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국 어쿠스틱 기타의 거장 함춘호의 레전드 100송 [공연 예술]

글 입력 2015.06.23 16: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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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 어쿠스틱 기타의 거장 함춘호의 레전드 100송 콘서트가 6월 20일 토요일 저녁에 마리아 칼라스홀에서 있었다. 이번 콘서트의 테마는 ‘레전드 6070’으로, 60년대와 70년대 한국 대중음악사에 큰 기여를 한 곡들이 연주 프로그램으로 구성되었다. 
  지인의 초대를 받아 간 공연이었다. 개인적으로 함춘호 씨의 연주는 방송에서 몇 번 들은 적이 있는데, 이번에는 그의 연주를 실제로 들을 수 있다는 것에 매우 기대했다. 그러나 테마가 6070 음악이라 너무 올드하지는 않을까, 가서 잘 즐길 수 있을까 내심 걱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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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진행되는 마리아칼라스홀은 51석의 소규모 공연장이다. 무대와 객석이 매우 가까웠다. 이곳에서 무엇보다 놀란 점은 음향이었다. 어디서도 듣지 못했던 느낌의 소리를 들을 수 있었다. 여느 공연장과 다른 소리를 듣는 것이 놀라워 눈을 감았다. 눈을 감으니 선명한 소리의 색이 그려졌다. 물결치는 소리를 보고 있자니 황홀한 경험이었다. 공연장을 나올 때는 두 시간 동안 겪었던 소리와 느낌을 잊어가는 게 너무 아쉬웠다.


  공연은 베이스 김정렬, 록의 대부 신중현의 아들 드럼 신석철, 더클래식의 멤버 키보드 박용준, 그리고 함춘호의 기타로 꾸려졌다. 또한 그의 제자인 보컬을 하는 학생들이 풍성한 공연을 완성하는데 일조했다. 밴드의 합은 기가 막혔다. 어느 하나 빠지는 것 없이 완벽한 음악을 연주했다. 그들이 쌓아온 경험이 느껴졌다. 그리고 처음에는 보컬들이 코러스로만 참여하는 줄 알았는데 곡을 이끌어 나갈 때가 많았다. 특히 이다영 분의 목소리는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청아했다. 새삼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데 알려지지 않은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생각했다. 

  곡의 전체적인 분위기는 위에서 말했다시피 6070이었다. 하지만 구닥다리 같다거나 지루하고 올드하다는 느낌은 전혀 받지 못했다. 그 이유 중 하나는 생각보다 아는 곡이 많이 나왔고, 둘째는 편곡이 아주 세련되었기 때문이다. 첫 곡으로 시작한 나 어떡해(1977, 샌드페블즈)를 듣자마자 음악적 공감대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겠다 싶었다. 1부는 발랄한 느낌이 계속 기억에 남아 집에 와서 찾아보게 만든 ‘월남에서 돌아온 김상사’(1969, 김추자), ‘님은 먼곳에’(1970, 김추자), 우리나라 원조 소울 ‘봄비’ (1970, 박인수), 이별(1974, 패티김), 남자 듀엣 ‘편지’(1974, 어니언스), ‘당신은 모르실거야’(1976, 혜은이), 1부의 마지막 곡으로 ‘해뜰 날’(1975, 송대관)과 ‘미인’(1974, 신중현)이 연주되었다. 어쩜 기타로 그런 느낌을 받을 수 있는지, 평소에 그냥 세션 중에 하나로 생각했던 기타가 무대의 가운데로 올라오니 색다른 분위기가 연출됐다.

  2부에서는 함춘호 씨가 이번에 직접 부른 ‘내 마음에 주단을 깔고’(1978, 산울림)으로 시작했다. 들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 못한 노래하는 목소리에서 반할 뻔했다. 이어지는 ‘아니 벌써’(1977, 산울림), ‘한동안 뜸했었지’ (1978, 사랑과 평화), ‘밤차’(1978, 이은하), 편곡이 너무 좋았던 산뜻하고 상큼한 ‘단발머리’(1979, 조용필), 창밖의 여자(1979, 조용필), 새로운 감성으로 해석 된 ‘여러분’(1981, 윤복희), 마지막 곡으로 걸맞는 신중현의 ‘아름다운 강산’까지. 2부는 전반적으로 리듬감 있고 함께 즐길 수 있는 분위기였다. 모두가 일어나 ‘남행열차’와 ‘어쩌다 마주친 그대’를 부르며 앵콜을 즐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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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것이 연륜이구나. 이래서 전설이라고 하는구나. 빙판 위의 김연아를 볼 때 ‘나는 것 같다’며 표현을 하곤 하는데 이와 같이 기타줄 위에서 나는 함춘호 씨를 볼 수 있었다. 줄 하나를 튕겨도 어디서도 들은 적 없는 감성과 느낌이 나오고 섬세하다. 어쿠스틱 기타이든 전자기타이든 자유자재한 음악적 표현이 가능해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인생에서 본 공연 중에 베스트로 손꼽을 만한 공연이다. 시대 별 테마를 잡아 콘서트가 진행되는데 다음 달에도 시간이 되신다면 꼭 가보시라고 권해드리고 싶다. 흩어져 가는 기억이 아쉬운, 여운에서 헤어 나오지 못한 그런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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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하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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