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6) 엇갈린 신(들) Misread Gods [다원예술, 인사미술공간]

글 입력 2015.06.28 2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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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신(들) Misread God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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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갈린 신(들) Misread Gods


일자 : 2015.6.26 ~ 2015.7.26

시간 : 11:00am~07:00pm / 월요일 휴관

장소 : 인사미술공간

티켓가격 : 무료

주최 : 인사미술공간




문의 : 02.760.4722





<상세정보>


고향·서식지·구멍: 디지털을 통한 미술의 전치 

"아마도 예술은 동물이 시작한 것이다. 적어도 어떤 영토를 깎아내어 집을 짓는 동물이라면." 언젠가 프랑스 철학자 두 사람은 이렇게 썼다.1 우리는 여기에 예술이 언제나 인간 영혼을 위한, 한시적이거나 허구적인 서식지를 투영한 것이라 덧붙일 수도 있으리라. 예술은 탐사된 적이 없는 광대한 영토와 친숙한 거처 사이의 공간을 가로질러 주거한다. 김실비는 익숙한 실존과 세계의 전망이 주는 안락한 좌표를 전치시키고자 한다. 영상 작업 「엇갈린 신(들)」의 한 대목에서 아즈텍의 젊은 마지막 왕, 몬테수마 2세는 이렇게 말한다. "어디에도 집을 갖지 못하는 사람들을 생각한다. / 내가 얻은 적이 없는 집에 사는 일을 생각한다. / 침략은 담을 넘으며 시작된다." 

지구화 시대에 우리의 집은 어디인가. 우리의 고향Heimat은 어디에 있는가. 집이라는 감각은 늘 문제적이면서도 또 늘 필요한 것인데, 예술은 이를 어떻게 살아내고, 교란시키고, 약탈하는가. 김실비의 작업은 전지구적 디지털화가 정체성을 폭발시킨 세대의 전치감각을 흡수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종류의 정복자들이 당도하는 것을 숱하게 목격한 여러 도시와 서식지의 세계도 담긴다. 그리고 정복자는 점점 더 비가시적으로, 그러나 치명적으로 유입되는 자본의 꼴로 그 곳에 등장한다.

「엇갈린 신(들)」에서 이름 모를 도시의 풍경은 추상적이고 동떨어진 배경을 이룬다. 이는 마치 우리가 저가 항공을 타고 익숙하게 가로지르는 지구적 연속체와도 비슷하다. 우리는 김실비의 작업에 등장하는 도시 풍경을 알아볼 수 없다. 도시는 지구화된 인식의 스크린이기도 한, 디지털 배경이 되어 사라진다. 그러나 작가가 다년간 거주해온 베를린의 거리를 간혹 알아볼 수도 있다. 베를린이 다난한 공간 감각을 대변하는 핵심적인 대도시라는 사실 또한 우연이 아니다. 그 곳은 제2차세계대전 동안 파괴되고 두 차례 전체주의 정부에 의해 식민화되었다. 무정부주의자, 예술가, 이민자들에 의해 무단 점거되었으며, 근래에는 단체 관광지로 전락하며 상업화gentrified되었다. 마치 유럽의 실체 없는 수도처럼 건재하며, 폐허 미학의 발상지로서 베를린이라는 관념은 오늘날에도 자기 증명에 분투하는 배아 상태의 정체성이다. 

베를린의 전치된 도시 정체성과 함께 서울의 현재-기억을 호흡하는 김실비의 작업은 생명의 서식지에 대한, 또 '거대한 외부'에 노출된 우리 욕망의 자족적 공간에 대한 성찰이다. 또한 영토, 집, 동네, 자기만의 방, 사적이고 친밀한 관계, 그리고 '인격적 실체'persona에 대한 우리의 인식 및 경험에 침투한 디지털 매체에 대한 성찰이기도 하다. 

독일어에서 고향, 하이마트Heimat라는 단어는 조국, 모국 또는 본국과는 전혀 다른 함의를 띤다. (역자 주: 하임Heim은 집을 뜻한다) 조상의 혈통을 바탕으로 세워진 국가 개념과는 애초에 무관하다. 고향은 언제나 주관적인 영역으로, 시간, 사회, 문화, 기술 등 보다 확장된 영역을 포함하면서 증폭될 수 있다. 독일어로 고향은 환경'Umwelt에 긴밀히 연결되는데, 이 환경이란 거대한 세계Welt에 대항하여 우리가 자체적인 실존을 통해 주변에 직접 투영한 세계를 일컫는다.이에 반해 거대한 세계는 외부에 존재하며 우리를 둘러싸고 있다. 여기서 독일과 아시아의 문화 사이에 얼마간의 공통된 근원을 발견하게 된다. 양쪽 모두 공간을 인간의 시점에서 중심을 차지한 무언가로 설명하고 인식한다. 김실비의 디지털 세계는 이 편안하고 전통적인 균형을 파괴하며, 지구화와 디지털화의 시대에 인간의 공간에 침투하는 기술적·실존적 분절을 폭로한다.

김실비의 작업에서 베를린은 이국적인 깨진 거울의 비-공간으로 드러난다. 흥미롭게도 프로이트가 말한 기묘함uncanny은 독일어로 본래 '운하임리히'Unheimlich였는데, 익숙하지 않은 것, 집에 포함되지 않는 것을 뜻한다. 김실비의 영상과 설치 구조는 다양한 층위에서 일상성과 방향 감각에 균열을 일으킨다. 그의 영상과 스크린 설치작에서 나는 이미지의 뒤에 도사리고 있는 디지털 동굴을 본다. 그 무한한 회색조의 검정 배경이 주는 기묘함 / 낯섦 / 생소함의 효과를 느낀다. 또한 그의 설치가 구축하는 공간에서 나는 어떤 친밀함의 구멍을 감지한다. 그것은 지리적 구멍이자 사회적 구멍이다. (아마도 자전적이기도 할)그 구멍은 김실비의 고향, 서식지, 집을 품고 있다. 

이는 내밀함, '집-다움'Heimlichkeit의 반전이다. 그의 세계에서 우리는 더 이상 주변 공간에 지속적으로 그리고 권태롭게 자신을 투영하며 우주를 구축할 필요가 없다. 내부 세계를 외부 세계로, '내재감각'endosensation을 '외재감각'exosensation으로 교체하기를 상상해볼 수 있다. 우리는 '거대한 외부'로부터 우주를, 예기치 못한 우정을, 끝없는 여행을 훔쳐옴으로써 우리의 서식지를 지어볼 수 있다. 세계의 중앙에 우리는 구멍을 하나 남겨 둔다. 그러나 언제나 이 구멍을 따라 그려보는 예술가가 있게 마련이다.

"아마도 예술은 동물이 시작한 것이다." 글머리에 언급한 구절에서 들뢰즈와 가타리는 제창하였다. 실제로 김실비의 예술 세계 어디쯤에 동물이 사는지 의아해질지도 모른다. 분명 그의 이미지는 깃털의 성격을 띤다. 찰나적인 가상의 깃털은 디지털 스크린의 무한한 공간에서 잇따라 떨어져 내리고, 계속해서 디지털 인식의 다양한 층위를 가로질러 구성된다. 호주의 우림에 사는 바우어새Scenopoeetes dentirostris는 이와 비슷하게 서식지를 준비한다. 나뭇잎을 땅에 떨어뜨린 후 하나하나 색이 옅은 쪽으로 뒤집어 놓는다. 잎사귀는 깃털의 연장이면서 동시에 그 위에서 노래하는 새의 무대가 된다. "그것은 완전한 예술가이다." 들뢰즈와 가타리는 말한다. 그러나 예술가는 우주의 중심에 구멍을 내는 능력 때문에 동물과는 다를 것이다. 동물은 바로 그 구멍에 그저 안전한 집을 짓고 말 것이므로. 

- 마테오 파스퀴넬리

1. 질 들뢰즈·펠릭스 가타리, 『철학이란 무엇인가』, 이정임, 윤정임 옮김(현대미학사:1995).
* 마테오 파스퀴넬리는 베를린 기반의 이탈리아 철학자이다. 정치철학, 매체론, 인지과학에 걸쳐 다양한 학제와 미술 기관에서 집필, 강의 및 전시 기획을 하고 있다. 주요 저서로 국내 발간된 『동물혼』 (2013)이 있다. (matteopasquinell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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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27 loop(전면 및 배면 양면 영사), 00:04:46 loop(단채널 영사)_2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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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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