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그녀들의 집

글 입력 2015.05.29 1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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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초역에서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씨어터 송, 
도착하니 건물에 부착된 포스터가 눈길을 끈다.
주변 카페나, 편의점에서도 포스터를 쉽게 발견 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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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시작하기 전, 특이한 무대 설치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한 무대 위에 여러 공간이 유기적으로 배치되어 있는데 
앉아있는 관객들은 자신의 위치에 따라 특정 공간이 가까이 보이거나, 멀리 보이게 된다.
내가 앉아있던 좌석에서는 쇼파와 무대 중앙이 가까웠다.
덕분에 배우들이 이 공간에 머무르면 그들의 표정 변화까지 세심하게 목격할 수 있었다.
또 배우들은 정해진 공간 뿐만 아니라 극장 안 모든 공간을 무대로 삼는다.
객석 뒤로 등장하기도 하고 무대에 내려와 앉아있기도 한다.
전체적으로 무대와 객석이 가까워 몰입도를 높일 수 있던 것 같다.



그녀들은 참 불쌍하고 애처롭다. 
아버지의 폭력으로 어린 시절을 불우하게 보냈으며,
자신의 정체성 또한 제대로 잡아 놓지 못했다.

큰 딸은 5살부터 피아노를 잡게 한 아버지로 인해서
자신의 의지와 상관없이 성공에만 길들어져 왔다. 
평소 실패를 경험하지 못했던 그녀는 이혼과 망가져 가는 몸을 보면서 
자신의 실패에 절망할 뿐 극복할 방법을 모른다.  

씩씩하고 밝아 보이는 둘째는 사실 누구보다 사랑스럽고 귀엽다. 
그러나 그 이면에는 아이러니하게도 아버지의 사랑에 대한 목마름으로 가득하다.
게다가 짝사랑했던 남자에게까지 거절 당하면서,
그 남자가 자신과 같지 않다는 사실에 망가지기 시작한다.

막내딸은 남들에게 말하지 못한 상처를 혼자 끌어안고 살아왔다. 
아버지가 가하는 성적 학대로 인해 남자에 대한 불신과 분노가 가득하며,
불안정한 모습을 자주 보인다.
이러한 점에서 의사의 죽음 또한 어쩌면
아버지를 향한 분노가 만들어낸 결과물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아버지라는 존재의 영향력은 세 명의 딸뿐 아니라 어머니에게서도 나타난다. 
딸들이 기억하는 엄마의 모습은 무척 외로워 보인다. 
어린 시절 그녀들에게는 어머니의 역할이 중요했을 텐데, 
어머니 또한 아버지의 또 다른 학대의 대상이었을 뿐이다.
아버지는 물론이고 어머니에게서도 제대로 된 보살핌을 받지 못한 
세 자매의 상처는 그 후유증으로 파국을 맞이하게 한다



보면서 서로의 상처를 감싸 안아줬으면 어떠할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그녀들에게 필요했던 것은 소통과 회복이다.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인 아버지를 향한 원망과 분노가 가득하다. 
자신들의 상처에 급급하지 옆에 있는 다른 자매의 상처를 보듬어 주거나 소통하려 하지 않는다. 

둘째는 끊임없이 언니와 여동생을 부러워하며 자신과 비교하고 
막내는 자신의 상처를 드러내지 않고 마음에 담아두고 혼자 짊어지려고 한다.
서로에 대한 오해와 소통의 부재는 비극을 더욱 초래할 뿐이다.



단순한 가족의 이야기가 아니라 현재 우리 사회의 여성문제에 관한 이야기이다. 
현모양처와 같이 희생되어온 여성의 모습, 그 안에는 어머니다움, 여자다움이라는 폭력이
성폭력의 상처가, 지배와 강요라는 폭력이 내재되어있다.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게 가해지고 있는 폭력의 모습들이다.
그리고 또 그러한 폭력에 침묵으로 일관하는 사회의 모습은 그녀들 어머니의 모습과 닮아있다. 



확실히 낯설고 마주하기 싫은 이야기들을 끄집어낸 공연이었으며, 
배우들의 연기는 물론이고 독특한 무대 구성, 조명의 효과까지 작품의 분위기를 잘 이끌어냈다. 






[김소망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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