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관계와 사랑의 본질에 대한 이야기 - 영화 < Her > [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06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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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Her >의 주제는 다소 독특합니다.


가까운 미래를 배경으로

'외로운 작가가 새로 구입한 컴퓨터 운영체제와 사랑에 빠지는 이야기' 라는 설정을 담고 있죠.



그러나 영화의 흐름은 다소 지지부진하게 느껴질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이유는, 우리를 자꾸만 '생각'하게 만들기 때문이에요.


우리가 평소 인식하지 못하는 아주 본질적인 가치와 관계에 대해 

답이 정해지지 않은 질문을 던지고

우리 스스로 진단할 수 있도록 '생각'하게끔 만드는 게 이 영화의 매력이 아닐까 합니다.


 

화려한 볼거리에 한 순간 눈과 마음을 뺏기고 스트레스를 날려버릴 수 있는

대중적인 취향의 영화도 좋지만,



때로는 우리를 조금 불편하게,

우리를 둘러싼 가장 본질적인 것들에 대해 의문을 가지고 바라볼 수 있도록 만드는

이런 영화도 필요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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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고 나서 스마트폰 속 음성 인식 OS한테 말을 걸어 보았다.



 “안녕.” “좋은 하루예요.” “이름이 뭐니?” “Galaxy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려요.”


“뭐해?” “어떤 답을 할까 생각하고 있었어요.” “밥 먹었어?” “저는 다른 식으로 해결했습니다.”


“지금 무슨 생각해?” “저는 동시에 수만 가지 생각을 할 수 있어요.”



정말 대화가 되고 있었다.

간단한 정보를 묻는 차원을 넘어 서로의 ‘생각’을 묻고 답하는 의사소통의 중간 단계까지 온 것이다.


    


나의 이상한 행동이 시사해주듯 영화 에서는 이어폰을 귀에 꽂으면

자신의 단말기 운영체제와 직접 대화하며 모든 일 처리를 할 수 있는

음성인식 인공지능 서비스가 상용화 되고 있다.




뿐만 아니라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가 스스로 진화하는 고도의 운영체제 속 여자 사만다와

사랑에 빠지게 된다는 설정을 두고 있다. 인간과 기계의 사랑, 그것이 과연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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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히 인공지능 운영체제를 구입하고 실행 중인 남자주인공, 테오도르]



제 86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 71회 골든 글로브 시상식 등 전 세계 유수 영화제를 휩쓸며

‘올해의 가장 독창적인 로맨스’라는 찬사를 받은 이 작품은

감독 스파이크 존즈가 직접 쓴 시나리오로부터 탄생했다.



스파이크 존즈는 인간과 인공지능 운영체제 os와의 사랑을 빌어

관계와 사랑의 본질에 대해 탐구해간다.

현대 기술이 발달할수록 고립되어가는 현대인의 모습과 함께

OS와 사랑에 빠진 한 남성의 경험을 통해 인간과 인간이 사랑하는 사랑의 본질을 그려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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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속 남자주인공 테오도르의 직업은 다른 사람의 편지를 대신 써주는 대필 작가이다.

여자 못지않은 섬세한 감정과 필체로 타인을 위한 사랑의 감정을 생산해낸다.



 그러나 정작 자신은 아내에게 진실한 감정을 전달하지 못했고,

이혼을 앞두고 1년 넘게 별거 중이다.



 그렇게 소통의 부재 속에 외롭고 공허한 삶의 연속을 메우기 위한 나날을 보내던 테오도르는

 마침내 하나의 인격체와 다름없는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를 만나 사랑에 빠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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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공지능 운영체제 속 여자 사만다와 놀이공원에서 화상데이트를 즐기는 테오도르 ]



 하지만 모든 관계는 영원할 수 없는 법이다.



분명한 것은 사랑의 실패를 겪었던 테오도르에게 사만다가 남긴 사랑의 흔적은

바로 빈자리라는 것이다.

 테오도르는 어느새 마음 한 구석을 비워둘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된다.

 그렇게 아픔과 경험을 통해 배우고 성숙해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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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는 의미상 크게 두 가지 맥락으로 바라볼 수 있을 것 같다.




첫 번째는 네트워크가 열어놓은 시·공간의 제약 없는 삶, 가능성이 무한해질수록

정작 자신은 고립되어가고,

자신을 대리하는 디지털 분신이 많아질수록 자아를 잃어가게 되며,

SNS로 묶인 디지털 관계가 촘촘해질수록

진실한 관계로부터 멀어져간다는 현대인의 역설을 보여주고 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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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는, 사랑은 뜻대로 되지 않는, 소유 할 수 없는 개념이라는 것이다.

사만다는 말한다. “수천 명의 사람과 사랑하고 있다. 그런데 당신을 사랑한다. 진정으로”

육체가 없으니 독점은 애초에 불가능한 것이고, 상업적인 목적으로 탄생한 컴퓨터 운영체제인 OS는

수천수만 명이 동시에 사용할 수 있다. 그럼에도 주인공은 납득하지 못한다.

어떻게 사랑을 ‘공유’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역시 그는 ‘육체’를 포기하지 못한 것이다.


 사랑이란 이리 어렵고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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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만다가 테오도르에게 던지는 대사중 일부]




영화는 화려한 볼거리는 없지만 감각적인 영상과 음악, 배경과 함께

강렬한 메시지를 지닌 굵직굵직한 대사들로 우리의 내면을 파고든다.


 화면은 남자 주인공 테오도르를 중심으로 주인공의 표정이나 시선이 머무르는 어떤 공간,

그리고 지극히 개인적인 일상의 단편적 모습들이 주를 이루고 있다.



남자 주인공 역을 맡은 호아킨 피닉스의 눈빛 연기와

인공지능 운영체제 사만다역을 맡아 목소리 출연만으로

영화제 사상 이례적인 여우주연상을 거머쥔 스칼렛 요한슨의 목소리 연기가 인상 깊은데,

두 사람이 함께 나온 장면은 단 한 씬도 없지만

실제로 얼굴을 마주하고 있는 듯 탁월한 연기력과 호흡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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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화된 인간과 인간에 가까워진 기계의 사랑 이야기를 통해

우리는 감독의 의도대로 관계와 사랑의 본질에 관해 다시금 새겨보게 된다.



스스로 점점 고립되어가지만

그러면서도 진정한 관계를 갈망하는 우리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게 되고,

모든 관계에는 만남과 이별이 있으며 경험과 아픔을 통해

대상을 ‘She (그녀)’-주체가 아닌 ‘Her (그녀를)’-객체로 바라보는

성숙한 자세가 필요함을 깨닫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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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영화를 통해 결국 인간이 이기적인 존재라는 것을 보여주고 있는 게 아닐까 생각했다.



우리는 곁에 있는 사람과 커뮤니케이션, 즉 소통을 통해

자신이 얼마나 고유한 존재인지를 확인하고 싶어 하는 욕구를 가지고 있다.


사랑이라는 감정도

자신이 얼마나 고유한 존재인지를 확인시켜줄 누군가에 대한 필요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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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오도르와 전부인 캐서린의 과거 행복했던 시절]



테오도르는 전부인 캐서린에게 이렇게 편지를 쓴다.


 “난 앞으로도 널 사랑할거야. 우린 함께 자랐으니까. 넌 지금의 내가 누구인지 알게 해줬어.”




어쩌면 우리는 누군가를 사랑하고 떠나보내면서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을 더 배워 가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그것이 진정한 의미의 성숙이 될 지는 좀 더 깊게 생각해봐야 할 것 같지만 말이다.




소통이 필요한 시대에

우리가 하고자하는 진정한 사랑은 어떤 것인지에 대해 고민하게 만든 아주 감각적인 영화였다.

지금 메마른 만남과 관계로 인해 고독하다면 이 영화를 한 번 보는걸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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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하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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