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어른들을 위한 동화, 영화 '무드 인디고'[시각예술]

글 입력 2015.04.04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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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셸 공드리, 무드 인디고 (Mood Indigo,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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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 '무드 인디고'는 미셸 공드리 감독의 영화 '이터널 선샤인(2004)'를 잇는 영화로 입소문이 났었다. 사실 나는 '무드 인디고'영화가 처음이었기에 감독에 대해선 아무것도 몰랐다. 단지, 메인 포스터가 너무나도 매력적이여서, 영화도 분명 재미있을거라는 근거없는 자신감이 들었다. 역시나 기대 이상으로 의미있는 영화였고, 끊임없이 나에게 수수께끼를 풀게 만들었던 영화였다.

 나는 올해 겨울 엄마와 함께 부산에 있는 '영화의 전당'에서 이 영화를 봤었다. 영화의 전당이 부산국제영화제로 많이 알려졌다고 생각했었는데 일반극장보다 관객들도 많이 적었고, 주변에 한 번도 가본 적이 없다고 하는 사람도 많아서 의외였다. 일반 극장보다 가격도 저렴하고 (유료 회원제를 하면 더 많은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영화를 미술전시처럼 테마에 어울리는 영화들을 묶어서 기획전도 자주 연다. 혹시 부산에 살고 있거나, 부산을 여행한다면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이 영화는 솔직히 말하면 한 번에 이해하기엔 어려운 영화다. 앞서 얘기했듯이 끊임없이 수수께끼를 내는 영화같기 때문이다. 겉으로 보기엔 순수한 사랑이야기같으나 그 속에 사회 비판, 권위에 눈 먼 자, 무고한 시민들의 죽음, 낭비 등 많은 시사점을 담고 있기에 그것을 하나하나 찾아가며 보아야 그 의미들을 다 이해할 수 있다. 가장 컸던 수수께끼 중 하나는 주인 공 콜랭의 절친인 시크가 장 솔 파르트르라는 철학가에게 눈이 멀어 그의 강의와 책들을 맹신하고, 심지어는 파르트르 마네킹까지 사서 안고 다니는 것이다. 확실치는 않으나 아마 장 솔 파르트르는 사르트르를 대변하는 인물로 내세운 것이 아닌가 싶다. 시크는 그를 맹목적으로 믿어 결국 돈도 잃고 사랑도 잃고 마지막에는 총에 맞아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그런데 여기서 감독의 시각적인 미를 느낄 수 있었던게, 그가 총에 맞아 죽을 때, 피가 아닌 빨간 꽃이 피어나는 것으로 표현했다는 것이다. 잔인할 수 있는 장면을 색다르게 표현한 것이 미셸 공드리만의 특징을 잘 드러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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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 솔 파르트르 마네킹을 든 시크와 그의 여자친구 알리즈


  영화 전체를 이끄는 스토리는 주인공 콜랭과 클로에의 사랑이야기이다. 그러나, 그들의 신혼여행 첫날 밤, 클로에의 몸에 뭔지 모를 것이 들어와 그녀의 폐에 자리잡게 되고, 이는 곳 수련이 되고 만다. 폐에 자란 수련을 죽이려면 새로운 꽃을 계속 가슴에 가져다 놓아야 한다는 의사의 말에 콜랭은 전재산을 털어(자신이 발명한 칵테일 제조 피아노까지 팔게 되는데..) 꽃을 사지만 결국 클로에는 죽고 만다. 폐에 수련이 자란다는 표현이 정말 아름다웠다. 분명 사람의 목숨을 위협하는 것이지만, 마치 암 덩어리 처럼, 그것을 어떻게 수련으로 표현할 수 있었을까. 그리고 수련을 죽이려면 또 새로운 꽃들로 덮어야 한다니. 가장 시적인 표현을 시각적으로 잘 나타낸 것이 아닌가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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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랭이 사다 준 꽃을 안고 있는 클로에


  이 영화는 보리스 비앙의 '세월의 거품'을 원작으로 하였다. 창의적이고 독특한 영상으로 유명한 미셸 공드리에게 정말 적합한 작품이라 생각한다. 사실 영화를 보고나서 많은 부분이 이해가 되지 않아 원작이 있다는 얘기를 듣고 사서 읽어 보았는데 원작도 딱히 의미를 설명하고 있진 않다. 정말 영화와 마찬가지로 표현할 뿐이지 왜 이런 상황인지 알려주지 않기에 더 이해가 잘 되거나 한 것은 아니지만, 국내에는 '무드 인디고'가 감독판으로 상영이 되었다. 그래서 많은 장면들이 삭제가 되어 이야기의 흐름을 따라가기에 좀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그렇기에 영화를 보고 원작을 읽는다면 좀 더 수월하게 스토리를 따라갈 순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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놀이기구같은 것을 타고 하늘에서 데이트하는 콜랭과 클로에


  이 영화를 선택한 이유가 포스터라고 앞서 얘기 했었는데, 포스터의 시각미만큼이나 영화의 영상미도 영화에 정말 큰 영향을 끼친다. 영화 설명 정보를 보면 영화가 '비비드->파스텔->모노->무색'으로 전개된다고 적혀져 있다. 이것을 알고 영화를 본 것은 아니여서 인식하진 못했지만, 전체적을 분위기가 점점 우울해진다는 것은 느끼고 있었고 모노에 들어서야 색이 변했음을 느꼈다. 그런데 감독이 내용의 흐름에 따라 화면의 색상까지 섬세하고 다양하게 신경썼다는 것이 정말 놀라웠고 다시 한 번 놀라게 되었다. 영화 '그랜드 부다패스트 호텔'을 떠올리게 하는 영화였다.

  단순히 메세지 전달을 넘어서 영상과 음악이 영화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면서 모든 감각을 일깨워주는 영화라 생각한다. 그리고 예쁘고 아름다운 화면 속에 어둡고 비극적인 내용이 있어서 마치 어른을 위한 동화라는 느낌도 들었다. 아마 이영화를 보면 미셸 공드리 감독의 매력에 빠질지도 모른다. 미셸 공드리 감독에게 바치는 노래로 프라이머리&오혁의 '공드리(feat.김예림)'도 있으니 함께 들어봐도 좋을 듯하다.
[황서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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