이 벌받을 짓을 하긴 했으나, 그 이상의 벌을 받은 것 같은 가혹한 상황들이 이어져
약간의 불편함을 느꼈습니다.
현진의 개입 전까지는 장난치는 정도에 불과했다면, 그 후는 그들이 벌인 죄의 심판을 받는 느낌이랄까요?
지인을 통해 현진을 끌어왔다고는 하나 그 댓가가 너무도 큰..

그래도 다행으로 여겼던 것은 죽었다고 생각됐던 할머니가 죽지않았다는 것이고
큰 악이었던 현진은 결국 형의 손에 죽고, 세 명의 가족은 온전히 살았다는 것입니다.
뒷 일이 어떻게 전개될지 알 수 없지만 일단은, 모두 살았다는 것에 안심했습니다.


지난 밤, 할머니가 꿈얘기를 하던 씬이 생각나더군요.
'네 아버지가 그러길, 너희 형제들이 나를 지켜준다고 했다'
그의 말이 완벽하게 떨어지는 엔딩이었습니다.
 
침입자.jpg
 마지막은 세 가족이 밥을 먹는 장면으로 마무리


총 세 편의 영화를 훑어봤는데요. 예외라는 범주 안에 묶인 영화들이지만
예외라고 먼 발치에서 보기보다는 좀 더 가깝게 보려는 태도가 필요할 것같습니다.
지금은 예외라고 치부되지만 또 언제 그들이 일반적인 상황으로 전환될지 알 수 없는 일이니까요
예외 속에서도 수 많은 관객들의 공감을 얻어내며 감탄을 자아낸
세편의 영화 모두에게 박수를 보내며, 이만 자리에서 일어날까 합니다.

[임보경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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