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어여쁜 꽃의 일생,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

글 입력 2015.05.16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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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여쁜 꽃의 일생

꽃순이를 아시나요


김지현(ART Insight SNS 운영팀)


꽃순이를아시나요 최종포스터.jpg


<공연정보>

공연명 : 1970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 
공연기간 : 4월 29 ~ 5월 25일
공연장소 : 이화여고백주년기념관 화암홀
공연시간 : 화·수 5:30|목·금 8시|토·일·공휴일(5월5일/25일) 2시/5:30. 월 쉼 
러닝타임 : 1시간 50분 (인터미션 없음)
티켓가격 : VIP석 5만원|R석 4만원|S석 3만원
주최 : 은세계 씨어터 컴퍼니. 미소씨앤비파트너스 
주관 : 기획창작센타. 대학로 연극농장 
후원 : 서울문화재단. 서울연극협회 
협찬 : 돌실나이. 온데이커피. (주)DCL 





고즈넉한 덕수궁 돌담길을 걸어 올라가며 마치 시간도 거슬러 올라간 듯, 1970년의 향수를 담은 뮤지컬을 보러 갔다. 뮤지컬 ‘꽃순이를 아시나요’는 우리 부모님 세대의 모습을 잘 보여주고 있었다. 

1970년대 패션.jpg

확실히 옛날 이야기라는 실감케 한 것은, 지금은 입지 않는 옛날 교복과 의상이었다. 티아리의 ‘롤리폴리’ MV에 나왔던 땡땡이 셔츠에 스카프, 나팔바지 등, 뮤지컬을 보면서 의상을 뜯어보는 것도 소소한 재미였다. 오히려 지금보다 옛날이 더 개성있는 패션이 많았던 것 같다.  


티아라-롤리폴리


맨 처음 공연이 시작할 때, 꽃순이는 소녀의 노래를 부른다. 아마 꽃순이의 인생에서 가장 행복했던 기억의 한 편일 것이다. 1970년대~1990년대의 큰 사건들과 함께 살아온 주인공 ‘순이’ 와 ‘춘호’. 꽃다운 이름이건만, 봄이 생각나는 이름이건만 둘의 인생은 풍파가 많았다.  


조애희 <내 이름은 소녀>


어릴 적, 중학교도 중퇴하고 집안 뒷바라지와 함께 좋아하는 오빠, 춘호의 뒷바라지까지 같이 하던 순이. 결국 돈 많이 버는 서울에서 일을 하기로 결심한다. 남의 집 식모살이를 하며 갖은 구박을 다 참아내는 순이의 노력을 알았는지, 춘호는 서울에 있는 대학에 붙어 서울로 올라온다. 순이와 데이트도 하며 좋은 시간을 보내는가 싶더니만, 일이 터진다. 춘호의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춘호가 군대에 입대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월남전 참전병이었다. 


육군 군가 집 <맹호들은 간다>


군대에 간 춘호를 그리며, 순이는 돈을 더 많이 준다는 재단공장에 취직한다. 여기서 뮤지컬의 사회적 배경이 드러나는데, 1970~1990년대는 특히 한국이 경공업으로 경제 성장을 도모하던 때였다. 가난한 한국에 있는 것은 낮은 자본과 저렴한 노동력. 결국 사람 손이 많이 가는 경공업 위주의 경제성장이 될 수밖에 없었다. 가난하다보니 어린 나이부터 공장 일을 하기 시작했고, 근무시간은 10시간을 훌쩍 넘었다. 이로 인한 부작용으로 폐 질환에 걸려 각혈을 하고, 죽는 사람도 많았다. 유명한 도서, ‘난쟁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도 이 시기를 바탕으로 한 작품이다. 

1972년 박정희 대통령 내외분 생산공장 시찰.jpg

꽃순이 공장 일하는 모습.jpg

이런 심각한 근무환경 개선에 일조한 인물이 뮤지컬에서도 나온다. 바로 근무시간 준수를 외치며 분신자살을 한, 용감했던 청년 ‘전태일’이다. 설마 뮤지컬에서 전태일을 언급할 줄은 몰랐다. 그만큼 얼마나 살기가 각박하고 불안한 시기였는지를 잘 보여줬다. 전태일이 분신 자살하는 모습을 안타깝게 지켜보지만, 그 누구도 쉽게 나서지 못하는 노동자들의 모습을 보며 많이 안타까웠다. 하지만 이를 기점으로 많은 노동자들이 술렁거리고, 움직이려는 분위기를 뮤지컬에서 많이 드러내고자 했다.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jpg

영화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중 한장면
 



지식채널 e-평화시장 재단사


오매불망 춘호만을 기다리며 공장 일을 하던 어느 날, 순이는 억지로 끌려간 나이트에서 춘호와 최악의 재회를 하게 된다. 자기 기다리는 여자 두고 이놈이! 라고 생각했지만, 알고보니 춘호는 월남전 참전 이후에 후유증으로 계속 시달려서 정신병원까지 갔었다. 순이에게 그런 모습을 보일 수 없었기에 차마 나타날 수 없었던 것이다. 물론 나는 속으로 ‘그런 놈이 나이트는 가나’ 라는 생각을 했지만, 감히 목숨 걸고 참전한 군인에게 어떻게 그런 말을 하겠는가. 

사이가 돈독해진 순이와 춘호. 19금같지 않은 19금 장면으로 두 사람은 서로에 대한 마음이 깊어지는데, 풍파는 여기서 끝이 아니었다. 순이의 돈까지 끌어다가 사업을 시작한 춘호가 사기죄로 경찰에 잡혀 구금된 것이다. 순이를 볼 면목이 없는 춘호는 순이의 면회를 거절하고, 집안 사정까지 겹쳐 힘들어진 순이는 결국 춘호에게 이별편지를 남기고 다른 사람과 결혼한다. 


나훈아 <사랑은 눈물의 씨앗>


순이가 결혼하여 첫 아이를 낳아 기르는 시간 동안, 세상은 많이 변해가고 있었다. 근로 기본권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을 탄압하는 군사들은 살인까지 마다하지 않으며 도를 넘었고, 세상은 더욱 흉흉해져간다. 결국 공장이 폐업하고야 말고, 순이는 일할 곳이 없어지자 국밥집을 차린다. 그리고 마침내 교도소에서 풀려나온 춘호 역시, 가정을 꾸리고 창업을 하여 번창시킨다. 그러던 와중 옛 사랑, 순이의 소식을 듣고 순이의 국밥집으로 찾아간 춘호. 예전에 순이에게 빌렸던 돈을 주려 하지만 순이는 거절하고, 마침 집에서 순이의 남편이 위독하다는 전화가 걸려와 순이와 춘호는 그대로 헤어진다. 여기서 나와 같이 공연을 본 친구가 하는 말, ‘돈을 더 줬어야지’. 고생시킨 게 얼만데 겨우 그거 주냐, 이거다. 

사업이 번창하는가 싶더니, 이번에는 IMF가 터졌다. 춘호의 사업은 망하고, 가정에 파탄이 난다. 실업자가 되어버린 춘호. 결국 옛 영광을 뒤로하고 초라한 경비원 아저씨가 되어버린다. 순이는 남편을 여의고 아들과 딸만 바라보며 산다. 이제는 호호할머니, 호호할아버지가 되어버린 그들. 우연히 지하철에서 조우하게 되는데, 이 부분이 정말 짠하다. 이제는 아득해져버린 추억을 대하는 모습엔, 아련함이 묻어있었다. 이 장면에서 나오는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라는 노래에 굉장히 어울렸다. 

살아가는 얘기 변한 이야기 지루했던 날씨 이야기
밀려오는 추억으로 우린 쉽게 지쳐갔지

그렇듯 더디던 시간이 우리를
스쳐지난 지금 너는 두아이의 엄마라며
엷은 미소를 지었지 나의 생활을 물었을땐
나는 허탈한 어깨짓으로 어딘가에 있을 무언가를

아직 찾고 있다했지
언젠가 우리다시 만나는 날에 빛나는 열매를 보여준다했지
우리에 영혼에 깊이 새겨진 그날의 노래는
우리귀에 아직 아련한데

동물원-'시청 앞 지하철역에서' 



동물원 <시청 앞 지하철 역에서>

마지막 장면은, 가장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늙어서 알츠하이머, 즉 치매에 걸리게 된 순이는 예전 춘호와 만났던 그 장소 그 자리에서 소녀의 노래를 부른다. 그런 그녀를 애타게 쳐다보는 춘호. 순이의 기억은 아직 춘호가 월남전에 참전했을 당시에 머물러 있다. 

순이: 어, 춘호오빠! 언제 돌아왔어요?
춘호: 방금 왔어. 우리 순이 보고싶어서 빨리 뛰어왔어. 



추노 우는 짤.jpg

나는 이 부분이 왜이리 슬펐는지 모르겠다. 춘호의 이 대사를 듣는 순간, 눈물이 펑펑 나오더라. ‘긴 세월을 돌고 돌아 너에게로 왔어. 넌 아직도 어여쁜 그 모습 그대로구나’ 이렇게 말을 하는 것만 같았다. 

마지막 장면은 이선희의 ‘인연’과 함께, 춘호가 순이를 등에 없으며 ‘순이야!’라고 외치는 모습으로 마무리한다. 무대 위에서 꽃잎들이 떨어지는데, 꽃순이의 모습과 대조되면서도 비슷한 그 모습이 한 편의 영화 같았다. 


이선희 <인연> 


여기까지 오는 데에 많은 시간이 걸렸지만, 결국 둘은 인연이었다. 다른 사람과 결혼을 했어도, 아이가 있어도 풋풋했던 첫사랑을 그대로 간직했던 둘. 비록 다른 세대였지만, 그런 사랑만큼은 나도 해보고 싶을 정도였다. 

하지만 역시, 우리에겐 이해가 안 가는 부분이 많았다. 여자한테 돈을 꾸는 춘호나, 미련하게 평생 남을 위해서만 살았던 순이나, 현재 우리들의 모습과는 많이 다르다. 그런 면에서 순이의 애칭, ‘꽃순이’는 이중적인 의미를 담고 있다고 생각한다. 꽃순이는, 춘호라는 봄에게 는 어여쁜 꽃이었을지 모르나, 평생 남을 위해 살다가 일생을 보내는 면에서는 결국 예쁨을 위해 피고 지는 꽃의 속성을 드러낸다. 마지막 장면은 꽃순이의 가장 꽃피었던 시절을 보여주지만, 그녀가 지는 꽃이라는 것을 상기시켜주는 모순을 지녔다.

권인하.jpg

역할 외에도 배우에 대해 얘기해 보자면, 일단 ‘순이’ 역에 화제가 된 가수 도원경 공연에 서지는 않았다. 하지만 ‘함춘호’ 역에는 가수 권인하가 나왔다. 역시, 가수답게 노래는 정말 잘 부르셨다. 고음도 깔끔하고 중후하게 소화해내시는 모습에서 정말 락커구나,하는 감탄이 나왔다. 그러나 연기가 정말 어색하셨다. 이렇게 평가해서 죄송하지만 어색어색함이 다 드러났다. 톤부터 어색해하는 것이 드러나셨고, 그 어색함을 과장됨으로 무마하려는 느낌을 받았다. 그 어색함 때문에 함춘호라는 인물이 굉장히 설렁설렁하게 느껴졌다. 그러나 함춘호 역이 본인의 나이대에 가까워지면서, 그의 연기가 돋보이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자신의 나이대 역할을 하다보니 자연스러운 연기가 나왔던 것 같다. 뮤지컬 경험이 얼마 없으셨지만 최선을 다하시는 모습이 귀여워보이셨다. 


권인하 <사랑이 사랑을>
    

뮤지컬에서 모든 배우들이 직접 첼로나 기타, 피아노, 일렉기타 등의 악기들을 연주한다는 것도 특징이었다. 특히 첼로를 연주시하던 여자 배우분은 그 무거운 첼로를 들고도 힘든 기색 하나 없어보이셨다. 뿐만 아니라 여러 도구들을 효과적으로 사용해서 설치물이 어느 때는 철창이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침대가 되기도 하고 어느 때는 버스도 되면서 극을 이끌어나갔다. 장소의 전환도 최소한의 도구로 최대의 효과를 보였다. 특히 ‘시청 앞 지하철역에서’라는 장면에서는 설치물 하나를 배우 둘이 빙빙 돌려가고, 앞뒤로 흔들면서 진짜 지하철 느낌을 냈는데, 웃기면서도 인상깊었다. 

뮤지컬을 보고, 현재 경비원으로 일하시는 아저씨들, 그리고 치매에 걸리신 노인분들이 모두 이런 사정을 하나씩은 다 갖고 계실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제는 시대의 부산물이 되어 빛나던 젊은 시절을 흙으로 보낼 준비를 하고 계시는 그들에게, 그 열정과 그 인생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출처 및 참고자료>

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35&contents_id=7386
http://blog.naver.com/kicox1964/220046783918
http://www.ehistory.go.kr/page/pop/photo_pop.jsp?photo_PhotoSrcGBN=BK&photo_PhotoID=16&detl_PhotoDTL=27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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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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