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로 보는 심리학⑦
-「Take Shelter」
불안을 자주 느끼는 편이다. 그 불안의 원인은 미해결된 고민, 완성되지 않은 과제, 문득 돌아보니 너무 많이 흘러버린 시간 등 다양하며, 때때로는 그 원인이 불분명한 경우도 있다. 오늘 이야기해볼 영화 「테이크 쉘터(Take Shelter)」(2011)의 주인공 커티스 역시 불안을 안고 살아가는 한 가정의 가장이다. 다만 특별한 점이 있다면 그 불안이 병리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다. 그의 경우를 통해 '불안'이라는 심리적 증상에 대해 이야기해보고자 한다.
커티스는 아내와 딸을 두고 성실하게 살아간다. 딸에게 청각장애가 있다는 점을 제외하면 그의 삶은 대체로 평온해보인다. 어느 날 갑자기 시작된 악몽은 그의 삶을 뒤흔든다. 노란 빛의 폭풍우가 몰려오는 중 키우던 개가 자신을 무는 꿈, 폭풍우 속 갑작스러운 괴한들의 습격 등의 악몽에 그는 점점 일상생활을 유지하는 것이 불가능할 지경에 이르른다.
커티스의 불안은 '폭풍우'라는 재난으로 대변된다. 꿈을 자세히 살펴보자면, 그를 위협하는 존재는 폭풍우와 동반하는 비, 괴한이라는 낯선 사람에서 친구, 아내에 이르는 주변 인물 등의 사람들로 특정된 것이 아니라 총체적인 것이다. 트라우마가 특정 사건과 관련하여 나타나는 극심한 불안이라면, 커티스의 불안의 원인은 불분명하며, 일상의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 이러한 불안 속에서 커티스는 꿈 속 딸 해나를 지키고자 한다.
커티스의 불안은 일상의 모든 것과 관련이 있다고 했다. 이렇게 다양한 상황에 대해 과도한 불안과 걱정을 나타내는 증상을 보이는 불안장애를 범불안장애라 일컫는다. 커티스의 각종 위협에 대한 총체적인 불안은 폭풍우라는 하나의 대상으로 표현된다.
범불안장애에 대한 진단기준과 커티스의 증상을 연결지어보자. 그가 개에 대한, 친구에 대한 걱정을 하는 것은 그가 다양한 사건이나 활동에 대한 과도한 불안을 보인다는 기준과 연관이 있다. 또한 폭풍우가 온다는 걱정에 빚까지 내며 방공호(shelter)를 정비한다는 점에서 불안을 통제하기 힘들어한다는 진단기준과도 연결된다. 그 외에 걱정으로 인해 사회적, 직업적 활동에 장애를 초래하는 모습 역시 그가 지닌 범불안장애적 증상을 증명한다.
이러한 커티스에게 부인 사만다는 그 불안이 현실이 아님을 증명하고자 한다. 범불안장애에서도 종종 그와 유사한 인지행동적 치료방법을 활용하기도 한다. 어떤 내용의 걱정인지 기록하게 하거나, 시간을 정해놓고 걱정하는 등등. 사만다는 그 걱정 혹은 불안이 현실이 아님을 받아들이게 함으로써 커티스를 돕고자 한다. 방공호에서 차마 나가지 못하고 사만다에게 문을 열어달라 부탁하는 커티스에게 사만다는 커티스가 직접 문을 열어 확인해야 한다며 그에게 문을 열라 한다. 이에 커티스의 증상이 완전히 치료되는 것은 아니지만 그는 정신과 치료를 받자는 사만다의 말을 따른다.
커티스의 불안을 정신병적 증상으로 인한 허상이라 볼 수 있는가? 영화는 그렇지 않다고 답하고 있는 듯 보인다. 커티스가 정신병원에 입원하기로 한 후 함께 보내는 여름휴가에서 해나는 무언가를 본다. 폭풍우다. 사만다까지도 그 폭풍우의 전조를 발견하고 영화는 막을 내린다. 그 장면이 커티스의 또 다른 환각증세다, 불안의 전파로 인한 단체 환각이다 뭐다하는 추측이 난무하지만 필자는 이를 환각이라고만 치부하고 싶지는 않다. 그리고 그 사실 여부가 영화의 중요한 포인트라 보지도 않는다. 다만, 불안이 허상만은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재앙이 올 것이라는 불안이 악몽이라는 갑작스러운, 연결고리 없이 나타나는 현실과 유리된 환영이 아니라 분명 현실과 연관이 있다는 것이다.
누군가의 시에서 세상은 병원이고, 사람들은 모두 환자라 표현하는 구절을 본 적이 있다. 이 말을 세상에 난 이상, 모두가 병 들기 마련이라는 뜻으로 해석할 수도 있을 것이라 본다. 그리고 그 증상 중에는 불안이 큰 비율을 차지할 것이라 본다. 이에 커티스가 지닌 병적 불안이 남일같지만은 않아보인다. 실제로 대부분의 관객들은 본 영화의 장르가 드라마임에도 영화 상영 중대부분의 시간을 긴장한 상태로 몰입하는 것으로 볼 때, 그의 불안에 감정이입될 여지가 있다는 점이 어느 정도 드러난다. 우리는 「테이크 쉘터(Take Shelter)」(2011)를 통해 또 다른 환자 우리들의 불안에 대해 생각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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